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리스크 점검]
대우조선해양
산은의 한계, 부실 회계·저가수주 악몽
②선가 떨어지는데 수주는 늘려, 코로나 이전 실적 회복 못해
이 기사는 2023년 01월 30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산업은행 체제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명과 암은 극명히 엇갈린다. 수조원의 자금지원은 물론, 이자비용 절감 등 수혜를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사업측면에서는 비전문가라는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산업은행이 구조조정 전문가 역할에는 충실했지만 조선업 경험이 일천했기 때문에 결국 대우조선해양의 추락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경기가 어려울 때에도 수주 잔고 채우기에 열중한 나머지 '저가 수주'를 남발한 점이 대표적이다. 오로지 경영 목표만 채우기 위해 외형을 불리다 수주 경쟁 주범으로 몰려 업계의 눈총을 받았다. 


지난 2015년 국회 정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회계 부정 의혹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주 채권은행이자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관리 부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흑자 기업이 1조 적자 기업으로 


지난 2014년 대우조선해양은 연결 기준 47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당해 경쟁사인 현대중공업이 3조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삼성중공업은 이익이 전년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던 것과는 대비되는 성적표다. 대우조선해양은 홀로 흑자를 내면서도 전년 대비 7% 성장해 이목을 끌었다. 


2년 뒤 대우조선해양은 무더기로 사업보고서를 정정한다. 이 과정에서 2014년 흑자가 아닌 5600억원 영업 적자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2013년 손익계산서 변동폭은 더 컸다. 4409억원 흑자 기업이 사실은 1조원대 적자 기업이었던 것이다.


당초 보고했던 14조578억원의 매출이 정정 후 13조5435억원으로 감소하는가 하면, 매출원가는 당초 보고했던 것 보다 3298억원 증가했다. 


매출을 부풀리고, 매출원가를 축소해 매출총이익이 늘어나도록 속인 것이다. 지난 2008년부터 2016년 1분기까지 제출한 실적 보고서가 모두 이같은 방식으로 부실하게 작성했다. 


이 기간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이었으며, 곳간 지기도 산업은행 출신이 맡았다. 총 3명의 산업은행 재무본부장 출신이 대우조선해양에서 3년 임기의 재경실장을 지냈다. CFO는 등기임원이기 때문에 이사회의 의사 결정에도 관여한다. 산업은행의 관리 부실을 꼬집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특히 뼈아픈 실책은 부실의 징후를 너무 늦게 파악했단 점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5년 상반기에만 3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해당 기간 매출원가가 8조8700억원으로 치솟으면서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당시만 해도 대우조선해양 수익의 과반수는 원유 시추 설비나 부유식 원유 생산 설비 등을 건조하고, 판매하는 해양플랜트 사업이었다. 2010년 초반 대거 수주한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이 났다. 매출이 원가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해양플랜트 사업에서만 2조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부실을 미리 파악할 수도 있었다. 대규모 손실 발생 직전인 지난 2014년 미청구공사 규모가 1년 전 보다 2조원 가량 증가한 7조3959억원에 달했다. 미청구공사란 선주에 아직 청구하지 못한 계약금이다.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원가가 오른 것은 건조기간이 지연된 영향이 컸다. 미청구공사가 늘어난 것도 공사기간이 늦춰지면서 제때 돈을 받지 못한 탓이다. 그만큼 손실 우려가 높아지는데, 대우조선해양은 두 손 놓고 있던 것이다.


◆불경기에도 수주 실적에만 몰두  


대우조선해양은 저가 수주의 악몽에 꽤 오랜 기간 시달렸다. 조선업 경기가 어려운 탓에 선가가 낮아졌지만 고정비를 상쇄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수주에 나섰고, 경쟁사들도 수주에 뛰어들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당시에는 업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묻지도 따지지 않고 수주를 했다"라며 "저가 수주에 앞장 선게 대우조선해양이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로 휘청이니 수주 실적이라도 채워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던 시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실적을 보면, 선가와 반대로 움직였다. 지난 2011년 대우조선해양은 27척의 컨테이너선을 수주했다. 지난 2010년 발주한 컨테이너선이 톤당 6500만달러였지만 2011년 수주한 컨테이너선은 톤당 6000만달러로 떨어졌다. 선가 하락과 관계없이 대우조선해양은 더 많은 컨테이너선 주문을 받았다. 반면 고부가가치 선으로 알려진 LNG선 신규 수주 실적은 2011년 9척, 2012년 4척으로 줄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저유가로 바닥을 친 LNG선을 2018년 18척 수주하면서 회복세를 보였지만, 가격은 1억8200만 달러로 2년전 1억9700만달러 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수익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최근 3년간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손익을 보면 2019년 2928억원에서 2020년 1534억원으로 감소한데 이어 지난 2021년에는 영업손실 1조7547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영업적자 규모는 조선 3사 가운데 가장 컸다. 2021년 매출이 전년 대비 36% 감소한 것이 대규모 손실의 주 요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연간 예상 매출액은 5조1751억원이다. 전년 대비 15%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코로나19 직전 연 매출이 8조원을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회복이 더딘 상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한화라는 새 주인을 맞게 되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작년부터 조선업 전반으로 수주가 늘고 있고 올해도 수익성 위주로 사업 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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