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창의 窓]
금융계 장수 CEO들의 '낄끼빠빠'
재임기간 길수록 공은 물론 과도 많아지고 적도 늘어나 '끝이 좋으려면···'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7일 08시 2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규창 기자] 체 게바라는 아버지가 꽤 큰 규모의 병원 원장인 덕에 부유하게 자랐고 스스로도 의사면허를 취득했음에도 험난한 혁명의 길에 투신했다. 쿠바혁명 이후에도 혁명전선에 다시 뛰어든, 한마디로 불꽃 같은 삶을 살았다. 자라온 환경에 순응하며 사는 범인(凡人)으로서는 감히 상상도 하기 힘든 인물이다.


다만, 체 게바라는 39세라는 젊은 나이에 볼리비아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만약 그가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만큼 오래 살고 집권자의 위치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헐리우드에서 영화 속 인물로 계속 재생산되는 혁명의 아이콘이 될 수 있었을까. 공(功)보다는 과(過)가 많지 않았을까. 아니면 현재보다 훨씬 더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거나.


올해 '가치투자 전도사'인 강방천 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과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불미스러운 의혹을 받으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두 사람 모두 운용업계의 대표적인 장수 CEO들이다. 투자시장에서 팬도 많은 스타이기도 하다. 그만큼 시기와 질투하는 운용업계 인사들도 많았다. 실제로 사석에서 두 사람의 투자 철학이나 방식을 깎아내리는 목소리를 제법 들었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최근에는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의 도마에 올랐다. 자녀가 재직 중인 회사에 일종의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다. 부산은행 노조는 진상 규명을 촉구했고 금감원은 사실 관계를 파악해보겠다고 밝혔다.


김지완 회장은 지난 1998년부터 2012년까지 부국증권, 현대증권, 하나대투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한, 말 그대로 '직업이 대표'인 인사다. 그럼에도 70세가 넘는 나이에 BNK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해 한 차례 연임까지 했다. 취임 전부터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더니 이후에도 계열사 인사 관련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외에도 금융계에서는 유독 장수 CEO들이 많다. 


물론 오너인 강방천 전 회장 사례 등을 제외하고 전문 경영인으로 장기간 CEO직을 수행한다는 점은 그만큼 업무 성과를 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특히 실적을 꾸준히 개선시키지 못하면 주주들 성화에 자리를 지켜낼 재간이 없다. 어느 정도 능력을 검증받은 셈이다. 실제로 금융지주들은 해당 CEO 재임시 매년 실적을 경신해왔다. 또, CEO가 너무 자주 바뀌면 사업의 연속성이나 조직의 안정성도 저해된다.


그러나 CEO 재임 기간이 길어질수록 과오도 쌓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고의든 실수든. 특히 특정 CEO 하에서 인사 상 불이익을 당했다고 여기는 내부자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인사는 불가능하다. 또, '나만이 할 수 있다'는 CEO의 생각은 위험하다. 자만심은 조직 내부의 피로도를 증가시킨다. 연임 욕심이 과하면 무리수를 두기도 한다.


따라서 살짝 아쉬울 때 떠나는 게 어떨까. 낄 때 끼었으니 빠질 때 잘 빠져야 '눈치 있는 금융계 선배'라는 평가를 하나라도 더 얻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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