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연의 2022]
북미‧유럽
커머스 밀고 웹툰‧웹소설 당기고
글로벌 중고 거래 시장 선점 승부수…웹툰과 웹소설 기반은 탄탄, 수익성은 과제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6일 10시 0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10월 4일 포쉬마크 인수 결정에 관련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출처=네이버 밴드 동영상 캡쳐)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5년 안에 글로벌 사용자 10억명과 매출 15조원을 달성하겠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4월 기자간담회에서 꺼내든 글로벌 사업 목표다. 이 목표를 공개하면서 최 대표는 일본, 북미, 유럽을 주요 공략 지역으로 꼽았다. 일본이 네이버가 이전부터 일정 이상 성과를 냈던 곳이라면 북미와 유럽은 앞으로 개척해야 할 새로운 시장인 셈이다. 


이를 위해 최 대표는 한국 IT기업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인 2조원 이상을 들여 북미 커머스 플랫폼인 '포쉬마크'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더불어 네이버가 북미‧유럽 시장을 사실상 선점한 것과 다름없는 웹툰‧웹소설 사업 확장에도 힘을 싣고 있다.  


◆ '포쉬마크' 거점으로 북미‧유럽 커머스 시장 진격 채비


23일 네이버에 따르면 북미 최대 규모의 패션 C2C(개인간거래) 플랫폼인 포쉬마크 인수를 조기에 마무리하면서 현지 진출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본래는 인수 절차 마감 일정이 2023년 4월이었는데 같은 해 1월로 앞당겨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포쉬마크는 온라인 중고 패션 거래와 소셜미디어를 결합한 플랫폼이다. 이용자가 자기 옷차림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거나 다른 이용자를 팔로우할 수 있는 형태다. 팔로어가 많은 이용자는 '포셔'로 불리는 인플루언서(온라인 유명인사)로 발돋움할 수도 있다.  


앞서 네이버는 10월 포쉬마크 지분 100%를 16억달러(2조432억원)에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이 지분 인수 절차가 끝나면 포쉬마크는 네이버 계열사로 편입된다. 현재의 포쉬마크 경영진이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포쉬마크가 북미 커머스 시장의 진출 전진기지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포쉬마크는 사용자의 80%가 온라인 거래에 익숙한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다. 2021년 기준 전체 거래액도 18억달러(2조2986억원)에 이른다. 


최 대표도 11월에 열린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포쉬마크 인수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네이버만 구현할 수 있는 '커뮤니티 커머스'라는 새로운 리테일(소매판매) 형식을 정립하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기대했다. 


포쉬마크 인수는 네이버가 중고 거래를 중심으로 북미‧유럽 커머스 시장 진출을 추진해왔던 것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앞서 네이버는 2020년 유럽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2021년 스페인 1위 중고 거래 서비스 '왈라팝'에 각각 투자한 바 있다. 


네이버는 국내 커머스 시장의 강자이지만 해외 커머스 시장 진출은 걸음마 단계다. 특히 북미‧유럽에서는 철저한 후발주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네이버는 빠르게 성장 중인 중고 거래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중고 패션 유통기업 스레드업에 따르면 글로벌 중고 거래 시장 규모는 2020년 270억달러(34조4790억원)에서 2025년 770억달러(98조3290억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특정 계층 이용자를 겨냥한 '버티컬 C2C' 중고 거래 플랫폼이 북미‧유럽에서 확대되고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약점 중 하나가 글로벌 영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라며 "포쉬마크 인수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커머스 플랫폼과 이용자 베이스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네이버웹툰이 북미에서 선보인 프리미엄 소설 플랫폼 '욘더'. (출처=네이버웹툰)

◆ 네이버웹툰 미국 상장 추진...수익성 개선이 관건 


네이버의 북미와 유럽 공략은 웹툰‧웹소설을 앞세운 콘텐츠 분야서부터 시작됐다. 네이버는 2014년 7월 한국 웹툰을 영어로 번역한 '라인웹툰'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렇게 일찍 진출한 덕분에 북미 웹툰‧웹소설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


네이버의 북미 웹툰 플랫폼인 '웹툰'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는 2022년 초에 1400만명을 넘어섰다. 여기에 네이버가 1월 북미 최대 규모의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하면서 9000만명 이상의 웹소설 이용자도 확보하게 됐다.


네이버가 한국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인 웹툰‧웹소설의 영상화 역시 미국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미국 계열사인 왓패드웹툰스튜디오를 통해 120여건의 작품 영상화를 검토하고 있다. 북미 웹툰 흥행작인 '로어 올림푸스'도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 역시 네이버가 웹툰‧웹소설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곳이다. 현재 네이버웹툰은 프랑스어와 독일어, 스페인어 등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네이버웹툰이 유럽 총괄법인 웹툰EU(가칭)를 프랑스에 세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네이버웹툰이 북미와 유럽에서 이용자를 순조롭게 확보한다면 네이버웹툰의 상장 준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 대표는 앞으로 몇 년 안에 네이버웹툰을 미국 증시에 상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다만 최 대표가 네이버웹툰 미국 상장이라는 목표를 이루려면 수익성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네이버는 웹툰‧웹소설 관련 수익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나 네이버의 3분기 연결기준 실적을 살펴보면 웹툰을 포함한 콘텐츠 부문의 영업손실이 1047억원에 이른다.


여기에는 네이버가 북미와 유럽 웹툰‧웹소설 시장에서 대규모 마케팅을 펼치면서 전체 영업비용이 늘어난 점이 영향을 끼쳤다. 북미 웹툰 이용자의 유료 결제율이 4%대에 머무르는 등 북미와 유럽 이용자의 유료 결제 비중이 매우 낮은 점도 반영됐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네이버웹툰은 유료 결제율을 높일 수단을 찾고 있다. 한 예로 10월 북미에 왓패드의 프리미엄 웹소설을 선보이는 플랫폼 '욘더'를 내놓았다. 왓패드에서 인기를 끈 웹소설을 선별해 유료 플랫폼인 욘더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 밖에도 한국 웹툰 시장에 적용됐던 각종 유료 모델을 향후 북미와 유럽 시장에도 점진적으로 적용하면서 수익성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북미와 유럽 이용자는 볼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작품에 돈을 쓰는 것을 꺼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유료 결제 비중이 현재 낮은 것은 곧 그만큼 시장 잠재력이 크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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