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반도체 본질은 '타이밍'
반도체 경쟁, 국가 미래 걸린 싸움
이 기사는 2023년 01월 04일 11시 0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민기 차장] 바야흐로 반도체 전쟁이다. 영원한 1등도, 영원한 2등도 없다. 반도체 세계 1등 자리를 놓고 각국이 벌이는 전쟁은 21세기의 새로운 경제 패권 다툼이다.


2023년 계묘년은 한국의 반도체 전쟁에서 매우 중요한 해다. 언제나 반도체 치킨 게임의 승자는 최악의 반도체 불황을 맞았을 때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는 기업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이번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안전벨트를 단단히 조였다. 비상경영에 돌입했고 6년만에 사장단 회의를 단행하면서 위기 극복을 위해 머리를 싸맸다.


특히 올해는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창업 회장이 1983년 반도체 시장 진출을 선언한 지 꼭 40년 되는 해다. 이건희 선대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한 지 30년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재용 회장이 회장을 취임하고 맞는 첫해다.


이병철 회장이 반도체산업을 시작해 '패스트 팔로어'가 됐다면 이건희 회장이 '퍼스트 무버'로 앞서 나갔고 이재용 회장은 이제 새로운 승부수로 반도체 세계 1위를 이끌어야 한다. 


하지만 상황은 쉽지 않다.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각 국가들은 반도체 공급 불안을 경험하면서 반도체 자국 우선주의로 돌아섰고,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다툼은 신 냉전시대의 전략 싸움을 방불케 한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제지하기 위해 수출 규제까지 단행했고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기지인 한국과 대만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높아지면서 보이지 않는 수싸움도 치열해졌다.


각 국가별 보호주의 움직임도 강해지고 있다. 미국은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 25% 세액공제를 받도록 한 '반도체칩과 과학법'(칩스법)을 제정했다. 반도체 시설 신설·확장·현대화에 향후 5년간 520억달러(약 67조원)의 보조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은 구마모토현에 TSMC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면서 건립비용 11조 6600억원(1조2000억엔)의 40%에 달하는 돈을 보조금으로 지원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정부도 반도체 기업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도 뒤늦게나마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추가 상향키로 했다. 지난해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대기업 세액공제를 현행 6%에서 8%로 확대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의결했지만 부족하다는 지적이 거셌다. 이에 정부가 나서서 대·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5%로 상향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업계에서는 이정도 세액공제율 상향 정도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얼핏 보면 기본 세액공제율(15%)에 추가 공제율(10%)을 적용하면 대기업 공제율이 최대 25%까지 오르지만 착시 효과라는 말이 많다.


추가 공제율은 3년 평균 대비 투자액 증가분만 두고 계산하는 만큼 전체 투자액과는 별도로 산출된다. 지난 3년간 투자액이 없는 등 일부 특수 조건을 제외하면 사실상 25%의 공제율을 기대할 수 없다. 또 25%를 적용하더라도 미국과 같은 수준이다 보니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최소 조건을 갖춘 것뿐이라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반도체 매출 세계 1위' 자리를 대만 TSMC에 내줬다. 삼성전자는 2021년 3분기부터 지난 2022년 2분기까지 네 분기 연속으로 반도체 매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에 매출 1위를 처음 내줬다.


아무리 삼성전자라고 하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되는 건 한 순간이다. 이건희 선대 회장도 생전에 "삼성이 반도체 사업으로 세 번 망할 뻔 했다"고 밝혔었다. 


극심한 호황과 불황을 오가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지옥 같은 터널을 지날 때 공격적인 투자와 인재 영입으로 위기를 극복했지만 조금이라도 타이밍이 늦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정치권 역시 세수 확보라는 눈앞에 이익에 눈이 멀어 반도체 업(業)의 본질을 모른 채 '타이밍'이라는 큰 그림을 놓치면 안된다.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 사업의 본질로 '타이밍'을 강조했다. 반도체업체들의 스피드 경쟁으로 결정이 하루나 일주일 단위로 늦어지면 추후 몇 십조원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이재용 회장은 뚜렷한 신년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대를 이은 공격적인 투자로 반도체 사업을 이끌어온 삼성이 '뉴삼성'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과거와 달리 변화를 향한 뚜렷한 메시지가 필요하다. 2023년 뉴삼성이 위기를 극복하고 앞으로 수년 뒤에도 지금의 지위를 유지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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