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은행, '공기업'이 아니다
공적역할 외 사기업의 수익구조 및 경영방침 존중해야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1일 08시 3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공=각 금융그룹)


[딜사이트 이성희 차장]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을 일컫는 3고(高) 시대를 맞닥뜨리면서 경제 전반으로 금융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서 취약차주가 급증하면서 금융시스템 붕괴 우려까지 제기된다.


돈의 흐름이 막히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이기 때문에 금융 제1선에 있는 은행들의 역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연일 은행의 공적역할을 강조하며 자체적인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할 것을 주문했고, 시중은행들은 이자감면과 상환유예 등 최근 다양한 지원책을 발표하며 당국의 요구에 화답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최근 은행의 사회적 인식이 역할에 비해 나쁜 쪽으로만 흘러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금리인상기 예대마진으로만 앉아서 돈을 벌고 성과급 잔치를 하는, 조금 과하게 얘기하면 고리대 장사꾼마냥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대출의 문턱은 높아지고, 힘들게 빌린 돈에 대한 이자는 크게 뗀다. 단편적 사실만 놓고 보면 차주 입장에서 이렇게 괘씸할 수가 없다. 하지만 예대마진이 수익구조인 은행이 예대마진에서 수익을 올리지 않으면 돈은 어떻게 번단 말인가? 기준금리를 은행이 올린 것도 아니지 않나.


특수은행이 아닌 이상 은행도 수익성 증대가 제일 목적인 사기업이다. 모아들인 예금을 밑천으로 대출업무를 수행해 예금이자와 대출이자와의 차액을 이윤으로 흡수하는 은행자본의 본질을 잊으면 안 된다. 특히 은행지주사(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들은 증시에 상장돼 있다. 당연히 주주도 있다. 수익을 창출해 주주에게 환원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회사들이다. 수익성을 외면하면 주주들의 질타는?


최근 은행의 이미지를 안 좋게 만든 데에는 당국의 책임도 있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인사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은행의 경영에 감독당국의 입김이 과하게 닿고 있는 데다, 입맛에 따라 은행을 좌지우지하기 위해 경제침체 시기 예민한 사안들을 드러내 은행을 구석에 몰고 있다는 인상을 받고 있어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월13일 "은행권은 대출금리를 내릴 수 있는 재량이 있다"며 대출금리 인하를 권고했다. 같은 달 16일에는 "은행 예금 대출은 거의 3000만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일종의 대국민 서비스인데, 가령 발생한 이익의 3분의 1을 주주에게 환원하고 3분의 1을 성과급으로 한다면 최소한 3분의 1 정도는 우리 국민들 내지는 금융소비자 몫으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거슬러 올라가면 금융당국은 지난해 예대금리차를 좁히라고 은행권에 압박해 은행들이 일제히 예금금리를 인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자금이 은행 예금으로 쏟아지자 예금금리 인상을 자제하라며 입장을 번복했었다.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당국의 권고사항이지만 은행들은 빠르게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늘 권고사항이 내일 조치돼 보도자료로 배포되는 수준이다.


국민들의 소중한 재산이 예금이라는 은행 자본으로 사용되는 만큼 은행 경영에 대한 감독은 필수다. 하지만 감독방향이 경영간섭처럼 여겨지면 안 된다. 대한민국의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은행의 공적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사기업에 대한 경영 자율성을 인정해줘야 한다. 은행은 공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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