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리포트]
LX
속도 붙는 CVC 설립, 구연제 역할은
②벤처투자 경험·유의미한 지분 동시 확보…"벤처캐피탈 운영 핵심축 될 듯"
이 기사는 2023년 01월 20일 10시 2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양해 기자] LX그룹이 기업형벤처캐피탈(CVC)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LX벤처스'라는 상호를 가등기 하는 등 설립을 어느 정도 가시화했다는 평가다. 동시에 그간 벤처캐피탈에서 투자심사 경험을 착실히 쌓아온 장녀 구연제씨가 CVC 출범 후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LX그룹의 지주사 LX홀딩스는 지난해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 등기국에 상호 가등기를 신청했다. 상호 가등기는 상호를 선정하고 보전하기 위한 등기다. 상법등기법 제29조에 따라 상호가 등기된 것으로 간주된다. 업계에선 단순 상표권 등록을 넘어 가등기 신청까지 이뤄졌다는 점에서 LX홀딩스의 CVC 설립 가능성을 높게 전망하고 있다.


가등기 후 본등기를 할 때까지 주어지는 기한은 6개월이다. 이에 따르면 LX홀딩스는 지난해 10월까지 본등기를 마쳤어야 한다. 그러나 LX홀딩스는 'LX벤처스'에 대한 본등기 기한을 오는 4월까지 한 차례 연장해둔 상황이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가등기 연장 기한은 최대 2년이다. 늦어도 내년 4월 이전에는 LX벤처스 사명을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CVC는 법인이 대주주인 벤처투자 전문회사다. 그동안 지주사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CVC를 보유할 수 없었지만, 2021년 12월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며 규제가 완화됐다. LX홀딩스가 CVC 설립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이때부터다. 작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금융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며 물꼬를 텄다.


LX홀딩스의 CVC 설립이 구체화되면서 구본준 회장의 두 자녀가 향후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하는 시선도 많다. 구 회장은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장남인 구형모 부사장(1987년생)과 장녀 구연제씨(1990년생)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건 연제씨 쪽이다. CVC 운영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벤처캐피탈 업계에 상당 기간 몸담고 있는 까닭이다.


이화여대 공연예술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한 연제씨는 처음부터 벤처투자 업계에 발을 담갔다. 범(凡) LG가로 분류되는 벤처캐피탈 LB인베스트먼트에서 인턴 생활을 마친 뒤 마젤란기술투자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직급은 팀장으로 입사 후 줄곧 투자심사역으로 근무했다. LG전자와 LX그룹 내에서 경영수업 과정을 밟고 있는 구 부사장과는 결이 다른 행보다.


연제씨는 현재 마젤란기술투자에서 콘텐츠, 리테일, 라이프스타일 관련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전공지식과 기획·마케팅 실무 역량을 살려 투자 기업을 직접 발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마젤란기술투자는 LX그룹과도 연관 있는 회사다. 구 회장의 외사촌인 하국선씨가 실질적인 최대주주다. 하씨는 본인이 지분 97%를 보유한 코멧네트워크를 통해 마젤란기술투자를 지배한다. '하국선→코멧네트워크→마젤란기술투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1월 현재 벤처펀드 운용자산(AUM) 규모는 1000억원 안팎이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구 팀장이 마젤란기술투자로 이직한 건 LX그룹과의 연관성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둔 결정으로 보인다"며 "마젤란기술투자의 투자 여건이 트랙레코드(track record)를 쌓는 데 적어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업계에서 직접 겪어본 구 팀장은 성실하고 꼼꼼한 성격을 가진 심사역"이라고 평가했다.


연제씨가 앞서 유의미한 수준의 LX홀딩스 지분을 확보했다는 점도 향후 CVC 합류를 기대케 하는 요인이다. 구 회장은 1년여 전 두 자녀에게 LX홀딩스 주식 1500만주를 증여했다. 구 부사장에게 850만주, 연제씨에게 650만주를 각각 나눠줬다.


이 과정에서 연제씨의 지분은 0.26%에서 8.78%로 크게 치솟았다. 범 LG가의 '장자승계 원칙'에 따르면 구 부사장이 경영권을 이어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벤처투자 등 특정 영역에서는 연제씨의 역할이 작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한 관계자는 "범 LG가 여성 대부분은 결혼 뒤 전업주부로 지내왔지만, 연제씨는 왕성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데다 유의미한 지분도 증여 받았다"며 "일각에서 예상하는 것처럼 연제씨가 향후 CVC 부문을 중심으로 독립할 수 있다는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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