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새 회계제도 도입, 보험사 재무구조 좋아진다
MG손보 등 금산법 적용 자본잠식…새 IFRS17 적용시 자산 늘어 해소 예상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9일 17시 1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내년부터 새 회계기준인 IFRS9과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사는 자산과 부채를 모두 시가로 평가하는 만큼 순자산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최근 제기된 일부 보험사에 대한 자본잠식 우려가 기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금은 보험사가 보유 중인 자산 일부를 시가로 평가할 경우 자본 등 자산규모가 변동하면서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 올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해보험을 비롯해 최근에는 NH농협생명도 자본잠식을 이유로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을 받고 있다. 


그러나 내년부터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제도가 모든 자산과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로 개편되면 보험사의 순자산이 큰 폭으로 늘어나 회계상 자본잠식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각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만기보유증권을 최근 금리 추세를 반영해 시가평가할 경우 최소 10여곳 이상의 보험사가 자본잠식에 해당될 것으로 추산된다.


보험사들은 보유 중인 채권을 현행 회계기준에 따라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과 매도가능금융자산, 만기보유금융자산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같은 분류는 각 보험사가 해당 채권의 보유 목적, 의도 등에 따라 정할 수 있다. 국내 보험사들은 올해 들어서만 약 100조원이 넘는 매도가능증권을 만기보유금융자산으로 재분류했는데, 이 또한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중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과 매도가능금융자산은 시장금리 등을 반영한 공정가치평가 결과에 따라 손익과 자본규모가 변동된다. 이와 달리 만기보유금융자산은 시가평가를 하지 않는다.



금융사의 경우 자본잠식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을 따른다. 금산법의 자본잠식 판단기준에 따르면 채권의 분류와는 별개로 만기보유금융자산 일지라도 공정가치 평가를 통해 자산의 시가를 반영한다.


올해 3분기 말을 기준으로 회계상 자본잠식에 빠진 보험사는 NH농협생명 정도다. 이 기간 농협생명의 자본은 마이너스(-) 482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금산법의 자본잠식 판단기준으로 만기보유금융자산에 시가평가를 반영하면 대형생보사들도 자본잠식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보유 중인 채권 구조상 생보사는 자산의 시가평가로 인한 타격이 크다.  2020년 채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한 이후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채권평가손실로 인해 자기자본이 빠르게 감소한 것이다.


최근 금리 인상분을 시가로 반영하면 건전한 재무구조를 갖출 수 있는 곳은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신한라이프와 한화생명, KDB생명, 푸본현대생명 등은 시가평가로 인한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보사 중에서도 현대해상과 롯데손해보험, 흥국화재 등이 자산의 시가평가를 받으면 자본잠식 가능성이 제기된다.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특별계정 규모가 상대적으로 커 만기보유금융자산의 평가손실의 전이 가능성이 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예상이다.


시장에서는 금리 변동성으로 인한 당장의 평가차손을 해당 기업의 재무건전성으로 곧바로 연결시키지는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실제로 올해 초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해보험의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올해 초 회계 상 900억원 수준의 자본을 보유하고 있던 MG손해보험을 금산법상 자본잠식 판단 기준에 따라 순자산 규모를 마이너스(-) 1139억 원으로 판단하고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MG손해보험에 대해 1300억원이 웃도는 인수 예상가를 제시한 우선협상대상자가 나타났으며 교보생명이 해당 사모펀드에 전략적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위기가 이렇자 금융당국 역시 금산법을 적용한 자본잠식 판단 등에 이전보다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회계 상 자본잠식에 빠진 NH농협생명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은 NH농협생명이 회계상 일시적인 자본잠식에 빠진데 대한 판단은 종합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MG손해보험의 부실금융기관 지정과 관련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의 특수성을 좀 더 고려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기에 내년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회계제도에 대한 기대도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자본잠식이 보험업법상 제재 대상이 아닌데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회계제도 IFRS9과 IFRS17 체제 아래 부채 등 자산을 모두 시가로 평가하면 보험사들의 자본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손보사는 부담 금리가 생보사보다 낮아 상대적으로 자산 증가 효과가 더 뚜렷할 전망이다. 실제로 이미 IFRS17 적용 결과를 공개한 한화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 등은 수조 원 규모로 자본 규모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가 적용되는 내년부터는 보험사의 재무구조가 크게 보강된다"며 "특히 손보사에 대한 재무건전성 우려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일례로 한화손해보험만 봐도 10배 가까이 자본이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올해 MG손해보험이 금산법의 자본잠식 등을 이유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지만 사실상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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