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못쓰는 통신규제]
무용지물에 가까운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
② 2023년 알뜰폰 도매대가 최대 20% 인하…주력 요금제는 빠져
이 기사는 2023년 01월 02일 08시 0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LG유플러스)


[딜사이트 최지웅 기자] 2023년 알뜰폰 요금이 최대 20%가량 저렴해진다. 정부가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매대가 인하를 추진해서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를 의식해 일부 요금제에만 도매대가 인하가 적용되는 등 여러 면에서 불편한 현실이 확인된다. 알뜰폰 지속 성장을 위한 정부 의지가 부족한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도매제공 의무 사업자인 SK텔레콤과 협의해 도매대가 인하를 이끌어냈다. 정부는 매년 협상력이 낮은 알뜰폰 사업자를 대신해 SK텔레콤과 도매대가 산정방식을 논의해 왔다.


도매대가는 알뜰폰 사업자가 이동통신 3사 통신망을 임대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사용료를 말한다. 도매대가가 낮아지면 알뜰폰 사업자들의 이익률이 높아진다. 그렇게 되면 이용자 입장에서는 보다 저렴한 요금제 출시를 기대할 수 있다. 도매대가는 크게 3G 요금제에 적용되는 '종량제'와 LTE·5G 요금제에 적용되는 '수익 배분' 방식으로 나눠진다.


SK텔레콤은 내년부터 음성 및 메시지 데이터 등 사용한 만큼 대가를 지불하는 종량제 도매대가를 약 20% 인하한다. 음성은 분당 8.03원에서 6.85원으로, 문자는 1메가바이트(MB)당 1.61원에서 1.29원으로 낮아진다. 


3G 요금제에 적용되는 종량제는 20%가량 인하되지만 정작 대다수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LTE, 5G 요금제의 수익배분 대가율은 1~2% 포인트 인하되는 수준에 머문다. 일례로 알뜰폰 사업자가 월 5만5000원의 5G 10GB 요금제를 임대하기 위해 SK텔레콤에 지불하는 도매대가는 3만3000원이었다. 그런데 올해 수익배분 비율이 1%포인트 낮아짐에 따라 해당 요금제를 3만2450원에 빌릴 수 있게 된다. 

인하되는 요금제도 제한적이다. 인하되는 요금제는 LTE·5G 통틀어 총 7종으로 한정됐다. 


알뜰폰 업계는 아쉽다는 반응이다. LTE 11GB 등 일부 인기 요금제들이 인하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 알뜰폰 사용자중 데이터 사용량 증가로 10~30GB 구간 요금제에 대한 수요가 크다. 하지만 망을 대여해주는 이동통신사들이 가입자 이탈을 우려해 도매대가 인하를 꺼리고 있다. 


SK텔레콤이 알뜰폰 사업자에게 도매로 제공하는 LTE, 5G 요금제의 수익배분 대가율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LTE 요금제는 알뜰폰 사업자들의 수익배분 대가율이 40%대도 있어 그나마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나온다. 


문제는 수익성이 높은 5G 요금제는 수익배분 대가율이 60%대가 넘고 있다는 것이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5G 요금제의 수익배분 대가율은 인하를 해도 60%대에 이른다. 


업계 한 관계자는 "5G 요금제는 도매대가와 마케팅비 등을 빼고 나면 사실상 남는 게 없다"며 "충분히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큰 폭의 도매대가 인하가 요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통신 3사가 선택약정을 통해 요금을 25% 할인해주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지금과 같은 도매대가 비율로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알뜰폰은 2010년 처음 도입된 이후 가성비를 앞세워 꾸준히 성장해 왔다. 올해 10월 기준 알뜰폰 가입자는 1246만명이다. 전체 이동통신 시장 가입자의 16.3%를 차지한다. 하지만 알뜰폰 시장 매출액은 전체 이동통신 시장 대비 5% 수준에 머물러있다. 영업이익도 계속 적자 상태다. 


게다가 중소기업과 소비자를 위해 열어둔 알뜰폰 시장에 이동통신 3사의 자회사들이 주도권을 장악하면서 도입 취지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동통신 3사의 알뜰폰 자회사는 SK텔링크, KT엠모바일, KT스카이라이프, LG헬로비전, 미디어로그 등 총 5개사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5개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절반을 넘어섰다. 2019년 37.1%, 2020년 42.4%, 지난해 50.8%로 빠르고 늘고 있다.


알뜰폰 시장이 이동통신 3사의 부수적인 먹거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 3사가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시장을 장악하면서 중소 업체들의 설자리가 점점 사라지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며 "알뜰폰 도입 취지를 되살리기 위한 정부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제도적 기반을 다지고 다양한 지원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향후 20~30GB 등 5G 평균 사용량을 고려한 요금제 도매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 개발을 진행한다. 아울러 중소·중견 알뜰폰 사업자 비용 부담을 줄이고, 저렴한 요금제 출시를 유도하기 위해 전파사용료 면제 기간을 내년까지 연장한다. 지난 9월 일몰된 도매제공 의무제도도 유효기간 연장을 추진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번 알뜰폰 활성화 방안에 따라 알뜰폰 업계가 경쟁력을 제고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 지원할 예정이다"며 "향후 인수합병 등을 통해 개별 알뜰폰사의 경쟁력이 보다 향상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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