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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태영 KB證 본부장 "올해 회사채시장 키워드는 기회"
작년 회사채 시장 위축에도 대표주관 1위 이끌어…"채안펀드 역할 확대해야"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2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태영 KB증권 기업금융1본부장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지난해 11월 말 회사채 시장의 '침묵'을 깨고 하이투자증권·SK㈜·SK텔레콤이 연이어 수요예측에 나섰다. 대표 주관업무는 모두 KB증권이 단독으로 맡았다. 당시는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LG유플러스, 한화솔루션, 한온시스템 등 신용등급 AA급 우량기업들의 연쇄적인 미매각이 발생, 회사채 시장이 '개점휴업' 상태에 돌입한 지 한 달여가 지난 시점이었다.


KB증권의 과감한 베팅은 '하이리턴'으로 이어졌다.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하이투자증권, SK㈜, SK텔레콤 모두 모집액 대비 3~6배 이상의 투자수요를 끌어모아 연이은 흥행을 쳤다. 온기가 시작된 회사채 시장은 새해 기관투자가들의 조(兆) 단위 매수행진으로 이어졌다. 시장의 흐름이 바뀐 것이었다.


주태영 KB증권 기업금융1본부장은 12일 딜사이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해 말 하이투자증권을 시작으로 SK㈜, SK텔레콤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모두 성사시키면서 시장의 변곡점을 만들어냈다"며 "거창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이러한 역할도 1위 사업자에게 주어진 책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채자본시장(DCM) 전통의 명가로 불리는 KB증권은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이 거듭되면서 금융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2022 딜사이트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해 약 7조4554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대표주관 실적을 확보, 연간 DCM 주관 1위를 기록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수요예측을 거쳐 발행된 일반 회사채(SB) 기준이다. 수요예측을 진행하지 않는 금융채, 자산담보부증권(ABS), 신종자본증권(COCO) 등은 집계에서 제외됐다.


◆ 6년 만에 순상환 돌입한 회사채 시장…DCM 대표주관 1위 달성


주 본부장은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크레딧 스프레드(회사채와 국고채 간 금리 차)도 크게 확대됐고, 계속해서 투심이 위축되면서 연말에는 유동성이 마르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며 "수요가 없으니 기업들도 회사채 발행 엄두를 내지 못해 수년간 순발행 기조를 보여왔던 회사채 시장이 지난해 6년 만에 순상환 기조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위기감이 엄습한 시장 속에서 KB증권은 NH투자증권과 대표주관 1위를 놓고 접전을 펼쳤다. 특히 지난해 3분기엔 NH투자증권이 KB증권을 꺾고 분기 실적 기준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당시 누적 기준으로는 KB증권이 앞섰지만, 격차는 3500억원 수준에 그쳤다. 4분기 중 1~2건의 대표주관 실적만으로도 양사의 연간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NH투자증권은 4분기에도 한온시스템 단독 대표주관 등을 토대로 KB증권의 뒤를 바짝 쫓았다. 치열하던 양사 간 경쟁은 '레고랜드 사태'로 지난해 10월 회사채 시장의 자금경색이 심화되면서 '올스톱'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하이투자증권, SK㈜, SK텔레콤의 회사채 발행이 균열을 일으켰다. KB증권은 이들 3개 발행 건에서만 9000억원 규모의 대표주관 실적을 단독으로 확보, 1위를 확정지었다. 연간 대표주관 실적에서 NH투자증권(약 6조7359억원)과의 격차가 7000억원을 소폭 웃돌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발행 건은 연간 순위를 가른 결정적인 딜(deal)이었다. 주 본부장은 "시장이 어려울수록 기업들도 가장 실력이 좋은 파트너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절반은 시장이 호전될 것이라는 예상으로, 절반은 리스크를 안고 베팅한다는 생각으로 세 회사의 단독 대표주관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이투자증권은 모회사 지급보증을 받은 데다가 만기가 짧아 흥행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면서 "SK㈜와 SK텔레콤은 신용등급이 우량한 데 비해 발행금리가 높게 책정돼 연기금 등을 상대로 충분히 세일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 "채안편드 매입대상 A급까지 확대, 비우량기업 자금경색 도와야"


주 본부장은 올해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새해 들어 KT·이마트·포스코·LG유플러스 등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 발행사들이 줄줄이 조 단위 투자수요를 받으면서 시장이 회복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신용등급 A급 기업에 대한 투자수요는 미미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데다 경기침체 우려까지 확산하고 있어 실적 저하가 우려되는 비우량 기업에 선뜻 투자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주 본부장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의 역할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50조원+알파(α)' 규모의 시장안정대책을 내놨고, 이 가운데 20조원 규모가 채안펀드로 배정됐다. 필요할 때마다 금융권으로부터 투자자금을 조성하는 '캐피탈콜' 방식으로 현재까지 11조원이 조성됐고, 4조5000억원 가량이 소진됐다. 채안펀드의 매입대상은 AA급 이상 회사채에 한정된다. 시장 안정에 방점이 찍혀 있다 보니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도 발행사의 개별민평 금리 이하로는 참여할 수 없다.


그는 "최근 기관투자가들의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채안펀드에 배정이 안 될 정도로 발행금리가 내려가 버렸다"면서 "어차피 AA급 회사채를 사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매입대상을 A급 회사채까지 확대해 비우량기업의 자금경색을 돕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로 금융시장이 위축됐을 당시에는 한국은행까지 나서서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를 가동해 A급 이하 회사채를 사들이기도 했다"면서도 "지금은 유동성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지원책이 병행되는 방식이기에 이같은 추가적인 대책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채안펀드가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 본부장은 올해 회사채 시장의 키워드를 '기회'로 꼽았다. "올해 높은 금리가 지속될 것이고 경기침체 우려도 확대되고 있지만 이는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위기"라면서 "위기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준비하고 있다면 충분히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채 금리가 시장의 상황들을 반영해 충분히 고점을 형성했고, 추가적인 금리 인상 폭도 제한적인 수준일 것"이라며 "지난해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올해는 증권사들은 물론, 발행사와 투자자들 모두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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