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첫 인사 키워드 '기술·글로벌·여성'
반도체·5G 등 먹거리 책임질 인사 등용…非오너가 첫 여성 사장 배출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5일 13시 4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제공/삼성전자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기술 인재'다. 이재용 회장이 추구하는 '뉴삼성'의 본질인 "최고 수준의 기술로 고객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준다"는 믿음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또 다시 보여줬다. 


삼성전자는 사장 승진 7명, 위촉 업무 변경 2명 등 총 9명 규모의 2023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고 5일 밝혔다.


이날 삼성전자는 이 회장 취임 이후 첫 인사를 통해 기술·글로벌·여성 등 삼성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갈 대응 메시지를 보여줬다. 또 '안정 속 혁신'이라는 큰 틀 안에서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부회장과 경계현 반도체(DS)부문장 사장 투톱 체제를 유지했다.


삼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 부활은 이뤄지지 않을 예정이지만 정현호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장이 향후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면서 그룹 전반의 전략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 측은 "DX·DS부문장 체제를 유지해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고 적극적인 대내외 소통 및 상생경영 확대를 추진하겠다"며 유임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기술 인재들이 대거 중용됐다는 점이다. 특히 반도체와 5G 등 삼성의 먹거리를 책임질 인재들을 승진시켰다.


삼성전자는 "네트워크 사업의 성장에 기여한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사업부장으로 과감히 보임하고, 반도체 사업의 개발과 제조 역량 강화에 기여한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핵심 사업의 미래 대비 경쟁력 강화 의지를 확고히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재용 회장은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바이오, 금융 등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선택했다. 2019년 4월 이 회장은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시스템 반도체에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하겠다는 구상을 담았다.


이 회장은 그동안 꾸준히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는 지난 8월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차세대뿐만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지난 6월 유럽 출장을 다녀온 뒤 귀국길에서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말하며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삼성전자 DS부문의 남석우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제조담당 신임 사장은 반도체 공정개발 및 제조 전문가다. 반도체연구소에서 메모리 전제품 공정개발을 주도했다. 송재혁 신임 반도체연구소장(사장) 역시 D램과 플래시 메모리 공정개발부터 양산까지 반도체 전과정에 대한 기술리더십을 발휘하며 메모리 사업 글로벌 1위 달성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DX부문에서는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이 신임 사장으로 승진했다. 차세대 통신 중심의 네트워크 비즈니스 기반을 공고히 하고 사업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업부장들도 유임됐다. 현재 DS부문은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이 내년에도 반도체 사업을 책임진다. DX부문에선 노태문 MX(모바일경험) 사업부장(사장)이 자리를 지켰다.


글로벌 시장 공략 강화에 대한 의지도 이번 인사에 담겼다.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국외 시장 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신임 양걸 삼성전자 중국전략협력실장(사장)의 경우 다양한 해외 판매법인을 경험한 반도체 영업마케팅 전문가로 중국총괄과 중국전략협력실 부실장을 역임하며 반도체 등 중국 내 사업 확대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이번에 보직이 변경된 승현준 삼성전자 삼성리서치 글로벌R&D협력담당 사장은 AI(인공지능) 분야 최고 전문가로, 우수한 연구능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속 활용해 해외 주요대 및 선진 연구소와의 R&D(연구개발) 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우수인재 영입에 집중해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비(非)오너가 출신 최초 여성 사장이 탄생한 점도 이번 인사의 관전 포인트다. DX(디바이스 경험)부문 글로벌마케팅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영희 부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는 이재용 회장의 '뉴삼성' 비전이 담겨있는 만큼 출신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능력에 따라 승진을 결정하겠다는 임직원 인사기조 변화를 더욱 강조했다는 분석이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은 23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그동안 여성 CEO는 이 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했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도 2011년 "여성이 임원으로 끝나서는 자신의 역량을 다 펼치지 못할 수도 있다. 여성도 사장까지 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여성은 능력도 있고 유연하다. 경쟁에서 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역량과 성과가 있는 여성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여성 인재들에게 성장 비전을 제시하고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면서 "사장 승진 후 고객 중심의 마케팅 혁신 등의 역량 발휘와 함께 삼성전자 최초의 여성 사장으로서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더불어 삼성은 외부 소통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승희 삼성물산 건설부문 커뮤니케이션팀장 부사장도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하며 기존 이인용 사장이 맡고 있던 삼성전자 CR(Corporate Relations) 담당을 맡게 됐다. 백수현 DX부문 커뮤니케이션팀장도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뉴삼성'의 비전을 보다 확실하고 책임감 있게 내외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백 신임 사장은 SBS 보도국 부국장 출신으로 홍보 전문가다. 2013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국내홍보 그룹장, 커뮤니케이션팀장을 역임하며 사내뿐 아니라 외부와의 소통 활성화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내주 부사장 이하 2023년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재승 전 생활가전사업부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에 따라 생활가전사업부장도 새로 임명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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