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물적분할에 떠는 'K-컴퍼니'?
'쪼개기 상장'이 불편한 주주·정부…늦었지만 환영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5일 09시 3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지난 17일 삼양패키징이 PET 재활용사업부문의 물적분할을 결정했단 공시엔 꽤나 흥미로운 문구가 삽입 돼 있었다. '분할신설법인인 삼양에코테크(가칭)의 상장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것.


이 한 줄짜리 문장이 눈길을 끈 건 삼양에코테크가 정상적으론 상장할 수 없는 법인이어서다. 이 회사 지분 100%를 쥔 주주는 삼양그룹 지주사인 삼양홀딩스의 손자회사 삼양패키징이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지주회사 체제에 속한 손자회사는 증손회사 지분을 전량 보유해야 한다.


회사가 현실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장 얘기를 꺼낸 왜일까. 아마도 한국 주식시장에서 물적분할이 사실상 '악'으로 정의된 영향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상장가능 여부를 떠나 주주들의 오해부터 차단키 위한 행보인 셈이다.


물적분할은 기존회사가 신설법인 지분 100%를 보유하는 식의 분할을 말하는데 이후 회사가 신설법인의 IPO를 진행할 시 모회사 일반주주들의 이익이 저하될 수 있다. 대주주가 IPO 등 외부 투자를 유치, 분할회사를 상장시키는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의 가치가 희석될 우려도 크다.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분할할 당시 주주들이 반대한 것도, 윤석열 정부하의 금융위원회가 물적분할시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마련하라 한 사실도 이러한 우려와 무관치 않다.


삼양패키징 사례처럼 기업이 '물적분할 후 IPO'가 영 안 좋은 취급을 받아온 현실을 인식한 건 긍정적이라 평가할 만 하다. 그간 한국 주식시장 특유의 ▲지주사 디스카운트 ▲쪼개기 상장에 경종을 울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 주주들과 정부는 IPO를 염두에 둔 물적분할에 대해 확실한 판단을 내렸고, 공은 기업에게 넘어갔다. 금융위의 가이드라인(물적분할 시 공시 및 상장심사 강화 등)이 현재까진 권고사항에 그치는 만큼 물적분할을 강행할 지, 세간의 눈치를 볼 지 말이다.


기업이 어떤 선택을 하든 불법이 아니라면 비난할 생각은 없다. 다만 사회 전체의 이익 증대에 기여해야 한다는 기업 경영의 사명을 생각하면 소액주주가 피해를 보는 상황은 초래되질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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