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배터리 산업의 '코어근육'
삼성SDI·SK온, 각각 'R&D'·'생산시설' 치우쳐···'균형' 고려해야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2일 08시 2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 중 하나는 '코어(Core)'다. 코어근육이라 말하는 이 곳은 우리 상체부터 복부, 하체를 모두 지탱하는 근육이다.


중심 근육이라 칭해지기에 복근을 떠올리기 쉽지만, 코어근육은 등 상단에서부터 시작해 허리, 엉덩이, 골반에 걸친 전부를 포괄한다. 몸의 중심을 잡아주는 이 근육이 잘 발달해야 인체밸런스가 유지되고 전반적인 움직임이 원활할 수 있다. 즉, 코어근육이 좋다는 것은 신체가 균형이 맞아 있다는 의미다. 코어근육이 좋은 사람은 어떤 운동에서든 좋은 퍼포먼스를 내기에 적합한 상태다.


인체를 예로 들었지만, 균형의 중요성은 어디서든 통용된다. 무엇이든 균형 없이 한 곳에 치우친 상황은 언젠가 화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지난해 말 겪었던 요소수 대란도 중국에 의존했던 상황이 만들어낸 결과다.


전기차와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2차전지 배터리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전기차 배터리는 대표적인 성장산업으로, 현재보다 미래가 중요한 분야다. 국내 3대 배터리 제조업체들도 미래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전략은 저마다 다르다. 우선 삼성SDI는 연구개발(R&D)을 핵심으로 삼았다. 기술로 초격차를 만들어내 시장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지는 연구개발비용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삼성SDI는 그간 타사 대비 가장 많은 비용을 연구개발에 투입해왔다. 올해도 이는 유효했다. 올해 누적 연구비 지출액은 7841억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보다 1500억원 이상 많고, SK온보다는 6000억원 이상 많다.


반면, 생산시설 확대에는 소극적이다. 특히 주요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에서 기 비중이 특히 낮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와 합작회사(JV)를 설립하기로 한 것이 전부다. 생산시설 증대에 소극적인 삼성SDI는 올해 사용량 순위마저 SK온에게 밀렸다.


SK온은 외연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포드자동차와 총 10조2000억원을 투입해 미국에 설립하기로 한 공장만 연 129GWh 규모다. 단독공장도 늘려가고 있다. 2025년 세계적으로 총 220GWh까지 생산규모를 늘리고 2030년에는 500GWh로 증설하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 예정된 투자규모만 13조원 이상이다. 3사 중 예상 생산 규모가 가장 크다.


시설투자금액과 비교해 R&D에 들어가는 금액은 초라하다. 3분기 누적 1700억원을 지출했다. 타 기업 대비 매출이 적고 업력이 짧은 것을 감안해도 매우 적은 수치다. 그 결과 보유한 특허 개수가 경쟁사 대비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양사 모두 생산규모 혹은 질적 향상에 치우쳐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가장 균형 잡힌 모습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GM, 스텔란티스, 혼다와 손잡았고 자체공장도 추진 중에 있다. 이를 모두 더하면 2025년까지 북미 지역에서만 260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연구개발에도 적지 않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투자금액은 6300억원으로 기술에 집중하고 있는 삼성SDI와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생산능력과 배터리 연구 모두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현재까지 글로벌 사용량 1위는 압도적인 차이로 LG에너지솔루션이 차지하고 있다. 누구는 이 같은 결과가 단순히 업력 차이로 인한 것이라 말할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격차들 줄어들 것이라고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배터리 시장이 초기이기에 어떤 전략이 옳고 그른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명심해야 할 것은 있다. 아무리 팔이나 다리 근육을 멋지게 키웠다고 해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다른 근육이 덜 발달돼 있다면 좋은 퍼포먼스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코어근육을 중심으로 골고루 근육을 발달시킨 사람만이 어떠한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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