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PE 덮친 인수금융 '공포'
추가 수혈도 만만치 않아 '장기전 대비'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3일 08시 1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출처: 픽사베이(pixabay)


[딜사이트 오동혁 IB부장] "사모펀드(PE) 업계에 인수금융 공포가 퍼지고 있다."


얼마전 국내 한 대형 PE 운용사 임원과의 식사 자리에서 전해들은 말이다.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투자한 일부 포트폴리오에서 인수금융을 적잖게 끌어다 썼다는 그는 요즘 대주단과의 대출연장 협상이 주요일과가 됐다고 토로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인수금융 금리는 연 3%대 수준이었다. 그런데 1년새 금리가 급상승하며 현재는 8%에 육박하고 있다. 대출연장에 가까스로 성공해도 이자비용 부담이 두 배 이상 커진 것이다. 5000억원을 빌렸다면 연간 200억원대 '매몰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게 된 셈이다.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증시는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PE가 상장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리는데, 증시침체로 주가가 반토막 나자 '담보가치'가 '대출원금'을 밑도는 경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한이익상실(EOD)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주단들은 일부 돈을 상환하던지 추가 주식담보를 제공하라고 PE를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이같은 요구에 최근 한샘을 인수한 IMM PE는 롯데와 함께 한샘에 1000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주가저점에 '물타기'를 하자는 설득이 통한 운좋은 케이스다.


그런데 상당수의 PE들은 '추가 수혈 전략'을 택하기가 만만찮다. 든든한 우군이 돼야 할 펀드 출자자(LP)로부터 돈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금리 시대에 PEF 출자 메리트는 대폭 줄었다. 기존 조성된 PEF 기대 내부수익률(IRR)은 7~8%. 현 대출금리 수준이다. 


일부 LP들은 이미 약정한 출자도 하지 않겠단 '초강수'를 두고 있다. 시장 침체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 뻔한 상황에서 '밑 빠진 독'에 물을 더 붓느니, 차라리 예금 등 안전 투자처로 선회하겠단 심산이다. 매년 진행해 온 PEF 출자사업을 취소한 기관은 부지기수다.


한 PE 관계자는 "몇몇 연기금에서 최근 PEF 운용사에 비공개적으로 캐피탈 콜(capital call)을 하지 말라는 의사를 강력하게 전달했다"며 "다수의 PE들은 기존 포트폴리오에 추가 투자 하거나, 신규 투자처에 자금을 집행할 여력이 없는 상태"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PE 업계가 인수금융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일부는 EOD, 손실 청산 등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각자 생존전략을 세우고 '장기전'에 대비할 때다. 그 끝은 가늠할 수 없지만, 경제사이클 대원칙을 되뇌며 그저 기다릴 뿐이다. 호불황은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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