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셋+]
HD현대그룹
정체된 매출, 게임 체인저는 'LNG선'
②현대重 3년째 8조원대 매출, 지난해 8606억 손실
저가수주·코로나 털고 '수퍼사이클' 기대
이 기사는 2022년 12월 30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LNG선.사진제공/현대중공업


[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선박을 띄울 때 중요한 것은 '선박 평형수'다. 짐을 싣고 나면 탱크에서 물을 빼고, 반대로 짐을 내리면 탱크에 물을 채워 균형을 유지한다. 선박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다보니 사람으로 따지면 선박 평형수는 중추와도 같다. 


HD현대그룹의 평형수는 조선해양 계열사가 묶인 '한국조선해양'이다. 매분기 마다 대규모기업집단은 계열회사의 재무, 손익, 계열사간 거래 규모 등을 공시하는데, 해당 공시의 대표회사도 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 'HD현대'가 아닌 한국조선해양이다. 


한국조선해양의 핵심 자회사는 현대중공업이다. 한해 현대중공업의 매출이 8조원에 달하는 반면,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은 2조~4조원에 불과하다. 현대중공업의 성적에 따라 한국조선해양의 가치도 좌우된다.

 

자료제공/현대중공업

◆수주절벽·원가상승, 수익성 발목


최근 3년간 현대중공업의 연매출을 보면, 2019년 8조7131억원, 2020년 8조3102억원, 2021년 8조3040억원로 8조원대에서 정체됐다. 보통 선박을 건조하기까지 1~2년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그해 수주한 선박은 바로 매출에 반영되지 않고 다음해나 그 다음해에 반영된다.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에도 매출이 전년 수준 보다 크게 줄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016년은 조선업 사상 최악의 암흑기로 당시 현대중공업의 수주량은 126만GT(총 톤수)였다. 이듬해 수주량은 636만4000GT로 회복했고, 2018년에도 625만8000GT를 기록해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순항하던 수주 실적은 2019년부터 흔들리기 시작해 2020년 팬데믹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그동안 전세계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했으나 2019년 중국에 밀린 것이다. 2019년 현대중공업 수주량은 전년 대비 29% 감소한 447만3000GT를 기록한데 이어, 2020년 코로나 확산으로 주요 해운사의 선박 발주가 지연되면서 수주량은 387만7000GT로 급감했다. 


수주절벽으로 수주잔고는 2019년 11조3245억원에서 이듬해 10조3932억원으로 감소했으나, 2021년 16조6503억원으로 회복했다. 하반기들어 유가가 상승하면서 발주를 재개한 영향이다. 2021년에는 844만4000GT로 수주량을 끌어올렸지만, 이번에는 저가 수주와 높은 원가가 발목을 잡았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1월 기준 선가지수는 2018년 129.99포인트에서 20201년 11월 125.06포인트로 낮아졌다. 낮은 가격에 신규 수주한 물량은 건조 후 매출에 반영되도 수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익성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철광석, 유연탄 등 후판의 원재료 가격은 지난 2019년 톤당 71만6000원에서 지난해 112만1000원으로 상승했다. 매출액 대비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2021년 103%에 달해 매출총이익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지난 2019년 2164억원에서 2020년 325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8006억원 영업손실을 입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지난 2021년 증시에 상장할 때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글로벌 조선사를 압도하는 연매출 규모에도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눈높이를 낮췄다. 확정 공모가액 6만원 기준 현대중공업의 PBR은 1배 미만이었다. 


◆경쟁사 보단 빠른 '턴어라운드' 예상


올해 현대중공업은 반등을 노리고 있다. 게임체인저는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선이다. 대형 유조선의 선가가 1억2000만 달러라면, LNG선은 2억4800만 달러로 두배 수준이다. 


환경 규제와 더불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LNG 해상 운송 수요가 뛰면서 LNG운반선 신규 발주가 두드러졌다. 특히 LNG 운반선을 만드는 경쟁력은 전세계에서 한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올해 발주한 LNG 운반선 가운데 75%는 국내 대형 조선사가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이 올해 1~11월 누계 신규 수주한 LNG선은 23척으로 전년 동기의 18척 보다 늘어났다. 수주 호황으로 LNG선 수주잔량은 52척으로 1년 새 두배 증가했다. 


연초 현대중공업은 올해 연간 매출 목표를 10조1750억원으로 제시했다. 현대중공업이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17년이 마지막이다. 현대중공업이 잠정 집계한 11월까지 매출이 8조원을 넘어서면서 목표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상대적으로 선가가 높은 LNG선 중심으로 수주를 확대하는 한편, 저가 수주 물량도 경쟁사 대비 빠르게 소진할 것으로 관측됐다. 


한국기업평가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3사의 수주시점별 수주잔고를 토대로 추정한 결과, 현대중공업은 내년 2분기 저선가 시기 수주 물량을 20% 수준으로 축소할 전망이다. 반면 같은 시기 삼성중공업은 저선가기 물량 비중이 60%, 대우조선해양은 50%로 상대적으로 현대중공업 보다 흑자 전환 시점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됐다.


시장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올해까지 적자를 이어가다 내년에는 연결 기준 423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김종훈 한국기업평가 평가3실 책임연구원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은 저선가기 물량 비중이 내년 상반기 중 크게 축소될 것"이라며 "직고용 인력과 협력업체의 외주 경비 통제가 내년 원가 측면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나, 수주잔고 측면에서는 이미 턴어라운드 요건을 충족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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