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적자' SK온, 2.8조 수혈 가능했던 이유는
배터리시장 성장세 가팔라, SK온 9위→5위
IPO 목표 시기 2026년, 적자 탈출 '급선무'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3일 16시 5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휴선 기자] 에스케이온(SK온)이 최근 2조8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하면서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6년 이상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회사인데다가 최근 자본시장이 얼어붙어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회사는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1조9999억원, 한국투자PE 등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Pre-IPO 형태로 8243억원을 출자받기로 했다. 한국투자PE는 지난 21일 출자금을 납입했으며, SK이노베이션은 오는 1월 30일까지 납입할 예정이다. 이번 유증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SK온 지분율은 기존 100%에서 96.68%로 낮아진다. 


내년 1분기 한국투자PE 등 재무적 투자자가 추가로 5000억원을 투자한다면 회사 지분율은 94.79%로 줄어들게 된다. 이외에도 SK온은 한국투자PE 등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투자를 받을 계획이다.


시장에선 SK온이 자체적으로 투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자본시장이 급격히 경색되자 모회사(SK이노베이션)가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만년 적자기업인 SK온이 어떻게 2조8000억원 규모의 유증을 받을 수 있었는가'에 관심이 쏠려있다. 


업계에서는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SK온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성공에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 측은 "SK온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조만간 성장동력을 갖출 것"이라며 "회사의 직접 투자를 통해 중장기 배터리 수요 증가에 선제 대응해 기업가치 상승을 이끌겠다"고 전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실제로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인 편이다. 테슬라·BMW·포드 등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향후 배터리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글로벌 배터리 회사들이 앞다퉈 조 단위 투자에 나서는 등 설비 증설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은 독일 뮌헨에 설립한 대규모 배터리공장의 정식 가동을 시작했다. CATL이 독일 배터리공장에 투자한 금액은 18억유로(약 2조4500억원)에 이른다. 연간 배터리 생산 규모는 14GWh로 전기차 약 28만 대에 탑재할 수 있는 분량이다. 생산한 제품은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에 납품할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의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 역시 2019년 9위에서 3년 만에 5위로 상승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SK온이 고객사로부터 확보한 수주잔고도 1600기가와트시(GWh)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200조원 규모다. 현재 SK온 연 매출의 수십배에 달하는 액수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빠른 성장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이 장기적으로 SK온의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두고 이번 유증을 추진했다고 보는 해석도 있다. SK온은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중 유일한 비상장사다. 전세계적으로 배터리산업의 성장세가 가파른 만큼, SK온이 IPO를 추진할 경우 흥행 성적이 양호할 것이란 예상이다. 


다만 SK온은 IPO 시기를 당초 2022년에서 4년 뒤인 2026년으로 미루되, 시장 상황을 살펴보면서 적절히 조율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9월 회사는 국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투자설명서(IM)를 배포했다. IM에는 향후 실적에 따라 IPO 시점을 2026년에서 앞당길 수 있다는 계획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적 개선으로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를 통과할 조건을 갖출 경우 2026년 이전에도 IPO를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다.


SK온이 IPO를 미루는 이유는 회사가 현재의 기업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배터리사업 자회사인 SK온의 자금조달 방안으로 IPO를 당장 활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SK온이 오는 2025년쯤 기업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은 후 IPO를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김 부회장은 올해 3월에 열린 SK이노베이션 정기 주주총회 이후 질의응답에서 "수주설비를 만들고 제품을 판매할 때까지 최소한 3~5년의 간격이 있다"며 "실적을 충분히 보여드릴 수 있는 시점은 2025년 이후이기 때문에 IPO 역시 2025년 이후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IPO를 미룬 원인 중 하나로는 실적 악화가 결정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SK온은 2017년 매출액 1417억원, 영업손실 2321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2018년에는 매출 3482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이 3175억원으로 늘어났다. 


2019년에도 적자가 이어졌다. 당시 매출액은 전년도의 2배 이상인 6903억원으로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은 3091억원에 그쳤다. 2020년에는 매출액이 첫 1조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손실은 여전히 4264억원으로 적자를 보였다. 2021년에는 매출액 3조502억원, 영업손실 6965억원, 올해는 9월말 기준 매출액 4조7421억원, 영업손실 7346억원으로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3분기 1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배터리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이 테슬라나 GM 등 미국 기업에 주로 배터리를 공급하면서 강달러로 인한 환율 수혜를 받은 반면, SK온은 주로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느라 환율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료=다올투자증권)

회사는 실적 개선을 위해 중국 옌청시에 위치한 옌천OY공장과 미국 테네시주, 켄터키주 등에 위치한 블루오벌SK 공장에 대한 신규 증설을 진행할 예정이다. 연간 40GWh 수준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2023년 85GWh, 2025년 220GWh, 2030년 500GWh 이상으로 추가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SK온은 헝가리에 17.3GWh 규모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오는 2024년에는 해당 지역에 30GWh의 공장을 추가로 가동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창저우·후이저우·옌청시에는 47.3GWh 규모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옌천OY공장은 내년 1분기까지 33GWh 규모의 공장을 증설을 완료하고 2분기부터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각 공장별 43GWh 규모를 갖춘 블루오벌SK 공장은 이르면 2025년 1분기께 가동을 시작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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