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 "위기극복" 한 목소리
위기 속 그룹 총수들 굳은 표정으로 말 아껴
경영 새판 짜기에 속도...현장으로 해법 찾아 나서
윤석열 대통령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주요참석자들과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하 대구상의 회장, 추경호 경제부총리,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윤석열 대통령,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 이재용 삼성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권혁홍 신대양제지 대표)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올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어려운 경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도전 정신을 통한 신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하자고 입을 모았다. 사상 초유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재계 총수들은 새해 벽두부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3와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등에 각각 참석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선다. 또한 글로벌 경제침체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 정·재계 한자리 모여 '위기극복' 공감대  


윤석열 대통령과 5대 그룹 총수들은 2일 2023년 계묘년 새해를 맞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총출동했다. 5대 그룹 총수가 신년인사회에 모두 모인 것은 지난 2020년 정부 신년합동인사회 이후 3년 만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다시 힘차게! 희망의 대한민국!'이란 주제로 2023년 경제계 신년인사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추경호 부총리 등 경제계·정부 인사 500여명이 참석했고 새해 인사와 덕담을 나누면서 우리 경제의 재도약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 허태수 GS 회장, 권오갑 HD현대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구자은 LS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도 참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등 경제 위기가 가시화되는 상황은 그룹 총수들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새해 경영 구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면서도 굳은 표정으로 말을 아꼈다. 총수들은 퇴장 시에도 말을 아낀 채 행사장을 떠났다. 재계 인사들을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과 경제단체 관계자, 부처 장관 등이 총출동한 합동 행사인 점을 감안해 최대한 말을 아꼈다. 


이날 최 대한상의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올해 우리가 마주한 경제 여건은 녹록지 않다"며 "지정학적 리스크, 공급망 불안, 경제안보 질서 변화 등 결코 녹록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와 기업이 다시 한번 원 팀(One Team)이 돼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가는 2023년이 됐으면 좋겠다"며 "무엇보다 수출 확대에 민과 관이 힘을 더욱 모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총수들 신년사 통해 위기극복 방안 제시


이날 주요 그룹 총수들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경영 계획 새판 짜기에 대해 강조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세계 경제가 침체될 것이란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은 수원 삼성 디지털 시티에서 시무식을 열고 "고객의 마음을 얻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 기술 경쟁력 확보에 전력을 다하자"며 "위기 때마다 더 높이 도약했던 지난 경험을 거울삼아 다시 한번 한계의 벽을 넘자"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5대 그룹 총수 중 가장 먼저 신년사를 낸 구광모 회장도 매년 강조했던 '고객 가치' 경영을 재차 앞세웠다. 구 회장은 지난달 20일 신년사를 통해 "2023년은 여러분이 LG의 주인공이 돼 '내가 만드는 고객가치'를 찾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며 "전 세계 모든 LG인 한 사람, 한 사람의 고객가치를 모아 고객의 삶을 바꾸는 감동과 경험을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은 '변화'와 '혁신'을 통해 위기 돌파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신 회장은 "새로운 영역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노력해야 한다"며 "단순히 실적 개선에 집중하기보다 기존의 틀을 깨부수고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도전 정신'을 역설했다. 김 회장은 "한 걸음도 내디디기 어려운 극한의 상황에서도 멈추거나 움츠러들기보다는 내일을 꿈꾸며 100년 한화를 향한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며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함해 지속적인 신사업 확장과 사업 재편 같은 미래 지향적 경영 활동을 지원할 새로운 조직문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허태수 회장은 현재의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인재'라고 피력했다. 신년사를 통해 최고경영진부터 현장 직원까지 조직 전반에 걸쳐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사실상의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도 담았다. 허 회장은 "사업 환경의 변화는 유례없는 장기 침체의 시작을 예고하고 있다"며 "위기 극복의 지혜와 기업의 생존이 자발적으로 혁신하는 현장의 인재들에게 달려 있다"고 밝혔다.


◆ 연초부터 이어지는 분주한 행보  


재계 총수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새해부터 분주한 행보를 이어간다. 이재용 회장은 오는 16∼20일 전 세계 정·재계 인사들이 총출동하는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회장도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3과 다포스포럼에 참석한다.


정의선 회장은 5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오는 3일 오프라인 신년회를 열고 직접 신년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돌파구로 고객 신뢰에 기반한 연구개발 역량과 기술력 강화를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지금까지는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신년회를 개최해 왔으나, 새해에는 미래 핵심 원천 기술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대내외에 강조하기 위해 신년회 장소로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를 낙점했다.


김동관 부회장도 다보스포럼 단골 참석자다. 김 부회장은 10년 넘게 포럼을 방문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기업인 중 유일하게 윤 대통령이 파견한 '다보스 특사단'에 파견되며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정의선 회장과 구광모 회장, 신동빈 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등도 다보스포럼을 방문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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