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Q, 11번가 '상장' 불발에 펀드청산 연기
잡코리아 등 투자성과 낸 3호펀드...증시 불안 및 실적부진에 막판 암초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7일 09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PEF)인 H&Q가 지난 2013년 5650억원 규모로 조성한 '3호 블라인드 펀드'의 청산작업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시 침체와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11번가 상장이 불투명해지면서다. 올해 만기인 이 펀드는 잡코리아, 일동제약 등에 투자해 높은 성과를 올렸는데, 마지막 포트폴리오를 남기고 청산에 암초를 만났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올해 11번가 상장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재무적투자자(FI)들과 투자회수(엑시트) 기한 연장을 협의하고 있다. 지난 2018년 H&Q 등으로부터 5000억원을 조달하며 설정한 기업공개(IPO) 시기가 올해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11번가는 지난해 마지막까지 IPO를 추진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 마켓컬리, 오아시스 등 IPO에 나선 기업들이 밸류에이션 저평가를 이유로 연이어 증권시장에서 철수하면서 결국 11번가도 상장을 연기하는 쪽으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H&Q도 펀드 청산에 제동이 걸렸다. H&Q는 지난 2018년 11번가에 투자하기 위해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했다. 이 과정에서 운용중이던 3호 블라인드 펀드(케이에이치큐제삼호)에서 1000억원을 투입했다.



3호 펀드는 올해 말 만기가 도래하는 10년짜리 펀드다. 그간 잡코리아, 일동제약, LS전선아시아, 플레이타임그룹, HK이노엔(CJ헬스케어) 등을 포트폴리오로 담아 대부분 성공적으로 엑시트 해왔다.


특히 2013년 첫 투자를 집행한 잡코리아는 2021년 투자원금 대비 8배 이상 금액으로 매각했다. 2015년과 2018년 각각 투자한 LS전선아시아와 HK이노엔은 모두 IPO에 성공했고 H&Q도 꾸준히 보유지분을 팔아왔다.


경영권분쟁 백기사로 나섰던 일동제약도 2020년 엑시트하며 목표 수익을 초과 달성했다. 엑시트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던 플레이타임그룹도 지난해 원금의 2배 가까운 수익을 올리며 콘텐트리중앙에 지분을 넘겼다. 현재까지 엑시트하지 못한 종목은 11번가가 유일하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11번가가 올해 예정대로 상장에 성공했다면 엑시트와 동시에 청산을 기대할 수도 있었다"면서도 "최근 증시 분위기로는 언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지 가늠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3호 펀드는 수익률이 워낙 좋기 때문에 11번가 투자가 내부수익률(IRR)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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