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형 챗GPT' 등장, 과연 좋기만 할까
'챗GPT' 활용한 부정행위 선례…정부가 규정과 방침 명확히 잡아야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3일 08시 3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픈AI의 초거대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챗GPT' 첫 화면. (출처=챗GPT 홈페이지 캡처)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인터넷 정보검색 대회, 어렸을 적 인터넷이 막 보편화되던 시절 이곳저곳에서 열렸던 대회다. 어떤 문제의 정답을 인터넷을 통해 가장 빠르게 검색해서 맞추면 상을 받는 방식이었다. 이런 대회가 우후죽순 생겼던 것은 그만큼 인터넷의 등장이 혁명적이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전까지는 책을 일일이 펼쳐 찾아봐야 했던 정보를 인터넷 검색으로 손쉽게 찾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초거대 인공지능(AI) 기반의 챗봇인 '챗GPT'의 등장은 인터넷이 처음 보편화되던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제는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인터넷 이곳저곳을 검색하는 시간조차 들이지 않아도 된다. 원하는 정보를 챗GPT에 질문하면 해답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내준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정보를 얻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물론 챗GPT를 아직 전면적으로 믿기에는 시기가 이르다. 온라인을 뒤져보면 챗GPT에 한국어로 정보를 물어봤더니 틀린 해답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특정 세율이 2023년부터 17%로 오르는데 챗GPT에서는 20%로 대답했다, 또는 어떤 논문에 주석을 달아달라고 요청했는데 실존하지 않는 논문을 제시했다, 이런 사례들이 넘쳐난다. 


다만 이런 오류는 챗GPT가 영어 기반의 챗봇이라 생기는 문제로도 볼 수 있다. 한국어 질문을 영어로 번역한 다음 한국어로 다시 대답하는 방식이다. 챗GPT가 학습 가능한 한국어 데이터도 영어와 비교했을 때 충분치 않다. 


현재 국내 기업들도 챗GPT와 비슷한 인공지능 챗봇을 내놓을 채비를 갖추고 있다. SK텔레콤은 오픈베타 중인 챗봇 서비스 '에이닷'을 올해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KT와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네이버는 '서치GPT', 카카오는 '코GPT'를 앞세워 챗봇 전쟁에 뛰어들려 한다. 


이런 한국어 기반의 초거대 인공지능 챗봇이 등장할 때야말로 챗GPT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한국에서도 본격 나타날 수 있다. 미국에서는 학생이 숙제나 시험 문제를 챗GPT에 물어본 뒤 대답을 그대로 제출하는 문제 때문에 학교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심지어 한국에서도 어느 국제학교 학생 일부가 챗GPT로 작성한 영문 에세이를 제출한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한국어 기반의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가 보편화된다면 한국 학교 역시 같은 문제에 직면할 수 있는 셈이다. 교육부는 2022년 8월에 마련된 '교육 분야 인공지능 윤리원칙'을 기반으로 논의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정부에서 인공지능 챗봇을 이용한 부정행위 등과 관련해 더욱 자세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인공지능 챗봇의 영향은 앞으로 교육계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뻗어나갈 것이다. 이와 관련해 챗GPT를 만든 기업 오픈AI의 미라 무라티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최근 미국 타임과 인터뷰에서 "챗GPT가 나쁜 의도로 쓰일 수 있다"며 "이 기술의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정부와 철학자 등 모두가 참여해 규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선 사례를 참고해 한국 정부 역시 인공지능 챗봇에 관련된 규정과 방침을 신속하게 정립해야 한다. 그래야만 신기술의 등장에 따른 장점을 빠르게 활용하면서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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