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급' 롯데케미칼, 증액 실패 이유는
한기평 "재무부담에 등급전망 부정적...수익성 회복도 내년에나 가능"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4일 16시 4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휴선 기자] 롯데케미칼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완판에 성공했지만 발행 금리를 낮추지 못하고 오버 발행을 한데다, 발행액을 예상만큼 증액하지 못해 AA급 회사로서 체면을 구겼다는 업계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재무부담이 이어지면서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뀐데다 수익성이 악화한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35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6200억원의 투자수요를 끌어 모았다. 전체 규모는 나쁘지 않았지만, 기대보다 낮은 규모의 매수자금이 들어오면서 7000억원까지 증액하려던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3년물 모집은 아슬아슬했다. 롯데케미칼은 3년물에 2500억원을 모집했는데 여기에 2500억원의 주문이 턱걸이로 들어오면서 간신히 미매각을 면했다. 2년물은 700억 모집에 2350억원, 5년물은 300억 모집에 1350억원이 들어왔다.


발행금리도 2·3·5년물 모두 오버발행하게 됐다. 2년물은 +30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 3년물은 +50bp, 5년물은 +5bp가 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개별 민간채권평가사(민평) 평가금리 대비 -30bp~+50bp를 가산한 이자율을 제시했다.


이날 함께 수요예측을 진행한 GS건설(A+/안정적)과 SK E&S(AA/안정적)가 롯데케미칼보다 신용등급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연초부터 조(兆) 단위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회사채 발행에 나선 AA급 기업들이 '뭉칫돈'을 모은 것과도 대조적이다.


지난 1월과 2월 포스코(AA+/안정적, 3조9700억원), LG화학(AA+/안정적, 3조8750억원), LG유플러스(AA/안정적, 3조2600억원), SK E&S(AA+/안정적, 1조3500억원), 이마트(AA/안정적, 1조1750억원) 등은 일제히 대규모 매수주문을 받았다.


롯데케미칼 신용등급 및 등급전망. (제공-한국기업평가)

이들과 롯데케미칼의 차이점은 등급전망(Rating Outlook)이다. 롯데케미칼의 등급전망이 두 단계나 낮다. 신용평가사들은 신용등급을 발표할 때 등급전망을 함께 제시한다. '안정적'인 경우 향후 1~2년 내에 등급변동 가능성이 낮은 경우를 말하며, 그 다음은 '긍정적', '부정적' 순이다.


'부정적' 등급전망의 경우 향후 1~2년 내에 등급의 하향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뜻한다. 지난해 11월 신평사 3곳은 롯데케미칼의 등급전망을 일제히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재무부담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나프타분해시설(NCC) 투자,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인수, 계열사 지원 등을 위해 수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이에 따라 순차입금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섰다.


올해와 내년까지 롯데케미칼은 NCC 신증설에 39억달러(60% 차입조달)를 투자한다. 롯데GS화학의 설비에도 9500억원(60% 차입조달)을 투자한다. 여기에 오는 3월말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대금인 2조7000억원(계약금 10% 납입완료)을 완납해야 한다.


롯데케미칼 신용등급 하향 변동요인. (제공=한국기업평가)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발행규모 증액 실패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인해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지난해 업황 저하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고, 차입부담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는 것이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올해도 수급측면의 부담이 이어지면서 업황 회복수준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며 "수익성 개선은 신규 증설 부담이 완화하는 2024년 이후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올해 초 유상증자(1조2155억원)와 파키스탄 법인 매각(1924억원) 등을 통해 일부 자금이 유입되지만, 자금소요가 확대된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등급하향변동요인인 순차입금/EBITDA 1배를 상회할 것으로 보여 추가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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