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회사채 '단일 최대발행' 기록 갈아치울까
수요예측 7000억, 흥행시 2배 증액 검토…실적 악화에 자금소요 높아져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6일 17시 5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 본사 전경. (출처=SK하이닉스)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SK하이닉스가 2년 만에 회사채 시장을 찾아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선다. 총 7000억원 모집에 나선 SK하이닉스는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조4000억원까지 조달규모를 늘릴 예정이다. 증액에 성공하면 역대 회사채 단일 발행 건 기준 최대 기록을 세우게 된다. 적자 전환이라는 악재를 맞이한 SK하이닉스를 향한 기관투자가들의 매수규모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증액 땐 역대 회사채 최대 발행…올해 첫 7년물·10년물도 선보여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총 7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7일 수요예측에 나선다. 현재 SK하이닉스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A(안정적)다. 트렌치(trenche)는 3년물 2800억원, 5년물 2800억원, 7년물 600억원, 10년물 800억원으로 구성됐다. 희망금리밴드는 개별민평금리 대비 각각 ±3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해 제시했다. 주관업무는 SK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공동으로 담당한다.


이번 SK하이닉스의 회사채 발행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발행규모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조4000억원까지 증액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지난 2021년 LG화학이 기록한 단일 발행 기준 최대 규모인 1조2000억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도 같은 해 4월 최대 1조2000억원 발행을 목표로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발행금리를 높이지 않으려는 판단으로 1조1800억원까지만 증액한 바 있다. SK하이닉스가 이번에 최대 규모로 증액에 성공하면 회사채 단일 발행 건 최대 기록을 새롭게 쓰게 된다.


올해 들어 기관투자가들의 회사채 매수세가 강하게 나타나면서 투자수요도 견조하다. 지난달에만 공모 수요예측 과정에서 30조원이 넘는 매수자금이 몰려 '역대급' 연초효과가 나타난 상태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채권 투심이 강세로 돌아선 영향이다.


이달에도 신용등급 A급인 SK렌터카가 1200억원 모집 대비 1조680억원의 매수자금을 받은 데 이어 CJ제일제당(2조700억원), GS파워(2조2050억원), 호텔신라(1조2150억원), LG이노텍(2조8000억원) 등이 연이어 조(兆) 단위 투자수요를 끌어모으면서 수요예측 흥행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만기구조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발행에서 7년물(600억원)과 10년물(800억원) 등 장기물을 포함시켰다. 지난해 말 SK텔레콤이 10년물 발행을 성공시킨 이후 올해 들어 만기 5년을 초과한 장기물은 시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신한금융지주·KB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 등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제외하면, 일반 회사채로는 7년물과 10년물 등의 장기채는 SK하이닉스가 올해 처음 선보이는 것이다.


◆ 실적 악화에 자금소요↑…국내 신평사 "대규모 손실에도 재무구조 우수"


SK하이닉스가 이처럼 대규모로 장기자금 조달에 나선 것은 최근 실적 저하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1조7012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 2012년 3분기(-240억원) 이후 10년 만의 적자 전환이다. SK하이닉스의 잉여현금흐름(FCF)은 일찍이 지난해 3분기(누적기준) 3조3000억원 규모 적자로 돌아섰다.


실적 악화는 PC·스마트폰 등 수요가 부진해지면서 메모리 수요가 줄고 제품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데서 비롯됐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장치산업으로, 인건비·감가상각비 등 고정비가 높은 비용구조를 띄는 탓에 SK하이닉스의 매출 하락은 그대로 대규모 적자로 이어졌다. 한국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매출원가·판매관리비 등 영업비용에서 인건비(15%)와 감가상각비(35%)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달했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달 초 SK하이닉스(BBB-)의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다만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SK하이닉스에 대해 기존의 평가(AA/안정적)를 유지했다. 대규모 손실에도 재무구조의 저하 정도가 크지 않은 데다가 투자감축 등으로 재무부담을 통제해나가겠다는 계획을 감안한 것이다.


원종현 한신평 실장은 "SK하이닉스는 대규모 분기 순손실에도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59.4%에서 4분기 말 63.9%로, 순차입금의존도는 같은기간 16.2%에서 18.8%로 일부 상승하는 데 그쳤다"며 "장기간 대규모 이익창출로 축적된 자본여력 등을 고려할 때 여전히 우수한 재무구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관건은 메모리반도체 업황의 반등 시점이다. 시장 안팎에서는 올해 하반기 이후 수급 상황이 개선되면서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업황 하락이 장기화될 경우엔 재무부담 증가 폭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정성훈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업황 하락 사이클이 장기화 될 경우엔 SK하이닉스의 재무부담 증가 폭이 신용평가사의 예상을 웃돌 수도 있어 수급변화와 메모리 가격 회복수준 등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메모리업체별 올해 투자계획.(자료=한국기업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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