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연임 원점으로…경선만 3번째
KT 이사회, 차기 대표이사 공개경쟁으로 재공모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0일 14시 0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현모 KT 대표 (출처=KT)


[딜사이트 최지웅 기자] KT 대표이사 연임을 노리는 구현모 대표의 도전이 순탄치 않다. 연임 문턱을 넘을 듯 넘지 못하는 줄다리기가 반복되고 있다.


구 대표는 이미 두 차례 경선 절차를 통해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 올랐다. 그러나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대표이사 선임 과정의 불투명성을 문제 삼으면서 구 대표 연임에 제동을 걸어서다. 임기 동안 KT를 연 매출 25조원 기업으로 키워낸 경영 성과가 소용없을 만큼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듯하다. 하지만 연임을 향한 구 대표의 도전은 계속된다. 정치·사법 리스크, 셀프 연임 등 구 대표를 둘러싼 논란을 뚫고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공개경쟁 방식으로 대표이사 선임 재추진


KT 이사회는 9일 차기 대표이사 선임 과정을 공개 경쟁 방식으로 재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구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했던 기존 선임 절차를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이사회는 지난 12월 말 구현모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최종 확정했다. 우선심사뿐 아니라 복수 후보 심사에서도 구 대표가 낙점되면서 사실상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이사회 결정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KT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국민연금의 주장이다.


정부와 정치권도 KT처럼 대주주가 명확하지 않은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의 지배구조 선진화를 강조하며 국민연금의 편을 들었다. 구 대표 연임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면서 KT는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이날 KT 이사회는 수차례 논의 끝에 공개 경쟁 방식의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재추진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이사회 내 지배구조위원회는 이달 10일부터 20일 오후 1시까지 우편 및 방문 접수를 통해 후보자군을 공개적으로 모집한다. 


지원자격은 정관에 따라 ▲경영·경제에 관한 지식과 경력이 풍부하고 ▲기업경영을 통한 성공 경험이 있으며 ▲최고경영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정보통신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사람이다.


특히 지배구조위원회는 공정한 심사를 위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공정성 제고 차원에서 구 대표를 포함한 KT 사내이사진은 대표이사 후보 심사 과정에 참여하지 않는다. 또 깜깜이 심사로 눈총을 샀던 이전과 달리 후보자 명단과 단계별 심사 결과 등을 KT 홈페이지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다. 


이사회는 다음달 7일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한 후보자들 중 1인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해당 후보자는 3월 마지막 주에 열리는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차기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게 된다. 


KT 관계자는 "차기 대표이사 후보 선임 과정을 정기 주주총회 소집 공고 전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경선만 3번째…여전한 경영 불확실성


구현모 대표도 이번 공개 경쟁에 참여해 연임 도전을 지속할 전망이다. 벌써 경선만 3번째 치르는 셈이다. 다소 억울할 법도 하다. 그러나 구 대표는 차기 대표이사 후보 권리를 주장하지 않고 다시 경선에 임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 입장에선 공개 경쟁으로 바뀌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 대표는 그동안 경선 레이스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지난 2019년 황창규 전 회장의 후임을 결정하기 위해 치러졌던 경선에서도 무려 37명의 후보자들을 뿌리치고 구 대표가 대표이사직을 꿰찼다. 게다가 구 대표는 임기 동안 KT를 통신회사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으로 체질 개선하고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25조원 성과를 달성하는 등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왔다. 심사 과정에서 구 대표가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후보자들은 심사 과정에서 인터뷰와 프레젠테이션(PT) 등을 진행하며 KT CEO로 자격이 있는지 검증을 받는다"며 "이미 2차례나 경선에 참여한 구 대표가 다른 후보자들보다 유리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구 대표가 이번 공개 경쟁을 통해 각종 리스크를 해소하는 무대로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개 경쟁 방식으로 이전보다 투명하게 치러지는 경선에서 또다시 구 대표가 단독 후보로 추천된다면 국민연금이 제기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상당 부분 불식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구 대표가 연임에 성공해도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끝까지 반대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서다. 최근 국민연금은 정부 기조에 맞춰 주인 없는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조하며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예고한 바 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젠 정부에서 직접 나서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투명화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 3년간 실적 개선 및 주가 상승을 동시에 이룩한 CEO라고 해도 규제 산업이라는 특성 감안 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4월 이후에도 KT 경영 불안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에도 KT 경영진이 중도 하차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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