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리인상 버텼는데, 이번엔 경기침체
글로벌 수요둔화 직격탄…자금조달 호흡은 짧아져 중장기 계획 난항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3일 08시 1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225bp(1bp=0.01%포인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단행한 기준금리 인상 폭이다. 올초 1.0%였던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한은 사상 최초의 '빅스텝'(기준금리 50bp 인상), 금통위 6차례 연속 금리인상 등 기록적인 이정표를 써가며 올해 최종금리인 3.25%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고, 이에 놀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적 통화정책을 거듭한 여파였다.


기업들은 자금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했다. 금리상승으로 채권가치가 급락, 기관투자가들의 평가손실이 불어나면서 회사채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레고랜드 여파로 시장 경색이 극에 달했던 지난 10월에는 LG유플러스(AA/안정적), 한화솔루션(AA-/안정적), 한온시스템(AA-/안정적) 등 신용등급 AA급 기업들의 회사채가 줄줄이 미매각되기도 했다. 회사채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막힌 기업들은 올해 은행 대출을 늘리거나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등 단기자금시장에서 분주하게 자금확보에 나섰다.


올 한해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도 어느덧 막바지에 이른 모습이다. 지난달 발표된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미국과 우리나라 등의 통화긴축 속도조절은 시장의 중론이 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최종금리 수준이 3.5% 안팎일 것이라는 견해를 계속 내비치고 있다. 금리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채권시장 전반의 금리는 하향 안정세로 돌아섰고, 개점휴업 상태였던 회사채 시장에서 최근 하이투자증권·SK㈜·SK텔레콤 등이 연이어 자금조달 흥행을 거두는 등 온기가 돌고 있다.


그러나 낙관하기는 이르다. 코로나19 당시 양적완화가 금융·부동산 시장에서의 거품과 인플레이션으로 돌아왔듯, 현재의 급격한 금리인상도 이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애초에 이번 금리 인상사이클은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경기침체를 감내하겠다는 전제에서 이뤄졌다. 올 한해 기업들이 거침없는 금리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면, 내년에는 본격화될 경기침체와 실적둔화로 인한 난관이 예고돼 있는 셈이다.


경기침체의 먹구름은 이미 드리워져있다. 골드만삭스·JP모건·씨티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1% 초반대로 전망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국내 간판기업 중 하나인 SK하이닉스가 내년 2조~3조원 규모의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반도체 산업 외에도 자동차, 자동차부품, 철강, 정유 등의 업종이 글로벌 수요둔화에 따라 실적이 낮아질 수 있다. 


또 한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자금조달의 질적 측면이다. 올해 회사채 시장과 기업공개(IPO) 시장 등 금융시장 전반이 경색되면서 기업들은 은행 대출, CP 시장 등으로 내몰렸다. 주로 1년 이내의 단기자금 확보에 그친 것이다. 기업의 만기구조가 긴 호흡으로 장기화되어야 중장기적인 자금운용과 투자전략 수립이 용이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단기성 자금조달은 기업들도 미래를 고민하고 준비할 정도의 여력이 되지 못한 상태라는 것을 나타낸다. 계획된 투자가 연기되고,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더뎌지면 우리의 성장엔진도 활기를 잃을 수밖에 없다. 간신히 금리 불확실성이 걷혔지만, 여전히 내년이 염려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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