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철수설' SK온, 유럽 배터리공장 50개
포드와 합작법인 설립 논의 난항…금리 인상·전기료 폭등 등 시장 악화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SK온의 배터리2공장 전경. (제공=SK온)


[딜사이트 박휴선 기자] 에스케이온(SK온)이 튀르키예(구 터키)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설립하려고 했던 계획을 철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초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아나톨리아 반도에 위치한 튀르키예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신설해 주변 나라들까지 공략하겠다는 목표였지만, 이미 유럽에 보유하고 있는 SK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만 50개인데다가 포드와의 협상에 차질이 생겨서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고금리에 따른 자금조달 난항,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의 수요 위축 등도 이유로 꼽힌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미국 완성차 업체인 포드와 튀르키예 제조 대기업인 코치와 함께 튀르키에 수도 앙카라에 3조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지을 예정이었다. SK온 측은 해당 사업 건에 대해 지난해 3월부터 10개월간 협의를 진행해왔지만 지금까지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한 곳인 SK온은 지난해 3월 포드, 코치와 3자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튀르키예 앙카라 지역에 합작공장을 세워 2025년부터 연간 30∼45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이다. 전기차 납품 기준으로는 40만~60만대 규모다.


SK온에게는 미국 내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에 이어 포드와의 두 번째 합작법인 추진이었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유럽 첫 합작법인 사례로도 주목받았다. 계약 발표 당시 스튜어트 롤리 포드 유럽 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 및 공급을 한 단계 끌어올릴 업계 최고의 합작 투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자금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다. SK온은 오는 2024년 양산 예정인 중국 옌청 2공장·헝가리 이반차 공장의 건설을 위해 수조 원대의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옌청 2공장은 SK온의 중국 내 첫 단독 생산거점이 될 공장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럽 전기료 폭등도 영향을 미쳤다. 유럽에서는 전기료 인상으로 최근 전기차 유지비가 내연기관차보다 높아지는 등 친환경차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영국 온라인 차량판매 사이트 오토트레이더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전기차 구매 문의는 전체의 27%를 차지했지만 에너지 가격(전기요금)이 오르면서 11월에는 19%까지 떨어졌다.


SK온 관계자는 "SK온은 충남 서산을 비롯해 미국, 중국, 헝가리 등에 공장을 갖고 있다"며 "유럽에 있는 SK온 배터리 공장만 이미 50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3월 MOU 이후 튀르키예 합작법인(JV)건을 협의하면서 튀르키예 주변 국가들과 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 확장을 구상했으나 현재까지 논의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협상 중단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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