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통신사 '망 사용료' 믿을 수 있습니까
망 사용료 고집하는 통신사에 싸늘한 눈초리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7일 07시 5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딜사이트 최지웅 기자] "시간이 지나 이통사 수입이 남으면 틀림없이 요금을 내릴 것입니다."


한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가 지난 2014년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도입 초기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내뱉은 말이다. 불행하게도 이 말은 수년 째 현실화되지 않으면서 통신사를 조롱할 때마다 쓰이는 '밈'(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으로 전락했다.


최근 이 같은 밈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다시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망 사용료' 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통신사를 비꼬기 좋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어서다.


당초 망 사용료 문제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의 소송전으로 부각됐지만 이용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소재는 아니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 용어가 가득했고, 기업간 갈등 정도로 비춰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 플랫폼 트위치의 화질 제한과 유튜브의 '반대 서명 운동' 등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며 여론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대다수 이용자들은 요금 인상 등 각종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는 망 사용료를 고집하는 통신사에 의심의 눈초리를 쏟아내고 있다. 통신 3사 합산 연간 영업이익이 4조원대를 웃도는 상황에서 이용자 불편을 외면하고 자사 이윤 추구에 급급하다는 반응이다.


그간 통신사 편을 들어줬던 국회도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듯 한순간에 태도를 고쳤다.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의 망 무임승차를 막자는 일명 '망무임승차방지법'에 대한 입법 논의에 신중을 기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통신사들은 상황이 뜻대로 돌아가지 않자 적잖게 당황한 눈치다. 지난 12일 통신 3사는 간담회를 열고 한 목소리로 망 사용료 법안 통과를 촉구했으나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망 사용료는 말 그대로 통신사가 깔아놓은 통신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내는 요금이다. 통신사마다 과금 방식이 다르고, 액수도 천차만별이다. 통신사는 매번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망 사용료 원가 공개를 회피하고 있다.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해도 믿지 않을 판인데, 애매한 태도로 불신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4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트위치가 국내 통신사들에 지불한 망 사용료가 다른 국가들보다 수십 배 이상 많다고 주장했다. 또 증인으로 출석한 강종렬 SK텔레콤 인프라 사장에게 망 제공에 따른 원가 공개 여부를 물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다.


통신사들이 과연 떠나간 민심을 회복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어영부영 시간만 끌다가 논란이 수그러들기만을 기다리는 듯하다. 결국 이 같은 불신은 통신사들이 쌓은 업보나 다름없다. 그동안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던 통신사에 한풀이라도 하듯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는 이유다. 이번 논란에서 통신사와 대척점에 선 구글, 넷플릭스 등 해외 CP들도 독점적 지위와 갑질 행각이라면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통신사만큼 미운 털이 박히진 않은 듯하다. 기업 간 밥그릇 싸움에서 이용자들이 자국 기업을 외면할 정도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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