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지배구조 확대경
0.32%로 언제까지? 정의선의 현대차 지배 모비스 지분
①지배력 딜레마…선진화된 투명경영 도입도 숙제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0일 17시 0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아직 풀지 못한 숙제처럼 여겨진다. 지난 2018년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통해 한 차례 개편을 시도했지만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반대에 발목이 잡히며 무산됐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현재 그룹의 지주사격인 현대모비스의 깜짝 분할을 계기로 지배구조 개편 이슈는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팍스넷뉴스는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이유와 함께 앞으로의 방향을 예측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딜사이트 유범종 기자] 최근 현대모비스 사업 분할 발표를 계기로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있던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내달 제조(생산)부문을 분리해 두 개의 자회사를 두는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이번 현대모비스 개편을 두고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기 때문에 단순한 사업 조정으로 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대모비스 측은 이번 개편이 사업부문별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재계 일각에선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기아→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등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가졌다. 이 중 핵심고리는 현대모비스에서 현대차로 이어지는 구조다.


현대차그룹의 중추 계열사인 현대차는 기아(지분률 33.9%), 현대건설(20.9%), 현대캐피탈(59.7%) 등 그룹의 핵심 역할을 하는 계열사들의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대차를 지배하는 것이 현대모비스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자동차 지분 21.43%를 둔 최대주주다. 따라서 정의선 회장을 포함한 현대차그룹 오너가(家)가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안정적인 그룹 지배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했다.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모듈·AS부품사업부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현대모비스 존속법인을 그룹 지배회사로 두는 틀이었다. 이 과정에서 현대글로비스 최대주주인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존속법인 지분을 최대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합병 시도는 현대모비스 주주에게 불리한 합병비율 산정으로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등 주주반발에 부딪히며 현실화하지 못했다.


현대차그룹은 한 번의 실패를 경험했지만 지배구조 개편을 계속 놔둘 순 없는 입장이다. 정 회장의 그룹 주력계열사에 대한 낮은 지배지분과 함께 후진적 지배구조로 평가받고 있는 순환출자 해소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이기 때문이다. 


◆ '미완의 총수' 정의선, 지배지분 강화 마지막 퍼즐


오너 3세인 정 회장은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2020년 10월 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0년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정 명예회장이 20년간 총수 지위를 유지해왔지만 회장직 바통이 이뤄지며 명실상부한 정의선 총수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선 정 회장이 보유한 그룹 핵심계열사 지분이 미약해 지배력 측면에서는 여전히 미완성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에 정 회장은 향후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핵심계열사 지분 확대로 실질적인 그룹 지배력 강화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정 회장은 현재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 지분을 각각 0.32%, 2.62% 보유하는데 그치고 있다. 그나마 부친인 정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차 지분 5.33%와 현대모비스 지분 7.17%에 대한 의결권을 정 회장이 포괄위임을 받으면서 사실상 최대 출자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정 회장이 실질적인 총수로서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에 대한 상속과 함께 주력계열사 지분을 더 매입하는 등 추가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계열사 지분율. 자료제공/금융감독원

통상적으로 그룹 총수가 지주회사 지분 3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정 회장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하지 않더라도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 30%는 가져야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보유지분 30%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의결권을 위임 받은 정 명예회장 지분을 제외하고 22.51%의 지분이 더 필요하다. 현재 그룹 내에서 기아가 17.33%, 현대제철이 5.81%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들고 있기 때문에 정 회장이 사재로 이 지분을 매입하거나 지배구조 개편 작업과 동시에 다른 계열사 지분을 스왑하는 방식을 통해 지배력을 키우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경우 정의선 승계 구도는 이미 오래 전에 마련됐다"면서 "정 회장이 향후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선 친족간 상속지분 분배와 지배구조 개편 등을 통한 그룹 핵심계열사 지분 확대가 선결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 후진화된 지배구조 탈피 서둘러야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야 할 또 다른 이유는 순환출자구조 해소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6년 순환출자고리를 6개에서 4개로 줄인 이후 추가 해소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을 비롯한 대부분의 대기업집단이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한 것과 달리 개선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고리가 현재 법적으로 문제가 되진 않지만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과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서는 해결해야만 할 문제로 지적된다.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고리. 자료/팍스넷뉴스 정리

순환출자는 대주주가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여러 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글로벌 시장에선 후진적 지배구조로 평가된다. 특히 주주관계가 얽혀 있어 한 회사가 도산할 경우 줄도산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이유로 대기업집단이 새로운 순환출자구조를 형성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대기업 집단이 자발적으로 순환출자구조를 개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 이전(2014년 7월)부터 보유하고 있던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규제를 가하지 않기로 했다. 당시 결정으로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구조는 합법 상태다.


이로 인해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구조를 서둘러 해소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하지만 최근 강조되고 있는 기업들의 투명경영과 기업가치 상승, 외부 투기자본에 대한 경영권 방어 등을 고려하면 순환출자고리를 끊어내는 작업은 시기상의 문제일 뿐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구조를 끊어내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확보하면 정권에 따라 변화하는 감시 부담에서 해방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의 순환출자구조로 말미암아 정권 교체 시기마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2018년 서둘러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한 배경에도 지난 문재인 정권의 압박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향후 지배구조를 단순화한다면 정권 교체로 인한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강화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후진화되고 복잡한 지배구조는 ESG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이는 해외 투자사들의 기업가치 절하와 채권 발행 제약 등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순환출자 해소는 외부자금으로부터 경영권 방어를 하는 것에도 유리하다. 순환출자구조의 경우 대규모 외부자금이 고리 사이에 들어오게 되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SK그룹은 순환출자구조를 보유했던 2003년 외국계 헤지펀드인 소버린의 공격으로부터 경영권을 빼앗길 뻔 하기도 했다. 이에 현대차그룹 역시 외부 공격에 취약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고 오너의 지배지분을 강화해나가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오너 입장에서는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만 바꿔도 기업가치가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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