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몸사리는 금융지주, 떨고 있는 벤처업계
벤처투자 심리 악화에 리스크 관리 강화···'모험자본' 공급 감소세
이 기사는 2023년 01월 03일 08시 3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대비해 모험자본 공급 확대로 사업체질을 바꿔내겠다", "모험자금 공급이 자본시장 중심으로 전환되도록 노력하겠다."


지난 2022년 초 금융권에서 나온 신년사다. 금융지주에서는 벤처투자 등 모험자본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공급자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로 금융지주는 최근 몇 년간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설립하거나 기존 VC를 인수했고 은행, 증권, 캐피탈 등 타 VC의 펀드에도 자금을 출자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신한금융과 NH농협금융은 각 계열사가 출자해 벤처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스타트업에게 사무실을 임대하고, 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도 지속해왔다. KB금융지주 KB이노베이션 허브, 신한금융지주 스퀘어브릿지, 하나금융지주 하나원큐애자일랩, 우리금융지주 디노랩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VC 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도 지속적으로 인수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최근 벤처투자 심리 악화, 모태펀드 예산 감축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 금융지주의 벤처투자 의지는 꺾인 듯하다.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여러 지원은 이어가되 직접투자 비중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알려졌다. 각 계열사를 통해 한 해 수천억원의 자금을 출자하던 금융지주도 올해는 벤처펀드 출자 '자제령'을 내렸다고도 한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자금관리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셈이다.


VC업계에 자금줄 역할을 했던 캐피탈 회사들도 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 여력이 없다. 모험자본을 확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VC, 벤처기업들로서는 점차 비빌 언덕이 없어지고 있다.  


'유동성 잔치'가 끝나면서 금융 여건이 급격히 반전되는 변곡점에서 금융지주도 이전보다 모험자본 투자에 보수적인 시각을 견지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벤처투자 시장은 지속적인 공급과 육성이 필요한 분야다. 스타트업이 산업 내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안착할 때까지 이른바 '죽음의 계곡' 극복의 발판이 돼줘야 한다. 시장의 부침에 따라 지원을 중단하고, 투자가 활성화된 시점에서 출자를 늘리는 등 트렌드를 따라가서는 시장에서 성과를 얻기 어렵다.


벤처기업의 특성상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성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명맥이 끊긴 시장에서 다시 지원과 투자를 이어나가기는 어렵다. 모험자본을 통해 시장의 구원투수가 돼준다면 위기를 통과한 벤처기업의 과실을 가장 크게 누릴 수 있는 곳도 금융지주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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