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따상, 따따상의 추억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1일 08시 1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1년 8월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뱅크 상장 기념식 모습. 카카오뱅크 제공


[딜사이트 이진철 부국장]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대어가 자취를 감췄다."


증권사에서 IPO 업무를 담당하는 한 임원은 기업들의 상장 철회가 이어지는 요즘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올해 초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증시침체와 금리급등 여파로 투자심리가 악화하면서 현대오일뱅크, SK쉴더스, 원스토어, CJ올리브영, 라이온하트, 골프존커머스 등이 줄줄이 상장을 철회했다. 대어급으로 꼽혔던 이들 기업이 IPO를 연기 또는 철회한 것은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서다. 수천억에서 조단위 기업 가치를 기대했던 대어급이 몸을 사리면서 요즘은 코스닥 상장 기업을 중심으로 IPO가 이뤄지고 있다.


IPO 시장의 명맥을 잇고 있는 코스닥 기업이라고 상황은 좋은 것이 아니다. 기관 수요예측에 실패해 희망공모가를 크게 밑도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의료용 기기 제조업체 플라즈맵은 공모희망가(9000~1만1000원) 하단보다 크게 낮은 7000원으로 공모가를 정했다. 공모가가 낮아지니 공모금액은 당초 기대보다 수십억원 적은 123억원에 그쳤다. 기업의 생애 주기를 봤을 때 IPO는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신사업과 생산능력 확대에 투입할 수 있는 단 한번의 기회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상장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기관투자가들도 위험부담이 높아졌다. 증시침체에도 대안주로 꼽였던 2차전지 관련 새내기주인 더블유씨피(WCP)의 충격은 현재 진행형이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공모희망가(8만~10만원) 미만인 6만원으로 공모가를 낮췄지만 상장 후 주가는 4만원 초반대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IPO 당시 배정된 물량을 받아간 기관투자가들이 손실로 자금줄이 묶이면서 다른 기업의 IPO 수요예측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상황이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제로(0%대) 금리로 시중 유동성이 풍부했던 시기 공모주 투자는 전국민 용돈벌이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았다. 공모주를 배정받기만 하면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에 형성 후 상한가), '따따상'(시초가 2배에 상장해 이틀 연속 상한가)이 놀랄 일도 아니었다. 요즘 주가하락으로 시름을 앓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경우 지난해 8월 공모주 청약 당시 증거금만 58조3020억원이 모일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주가가 1만6000원대로 공모가(3만9000원)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우리사주로 공모주에 투자한 카카오뱅크 직원들은 큰 손실을 입고 있다. 우리사주 대박으로 부러움을 한몸에 샀던 카카오뱅크 직원들이 1년여만에 이른바 '깡통계좌' 주인으로 전락한 것이다.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증시가 언제 반등할 수 있을 지 묻는 경우가 많다.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 중에는 지난해 주식투자 열풍이 불 때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 등 이른바 국민주를 사서 물렸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전문가 중에는 내년 상반기 미국이 금리 인상을 멈추면 증시도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나마 시장을 가장 긍정적으로 보는 경우다. 하지만 내년에 반등장이 오더라도 지금 분위기를 봤을 때 올 연말이나 내년초 아주 심각하고 충격적인 경제상황이 온다면 버텨낼 재간이 있을 지 걱정이다. 


IPO 시장의 병폐인 몸값 부풀리기, 쪼개기 상장, 경영진 스톡옵션 먹튀 논란 등도 모두 증시가 호황일 때 가능했다. 당장 돈은 벌지도 못하면서 특례상장 제도를 활용해 너 나할 것 없이 증시입성을 노크하는 사례도 이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연말까지 금리는 더 오를 것이고 주식시장 한파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공모주 시장의 '따상', '따따상'은 추억 속에 묻어두고 옥석을 가리는 것이 정말로 중요한 시기다. 다가오는 올겨울 한파를 잘 견뎌낸 대어들만이 IPO 시장에 다시 돌아올 것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데스크칼럼 354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