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방점 찍은 재계 인사, '위기 속 혁신'
삼성, 컨트롤 타워 복원 없을 듯
SK, 검증된 리더십 유지
현대차, 위기 역량 강화
LG, 젊은 인재 전진 배치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1일 15시 3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기흥 반도체 R&D단지 착공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제공/삼성전자


[딜사이트 김민기 기자] 올해 재계 연말인사가 LG그룹을 시작으로 하나둘씩 베일을 벗고 있다.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5대 그룹은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이 커짐에 따라 변화보다는 안정을 키워드로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고, 불확실성 대응력을 강화할 전망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12월 초에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7일께 사장단 인사를, 12일께 임원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인사는 크게 2가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과거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 기능이 부활할 지와 반도체에 얼마나 힘을 실어줄지다.


업계에서는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 복원은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비서실→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업무추진실→미래전략실로 이름이 바뀌어온 컨트롤 타워는 경영 전반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사령탑'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이재용 회장의 공백 기간 동안 흐트러진 조직 기강을 다잡고 효율적으로 신성장동력을 찾는다는 명분 아래 최근까지 재건 작업이 이뤄졌다.


하지만 여전히 2017년 국정농단 사태에 이후 컨트롤 타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 지주사 체제가 아닌 상황에서 미전실을 다시 만드는 것에 대한 부담 등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 회장이 취임한 지 한 달밖에 안 돼 아직은 이르다는 판단에 '불가'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져 사실상 복원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사의를 밝혔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정현호 부회장은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부회장은 1988~1993년 미래전략실의 전신인 비서실 재무팀에, 2003~2007년에는 전략기획실 전략지원팀에 몸담은 만큼 컨트롤타워의 기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인사로 재편된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 투톱 체제도 유지된다. 각각 DX(세트사업)부문과 DS(반도체사업)부문을 맡고 있다. 컨트롤타워 복원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혁신보다 안정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평가다.


또 다른 키워드인 '반도체에 힘을 싣는' 인사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둔화로 실적이 내리막을 걸었지만 2030년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를 차지하겠다는 이 회장의 '반도체 비전 2030' 목표에 따라 적극적인 인사 보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대만 TSMC를 따라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승진 인사로 동기부여를 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해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nm, 나노미터) 파운드리 공정 기반 초도 양산을 시작하는 등 파운드리 사업에 한 획을 그은 바 있다.


이외에도 신임 생활가전사업부장 인사가 주목받고 있다. 생활가전사업부장이었던 이재승 사장은 10월 18일 일신상의 사유로 사의를 표명했고, 후임으로 한종희 부회장이 겸직 위촉됐다. 이에 한 부회장이 겸직하고 있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생활가전사업부 중 한 곳에서 신임 사업부장이 탄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사장 승진자는 김원경 글로벌대외협력(GPA)팀장(부사장)이 거론된다. 최근 주요 그룹 총수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회동 때도 모습을 나타냈다. 글로벌마케팅센터장인 이영희 부사장을 비롯한 여성 부사장들의 승진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1970년대생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무급에는 1980년대생이 속속 이름을 올리며 세대교체를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취임 3년차를 맞이한 정의선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인사를 단행했다.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대비한 위기 역량 강화를 목표로 조직 안정에 힘을 실었다. 특히 미래 모빌리티 사업의 사령탑 역할을 할 '글로벌전략조직'(GSO·Global Strategy Office)을 신설, 급변하는 세계 시장에서 조직적이며 신속히 대응키로 했다.


제네시스 브랜드 구축의 '일등공신'인 디자이너 출신 그룹의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인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57)을 사장으로 승진켰다. 현대차 프로세스혁신사업부의 이규복 전무(54)를 부사장으로 한 단계 올려 현대글로비스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정몽구 체제와 정의선 체제의 '가교' 역할을 해온 공영운 사장(전략기획담당), 지영조 사장(이노베이션담당), 김정훈 사장(현대글로비스 대표 이사) 등 3인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장급 인사는 유임됐다.  이목이 집중된 부회장 인사는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 신설한 GSO는 '미래 모빌리티 분야 컨트롤타워 조직'으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모빌리티 분야의 미래 전략방향을 수립하고 대내외 협업, 사업화 검증을 담당하게 된다.


그룹 안팎에선 GSO의 기능과 위상이 삼성그룹의 옛 미래전략실처럼 그룹 전체의 사령탑 기능으로 규정될지, 미래 전략사업 총괄에 한정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재계 2위' SK그룹의 사장단 인사는 검증된 리더십은 유지하되,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대거 발탁했다. 기존 부회장단과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대부분 유임됐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격언처럼 최근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을 기존 수장들이 진두지휘해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룹의 최고 의사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조대식 의장의 4연임이 확정됐다. 조 의장은 2017년 선임 이후 2년 임기의 의장 자리를 3번째 맡고 있다.


이형희 사회공헌(SV)위원장이 커뮤니케이션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SV위원회 위원장은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이 맡게 됐다. 환경사업위원회 위원장은 장용호 SK실트론 사장, ICT위원회 위원장은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인재육성위원회 위원장은 박상규 SK엔무브 사장이 각각 맡게 됐다.


장동현 SK㈜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유정준 SK E&S 부회장 등 주요 계열사를 이끄는 부회장단도 대부분 유임됐다.


사장단 인사에서는 박성하 SK㈜ C&C 대표가 SK스퀘어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박 대표는 최근 데이터센터 화재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SK그룹 내 경영·사업포트폴리오 전략 전문가로 역량을 높게 평가받는 인물이다. 박 대표의 SK스퀘어 이동으로 공석이 되는 SK C&C 대표 자리는 윤풍영 SK스퀘어 최고투자책임자(CIO)가 내정됐다.


SK텔레콤은 유영상 CEO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이동훈 SK㈜ 바이오투자센터장은 SK바이오팜 대표에 임명됐다. 투자전문회사 SK㈜에서는 이성형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사장으로 승진했다.


LG그룹도 권봉석 ㈜LG 부회장 등 계열사 경영진을 대부분 유임하며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신규 임원 90% 이상을 만 39세의 최연소 임원을 포함, 1970년 이후 출생한 젊은 인재들로 전진배치하며 세대교체를 통한 안정 속 변화도 모색했다. 특히 4대 그룹 중 처음으로 여성 최고경영자(CEO) 2명을 발탁했다.


LG는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고객가치'를 구체화할 수 있는 인재도 꾸준히 기용하고, 관련 조직도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CX(고객경험)센터, LG디스플레이는 중형CX그룹 및 대형 솔루션 CX그룹 등을 신설했다.


롯데그룹은 매년 11월 넷째주 목요일에 그룹 전체 인사를 했지만 올해는 롯데건설 자금난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건설 부문 인사만 별도로 진행한 뒤 그룹 차원의 인사는 추후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오너 일가 4세들도 경영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GS그룹에서는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조카이자 허명수 전 GS건설 부회장의 차남인 허태홍 GS퓨처스 대표이사(37)가 상무로 승진했다. LX그룹에서는 구본준 회장의 장남인 구형모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재계 관계자는 "대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재계 전반적으로 변화보다는 안정에 좀 더 무게를 실었다"면서도 "안정속에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혁신을 추구하는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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