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반도체,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팹리스, 파운드리, 소재·부품·장비 모두 육성해야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0일 08시 1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올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산업은 본격적인 혹한기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 버블이 꺼지고 인플레이션은 심해지면서 반도체를 부품으로 삼는 고가의 정보통신(IT) 기기를 향한 수요는 급감했다. 수요가 생산보다 적은 수급 불균형이 확대되면서 반도체 제조업체의 재고 부담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게 반도체 겨울이 더 혹독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경기 민감도가 큰 메모리 반도체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사실상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를 취급하지 않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실적이 적자 전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미 기정사실화됐다. 올해 3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90%를 상회한다. 이에 일부에서는 공식적인 증권가 컨센서스(실적 전망치)보다 적자 규모가 더 클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반면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부문에서 업계 1위를 점한 대만 TSMC의 실적은 순항하는 분위기다. TSMC의 지난달 매출은 약 9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11월과 비교해 50.2% 증가했다. 다운사이클(업황 하락기)에는 다품종 소량 생산구조를 갖추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 쪽의 이익 체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셈이다.


물론 시스템 반도체도 재고 부담이 없을 뿐 계속된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지금과 같은 불황에서는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의 수요도 함께 줄기 때문에 기술력이 뛰어난 업계 선두주자에게 주문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기 쉽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관련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강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숙제로는 대형 글로벌 팹리스가 위치한 미국 현지 반도체 공장 확대와 기술적으로 앞서고 있는 3나노 반도체의 수율(생산성) 개선이 꼽힌다. 이 같은 숙제를 해결하려면 어느 정도의 물리적인 시간은 필수적이다.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반도체 사이클 등락 속에서 실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확대하는 게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대형 고객사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어야 한다.


결국 파운드리 업체는 고객사가 필요하고 팹리스 업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완성품 제조업체를 통해 품질을 검증받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중국의 시스템 반도체 산업이 기술력에 비해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는 이유도 내수시장이 워낙에 클 뿐더러 자국 업체와 활발한 사업 교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국내 팹리스 업체들은 규모가 작고 기술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달리 내수시장이 크지 않으므로 팹리스의 기술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설계와 생산의 자급자족을 무작정 요구하기도 어렵다. 그런 만큼 K칩스법을 비롯한 국가의 반도체 산업 지원책이 대형 제조업체에 쏠려있는 점은 안타깝다.


혹자는 혹한기이기 때문에 잘하던 것을 잘할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혹한기이니만큼 국가 차원에서 K반도체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반도체 산업 3개 축(팹리스, 파운드리, 소재·부품·장비)을 모두 들여다 봐야 하지 않을까. 특히 아직 토양이 제대로 다져지지 않은 팹리스 업체들이 반도체 겨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생태계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기자수첩 538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