[주주권익보호 ④]저금리·고령화로 배당 요구는 자연스러운 현상

[딜사이트 공도윤 기자] 지금까지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배당보다는 자본이득을 선호했다. 배당 줄 돈으로 투자해 기업의 성장성을 높이고 매출을 일으켜 더 높은 주가 수익률을 안겨 달라는 것이 투자자들의 마음이었다.


어찌 여자의 마음만 갈대이겠는가. 시대가 변하고 경제상황이 바뀌니 투자자의 마음도 바뀌고 있다. 과거처럼 기업의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저금리·고령화 시대 도래로 투자자도 배당이득이 필요해 졌다. 유독 재벌기업과 오너기업이 많은 구조 탓에 기업의 이익이 소액주주들에게 전해지지 않는다는 불만과 함께 당당한 배당요구를 통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 기업지배구조 개선으로 코리아디스카운트 뛰어넘기


인색한 배당성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에 국가적 측면에서도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고 있다.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배당성향은 15%로 전 세계 평균 40%에 크게 못 미친다. 배당수익률 역시 우리나라는 1.3%로 세계 평균 2.5%의 절반수준이다. 정부는 기업의 배당수준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업 배당 활성화 추진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배당을 촉진하는 세제(기업소득환류세제, 배당소득증대세제) 도입과 공기업의 중장기 배당확대, 연기금의 의결권 강화 및 배당확대 지침 도입 등의 정책이 시도되고 있다.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들도 조금씩 배당 확대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고령화로 연기금, 보험과 같은 장기투자 성향을 가진 기관투자자의 운용자금이 늘며 배당수익의 선호가 강해지고 있다.


◆ 과도한 사내 유보율 소액주주로의 낙수효과 기대


대신경제연구소 지배구조연구실에서도 최근 지난 3월 정기주총을 통해 이익잉여금 처분 안건을 상정한 119개사 중 17개 사에 대해 배당 반대의견을 냈다. 삼성정밀화학(낮은 배당), 신세계(동종 업종대비 낮은 배당성향률), 롯데쇼핑(유보율 대비 낮은 배당총액), 락앤락(당기순이익대비 낮은 배당 증가폭) 등이 지적을 받았다.


배당실시 기업과 배당성향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그 수준은 턱없이 미흡해 보인다. 층층 쌓아올린 분수 꼭대기에서 물이 아래로 흘러내려 바닥을 흥건하게 적시듯, 기업이 돈을 벌면 임금이 늘어나 직원이 부유해지고, 배당이 늘어 주주가 풍요로워지는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돈이 분수 꼭대기에만 머물러 있다.


분수의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10대 그룹이 벌어들인 이익 중 사내에 쌓아둔 유보금은 500조원을 넘는다. 재벌닷컴이 10대 그룹 소속 96개 상장사의 2014회계연도 개별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96개사의 사내유보금은 지난해 말 현재 503조9000억원으로 전년대비 8% 가량 증가했다. 이중 자본금에서 사내유보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사내유보율은 1327%로 전년대비 69%포인트 가량 뛰었다. 중견기업이라 할 수 있는 시총 5천억원에서 1조원사이의 기업도 대부분 1000%이상의 유보율을 보였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영업이나 자본거래로 얻은 이익에서 배당, 투자, 세금 등의 지출을 제외하고 쌓아둔 자금으로 공장, 기계설비 같은 비현금성 자산도 포함된다. 주요 그룹을 보면 삼성은 사내유보금이 약 196조원, 롯데는 사내유보율이 4773%로 가장 높다. 개별 기업으로는 SK텔레콤의 사내유보율이 3만87%로 96개 기업 중 가장 높았다.


◆ 일부지만 소액주주의 배당요구 받아들여져


높은 사내유보율 그리고 상대적으로 낮은 배당률은 올해 주총 현장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주주제안 중 배당관련 안건이 있었던 기업으로는 영화금속, 파인디앤씨, 코위버, 삼성공조, 화일약품, 대양제지, 성창기업지주, 정원엔시스, 케이씨디시, 부산방직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중 주주들의 제안이 승인된 경우 영화금속, 파인디앤씨, 코위버 정도다.
영화금속은 주주총회에서 슈퍼개미 손명완 씨(10.6% 보유)가 요구한 현금배당 주당 50원과 회사 측 제안인 주당 25원 사이에서 양측 의견을 절충해 주당 30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또 올해부터는 중간배당도 실시하기로 했다. △파인디앤씨는 주총에서 주주 안성태 씨의 긴급발의 제안과 참석주주 전원동의로 주당 25원의 현금배당 원안이 수정 후 승인됐다. △코위버는 주주들의 배당확대 요구를 받아들여 주당 결산배당금을 기존 100원에서 130원으로 확대했다.


기관과 소액주주의 배당요구는 시대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적정한 배당 수준이란 단순히 정량적 요인 외에 기업의 특수성이라는 정성적 부분도 고려해야하는 만큼 적정 수준에 대한 논란은 남아있다.
이와 관련해 김호준 대신경제연구소 지배구조연구실장은 “당기순이익의 급증과 같은 이익 확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에게 배분되지 않는 경우, 업종 평균 배당성향과 현격한 차이가 있는 경우, 배당가능이익이 충분한데도 소극적으로 배당하는 경우, 저조한 주가 수익률에 대한 주주보상 배당이 포함되지 않는 기업 등에 대해 주주는 배당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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