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주관 희비 엇갈린 KB증권-NH투자증권
4분기 앞서가던 NH, 레고랜드 여파에 급제동…KB 단독 주관 '뒷심'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9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KB증권(왼쪽)과 NH투자증권


[딜사이트 백승룡 기자] 부채자본시장(DCM) 1, 2위를 다투고 있는 KB증권과 NH투자증권의 희비가 4분기 극명하게 엇갈렸다. 회사채 시장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면서 회사채 주관 시점에 따라 흥행 여부가 판이하게 달라지면서다. 최근 회사채 단독 대표주관을 연이어 확보한 KB증권은 시장 호전에 힘입어 수요예측 흥행까지 거듭, 연간 DCM 1위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달 회사채 발행액을 3100억원으로 확정지었다. 지난 6일 수요예측을 통해 2500억원 모집에 나서 1조9350억원에 달하는 투자수요를 확보, 발행액을 증액 결정했다. 대표 주관업무는 KB증권이 단독으로 맡았다.


KB증권은 지난달 말 수요예측을 진행한 하이투자증권의 회사채와 SK그룹 지주사 SK㈜의 회사채 발행에서도 단독 대표주관을 따낸 바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모회사 DGB금융지주(AAA/안정적)의 지급보증을 앞세워 541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고 발행액을 18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23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 SK는 수요예측에서 8600억원의 뭉칫돈을 끌어모아 2900억원으로 증액했다.


이들 회사채의 단독 대표주관을 연이어 따내면서 KB증권은 접전을 펼치고 있는 NH투자증권과의 회사채 주관실적 규모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 팍스넷뉴스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KB증권은 올해 1~3분기 누적 6조2987억원 규모의 회사채 대표주관 실적을 기록, NH투자증권(5조9574억원)을 약 3400억원 규모 앞섰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수요예측을 거쳐 발행된 일반 회사채(SB) 기준이다.


4분기에 먼저 치고나간 곳은 NH투자증권이었다. 지난 3분기 SK, SK E&S 등 대형 이슈어(issuer)의 단독 대표주관 실적을 쌓았던 NH투자증권은 4분기에도 여세를 이어가 지난 10월 한온시스템(3000억원), 한화솔루션(1500억원) 등의 회사채 발행에서 단독 대표주관을 따냈다. 그러나 지난 10월에는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전반의 자금경색이 연중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였다. 이들 회사채들은 수요예측에서 연이어 미매각에 처했고, NH투자증권은 셀다운을 통해 총액인수 물량을 해소해야 했다.


같은시기 움츠렸던 KB증권은 지난달 말부터 하이투자증권, SK, SK텔레콤 등의 회사채 발행에서 연이어 대표주관을 따내면서 이들 세 차례에서만 총 9000억원에 달하는 주관 실적을 쌓는 뒷심을 발휘했다. 현재 KB증권은 연간 회사채 주관 실적에서 1000억~2000억원 가량 NH투자증권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대표주관 실적은 물론, 조달 흥행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된 셈이다.


KB증권이 대표 주관을 맡은 최근 수요예측 결과가 연이어 흥행으로 이어진 데에는 금리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연방준비제도(Fed)도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상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금리인상을 3.5% 선에서 끝내길 희망한다고 언급, 금리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시장의 시각에 무게를 더했다. KB증권 관계자는 "시장의 흐름을 면밀하게 포착하고 과감하게 대응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이로써 KB증권은 올해 연간 DCM 순위에서도 1위를 수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통상 기관투자가들이 '북 클로징'(회계연도 장부결산)에 돌입하는 12월인 데다가, 회사채 발행에는 약 한달여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내 추가적인 회사채 발행은 제한적인 수준일 수밖에 없어서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 온기가 감지되고 있지만 높은 신용등급을 보유한 SK, SK텔레콤이었기에 흥행이 가능했던 측면도 크다"며 "대다수 기업들은 내년 초 자금조달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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