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리포트]
SK
최태원 지배력 키우기…긴 호흡으로 접근
① 최태원-SK㈜-중간 지주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이 기사는 2023년 01월 21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제공=SK)


[딜사이트 최지웅 기자] SK그룹은 200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지속적으로 지배구조 퍼즐을 맞춰왔다. 핵심 계열사를 분할하거나 흡수합병하는 식으로 지배구조에 변화를 줬다. 궁극적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지배력을 극대화하는 그림이 완성될 때까지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최 회장의 뜻대로 될지는 불투명하다. 예전처럼 주주들의 반발을 무시한 채 기업 총수에 유리한 지배구조를 형성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SK그룹도 이를 의식한 듯 긴 호흡을 갖고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다. 다소 오래 걸리더라도 미래 성장성이 높은 사업에 투자하는 등 핵심 계열사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역량을 모으고 있다. 


◆ 중간 지주사 중심 지배구조 박차 


SK그룹은 지주회사인 SK㈜가 SK이노베이션·SK스퀘어·SKC 등 사업 부문별 중간 지주회사들과 SK텔레콤·SK E&S·SK네트웍스 등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지배구조 최상단에는 SK㈜ 지분 17.5%를 보유한 최태원 회장이 자리 잡고 있다. 최대주주인 최 회장과 그의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6.5%) 등 특수관계인이 가진 SK㈜ 지분은 약 26%에 달한다. 


SK그룹이 그리는 지배구조는 길게 보고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1960년생인 최 회장의 리더십이 굳건한 만큼 시장 변화에 발맞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2015년 실질적인 그룹 지배회사 SK C&C와  SK㈜를 합병해 복잡한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할 때도 SK그룹은 신중했다. 


SK그룹은 과거 SK㈜ 위에 SK C&C가 군림하면서 '옥상옥' 구조라는 비판을 받았다. 기형적 지주회사 체제라는 지적에도 최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회를 엿봤다. 결국 SK C&C 시가총액이 SK㈜를 추월하는 상황에 이르자 온갖 추측이 난무했던 두 회사의 합병이 현실화됐다. 두 회사의 합병을 통해 최 회장의 실질적인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퍼즐이 맞춰져서다. 


(출처=신한투자증권)

SK그룹은 재계 2위로 성장하면서 비대해진 사업 구조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필요성에 직면했다. 최근 2년간 중간 지주회사 영향력을 키우며 SK㈜ 역할을 분담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 주력했다. 지난해 SKC가 지주회사 대열에 합류하면서 SK그룹은 3대 중간 지주사 체제를 구축했다. SK이노베이션, SK스퀘어, SKC 등 중간 지주회사들이 그룹 내 핵심 사업을 이끄는 형태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10월 배터리사업과 석유개발 사업을 각각 물적분할해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에너지·화학 기업을 넘어 고품질 연료와 친환경 플라스틱, 배터리·소재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그린 에너지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같은 해 11월 SK텔레콤에서 인적분할한 SK스퀘어는 유무선 통신 사업에 가려져 온전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자회사들의 성장을 이끌기 위해 출범했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SK텔레콤이 보유하던 비통신 자회사를 넘겨받아 순자산가치(NAV) 75조원 달성을 목표로 고군분투 중이다.


SKC는 중간 지주사로 전환한 후 자회사 합병을 추진하는 등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2월 1일 반도체 소재 개발 자회사 SK엔펄스(구 SKC솔믹스)와 무선통신장비 사업 계열사 SK텔레시스를 합병한다. SK엔펄스가 SK텔레시스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이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SKC는 반도체 및 배터리 소재 전문기업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 계열분리·이혼소송 등 지배구조 리스크 여전


SK그룹은 최태원 회장-SK㈜-중간 지주회사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다만 SK디스커버리의 계열 분리,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등 지배구조 근간을 흔드는 변수도 적지 않다.


최 회장의 사촌동생 최창원 부회장이 이끄는 SK디스커버리의 계열분리 가능성은 이미 20년 전부터 꾸준히 거론됐던 문제다.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계열분리가 가능하지만 SK그룹의 '따로 또 같이'라는 경영방침 아래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배구조상 SK㈜의 중간 지주회사 위치에 놓인 SK디스커버리는 2017년 말 존속법인 SK디스커버리와 신설 사업법인 SK케미칼을 인적분할해 탄생했다. SK그룹과 지분 관계가 없는 기업 집단으로 사실상 독립경영을 펼치고 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디스커버리 지분도 0.11%로 미미한 수준이다.


최대주주는 지분 약 40%를 보유한 최창원 부회장이다. 그는 SK그룹을 세운 故 최종건 창업주의 막내아들로 최태원 회장과는 사촌 관계다. 최 부회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SK케미칼 지분을 매입해 독자경영 기반을 다졌다. 현재 SK디스커버리는 SK그룹 안에서 소그룹 형태로 운영되며 계열분리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SK디스커버리의 계열분리가 시간문제라고 평가하지만 현실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SK디스커버리가 SK 브랜드를 버리고 계열분리했을 때 얻게 되는 이점이 크지 않아서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도 잠재적인 지배구조 리스크로 여겨진다. 노 관장이 이혼소송을 통해 위자료 3억원과 함께 최 회장이 가진 SK㈜ 주식에 대한 재산분할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1심 선고 당시 재판부가 밝힌 최 회장 보유 SK㈜ 주식은 총 1297만5472주(지분율 17.37%)다. 이중 절반가량을 분할해 달라는 노 관장의 청구가 인용될 경우 최 회장의 지배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재판부는 노 관장의 청구를 기각했다. 서울가정법원은 지난달 6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로 1억원을, 재산분할로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노 관장이 요구한 SK㈜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판단해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후 재산분할에 불복한 노 관장 측이 항소를 제기했다. 이어 위자료 지급에 불복한 최 회장 측도 맞항소장을 제출했다. 두 사람의 이혼소송이 계속되면서 지배구조 리스크도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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