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크립토 악재리포트
'시총 50조' 단숨에 사라진 테라-루나
① 10위권 내 인기 코인 '루나'의 추락...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비관론으로 이어져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0일 17시 5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가상자산 시장은 유난히 추웠다. 가상자산 시장의 규모를 크게 축소시킬 만큼 큰 악재가 한 번 발생하고 그 상처가 미처 아물기도 전에 다른 악재가 터져나오면서 투자자들의 자산은 몇 토막이 났다. 산업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시장 규모도 축소됐다. 금융위원회가 2022년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23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55조2000억원)보다 58% 감소한 수준이다. 팍스넷뉴스는 테라-루나, FTX, 위믹스, 솔라나와 클레이튼 등 주요 코인 급락 사태를 통해 2022년에 벌어진 주요 '악재'를 되짚어본다. 또한 이와 같은 사태가 왜 발생했으며 업계는 이러한 사태를 발판 삼아 어떻게 발전을 꾀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딜사이트 김가영 기자] 올해 전세계 가상자산 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은 지난 5월에 발생한 테라USD(UST)-루나(LUNA) 사태다. 5월 초까지만 해도 루나는 국내에서 15만원대에 거래됐고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 중 10위권 내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시가총액은 50조원에 달했다.


테라와 루나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중심으로 국내 개발진들이 주도해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테라와 루나라는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시스템은 한국인이 만든 최고 발명품으로 취급받았다. 시장은 권 대표는 신흥부자이자 젊은 천재로 떠받들었다. 또한, 여러 블록체인 중에서도 테라는 '루나틱(Lunatic)'이라고 불릴 정도로 마니아적인 지지층과 견고한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생태계를 빠르게 성장시키며 이더리움 외에 솔라나, 폴리곤 등보다 앞서는 차세대 블록체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올 초까지만 해도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업계에서 새로운 '성공신화'를 써내려갔던 테라와 루나의 가치는 루나 클래식 기준 0.1원대 수준이다. 


◆ 50조원이 증발하기까지 '단 48시간'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은 UST와 루나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스테이블 코인이었다는 점이다. 달러와 페깅을 유지하기 위해 두 코인이 서로 유통량을 조절하는 것이 기본 원리다.


1UST는 1달러와 같은 가치를 갖고 있으며, UST의 가격을 보존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매코인인 루나가 발행됐다. UST 가격이 1달러보다 떨어지면 투자자들이 UST를 사들인 후, 1달러 어치의 루나와 바꿔 차익을 낸다. 알고리즘 시스템은 투자자들이 원하는 만큼의 루나를 새로 발행하며, 교환에 사용된 UST는 즉시 소각한다. 반대로 UST의 가치가 1달러보다 오르면 투자자들은 1달러어치의 루나를 산 후 UST와 바꿔 차익을 낸다. 교환에 사용된 루나는 소각된다.


그러나 지난 5월 발생한 대폭락 사태는 UST와 달러의 페깅이 무너지면서 루나 가격이 너무나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UST를 사들이기 위한 루나가 기하급수적으로 발행됐기 때문이다. 5월7일 3억4000만개 수준이던 루나 유통량이 불과 일주일 뒤 6조5000억개 수준으로 늘어날 정도였다.


루나 폭락 사태 / (출처 = 코인마켓캡)

루나 가격이 떨어지자 루나를 매도하려는 투자자들도 몰려들면서 시세 하락에 불을 지폈다. 5월 5일 기준 약 86달러(약 11만원)였던  루나는 5월 10인 본격적으로 시세가 떨어지기 시작해 99% 이상 폭락하기까지는 48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후 테라폼랩스는 새 루나(LUNA) 코인을 발행했다. 기존 루나 코인은 '루나 클래식(LUNC)'이 됐다. 새 루나는 바이낸스와 비트루 등 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20일 현재 16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검찰에서는 권 대표를 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수사 중이다. 하지만 권 대표의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인터폴에 수배 요청을 하고 여권 효력을 무효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편, 권 대표는 싱가포르와 아랍에미리트를 거쳐 현재는 세르비아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시련 맞이한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테라-루나 사태는 단순히 코인이 폭락한 사건이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 최대 발명품으로 불렸던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시스템 자체 붕괴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영향이 컸다. 


스테이블 코인 시장 자체는 꾸준히 성장 중이다.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쟁글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총발행량은 2019년 말 60억달러에서 2020년 말 290억달러, 2021년말에는 무려 1640억달러로 성장했다. 2020년부터 2년간 전체 가상자산 시장 시가총액이 12배 증가하는 동안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성장은 28배에 달했다. 


지난달 22일  쟁글은 온체인 데이터 분석을 통해 "비트코인의 시총이 지난 1년 간 50% 이상 크게 하락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테더와 USDC 시총의 합은 1년 전 대비 약 6% 하락했다. 이는 극심한 하락장 속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의 탄탄한 수요를 보여주며 블록체인 서비스 중 PMF(Product Market Fit)이 가장 뛰어난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스테이블 코인이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는 여러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서비스)를 비롯해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스테이블 코인 점유율 비교 / (출처=쟁글)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를 추종한다. 이 때문에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재단은 코인에 상응하는 지급 준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테더(USDT)와 USDC, 바이낸스 USD(BUSD)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중 테더 점유율은 한 때 80% 이상이었다. 그만큼 지속적으로 담보 자산 가치 및 상환 능력에 대해 의심받았다. 테라-루나 사태 이후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USDC의 점유율이 상승해 11월 기준 테더의 점유율은 60%로 하락했으며, USDC는 40% 수준이다.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은 시스템을 통해 코인의 가격과 유통량을 유지하므로 지급 준비금 관련 이슈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그러나 테라-루나 사태가 발생하면서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인 더 이상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 가상자산 투자사 관계자는 "웹3.0 시대에서 스테이블 코인은 필수적이기 때문에 여전히 스테이블 코인에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테라-루나처럼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은 이미지도 좋지 않아졌을 뿐만 아니라 지속성 문제, 외부 공격에 대한 취약성 등이 드러났다"라며 "이 때문에 당분간은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 시장에서 주목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투자사 관계자도 "가상자산의 변동성이 클수록 선물거래 시장의 인기가 많아지고 그만큼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려는 투자자도 많아진다. 선물 거래가 가능한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려면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해야 한다. 스테이블 코인 수요가 꾸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라며 "테더나 USDC, BUSD는 수요가 있다. 그러나 이용자들이 더이상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라고 현실을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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