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케미칼, 장녀 조연주 밀어주기?
조동혁 회장 뒤이어 2대주주…정관 변경하며 여성 경영참여 명시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8일 15시 5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범(凡)삼성가 4세인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사진)의 입지가 날로 강화되고 있다. 조 부회장이 부친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에 이은 2대주주 지위를 확보했고, 회사가 여성의 경영 참여를 공식적으로 명문화하고 있는 까닭이다.


조동혁 회장은 고(故) 이병철 창업주 장녀인 고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첫째 아들이다. 이 고문은 셋째 아들인 조동길 회장에게 주력사인 한솔제지 등 그룹 경영권을 승계했고, 조동혁 회장은 한솔케미칼을 넘겨받았다. 한솔그룹은 표면적으로 지주사 한솔홀딩스를 주축으로 한 기업집단이지만, 실제론 두 형제가 각각 개별 경영 중이다.


조연주 부회장은 조동혁 회장의 맏딸로 2014년 기획실장(부사장)으로 입사하며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1979년생인 조 부회장은 미국 웰즐리대를 졸업해 펜실베니아 와튼스쿨 MBA 과정을 밟았다. 보스턴컨설팅(BCG) 컨설턴트와 글로벌 속옷브랜드인 빅토리아 시크릿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그는 2015년 3월 부친의 한솔케미칼 사내이사 자리를 물려받았고, 올해로 8년째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박원환 한솔케미칼 대표이사 사장보다 직급은 한 단계 높다.


조연주 부회장은 한솔케미칼 자회사 경영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그는 점접착 테이프 생산 전문업체인 테이팩스의 기획실장과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현재는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오너가 중 유일하게 테이팩스과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특수가스 제조업체인 솔머티리얼즈 주식도 보유 중이다.


조동혁 회장은 차녀 조희주 씨(1981년생)와 장남 조현준 씨(1990년생)도 있다. 하지만 재계에선 조연주 부회장을 명실상부한 후계자로 꼽는다. 차녀와 장남이 한솔케미칼 경영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 데다, 조 회장이 지난해 자녀들에게 증여한 주식 31만4000주 가운데 50%(15만7000주)를 조 부회장이 받았기 때문이다.


2021년 말 기준 한솔케미칼 최대주주는 지분율 14.42%의 조동혁 회장이었고, 조동길 회장이 2대주주(0.31%)였다. 조동혁 회장은 작년 3월 700억여원 규모의 주식을 세 자녀에게 증여했고 세금으로 조연주 부회장은 357억원을, 희주·현준 씨는 179억원씩 납부했다. 이와 별개로 조 부회장은 개인 돈을 들여 회사 주식을 매입하기도 했다.


해당 증여로 한솔케미칼 주주 순위에는 변동이 생겼다. 조연주 부회장이 지분율 1.40%로 2대주주에 올라선 것. 시장에선 그가 확실하고 안정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기 위해 추가 매집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금력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2년간 조 부회장이 수령한 급여는 50억원 이상이다. 배당금도 있다. 한솔케미칼은 전년 실적에 대한 결산배당으로 올해 주당 2100원을 책정했고, 조 부회장은 3억4000만원을 수령한다.


나아가 한솔케미칼은 내달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여성의 경영 참여와 관련한 정관을 추가할 예정이다. 여성의 이사회 참여 의무화가 골자인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하지 아니한다' 조항을 새로 넣는 것인데, 회사 측은 "ESG경영 확대를 위해 문구를 정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이사회의 여성 참여가 의무인 기업은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이다. 한솔케미칼의 작년 말 연결 자산규모는 1조2421억원으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ESG경영과 직결되는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 현황'의 실행율은 절반 수준인 53%에 불과하다. 전자투표 도입과 이사회 의장·대표이사 분리, 부적격 임원 선임 방지 등을 선제 이행이 ESG경영 의지에 대한 설득력을 높일 것이란 주장이다.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는 사외이사 과반 규정도 도입하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조연주 부회장 승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라는 게 일각의 시각이다. 그가 이미 후계자 역할을 수행하는 상황에서 여성의 경영 참여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다. 삼성가는 여느 그룹과 달리 딸들의 경영 참여를 제한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고, 실제 조 부회장 친할머니인 이 고문이 삼성가 첫 여성 오너경영인이었기 때문에 조 부회장이 경영권을 넘겨받는데도 큰 제약은 없다.


재계 관계자 역시 "한솔케미칼이 특정 성별과 관련된 조항을 신설하는 것은 조연주 부회장의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일종의 액션으로 보여 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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