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봤더니]
BMW 사로잡은 韓자율주행 개발 스타트업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 "작년 말 피보팅 통해 20兆 시장 겨냥"
이 기사는 2022년 10월 06일 15시 1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양해 기자] 독일 딩골핑 공장. 조립을 마친 BMW 7시리즈가 운전자 없이 움직여 주차 공간에 멈춰 선다. 주행 중 움직이는 사람이나 장애물을 피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공장 곳곳에 설치된 150여대의 라이다(LiDAR·레이저로 사물 위치를 가늠하는 장치)가 안전한 자율주행을 돕는다.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Autonomy Through Infrastructure, ATI)'이라 불리는 이 기술은 BWM가 직접 개발한 게 아니다. 설립 6년차 국내 스타트업 '서울로보틱스'가 개발한 솔루션이다. 올 여름 기술 상용화에 성공하며 향후 적용 범위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사진)는 6일 팍스넷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으로 주력 사업을 전환한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 테크(기술)기업이 나스닥에 상장할 저력이 있음을 반드시 입증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

◆ 억대 연봉 제안 뿌리치고 창업 한뜻


서울로보틱스의 태동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태가 된 건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을 공부하던 온라인 스터디그룹이었다. 이 대표가 속한 스터디그룹은 그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대회에 참가했다. 결과는 전체 2000팀 가운데 10위. 소프트웨어 부문에선 당당히 1등을 차지했다. 라이다용 컴퓨터 비전 하나로 거둔 성과였다.


우수한 기술을 선보이자 러브콜이 쏟아졌다. 연봉 6억원을 줄 테니 함께 일하자고 제안한 글로벌 기업도 있었다. 이 대표와 공동 창업자들은 안정보다 도전을 택했다. 라이다용 컴퓨터 비전이 자율주행뿐만 아니라 스마트시티, 로보틱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이 대표는 "대회 입상 후 라이다용 컴퓨터 비전의 활용도가 무궁무진할 것이라는 생각을 더욱 굳혔다"며 "이 시장을 파고들어 '나스닥에 상장한 한국 기술기업'이라는 이정표를 세우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사명에 '서울'을 넣은 것도 이 같은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로보틱스가 사업 초기 주력한 분야는 '도로 주행용 자율주행'이다. 차량에 탑재된 라이다로 수집한 영상을 분석해 자율주행차의 눈 같은 역할을 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로 벤츠, 볼보 등 세계 유수 완성차업체와 협업하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수년이 지나도록 도로 주행용 자율주행 시장은 팽창하지 못했다. 혁신 기술을 적용하는 데 보수적인 완성차업계의 태도와 라이다 등 하드웨어 개발·양산 속도가 뒷받침되지 못한 결과다. 서울로보틱스 입장에서도 당장 매출이 나올 구석이 없으니 변화가 필요했다.


서울로보틱스가 개발한 인프라 자율주행 기술. (사진=서울로보틱스)

◆ '묘수' 된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 피보팅


서울로보틱스는 BWM와 2019년부터 진행 중이던 '생산공장 내 자율주행(Automatisiertes Fahren Im Werk, AFW)' 프로젝트에서 활로를 찾았다. 도로 주행용 자율주행 기술이 아닌 인프라 자율주행 쪽으로 시선을 돌리기로 한 것이다.


이 대표는 "요즘 출시되는 차들은 기본적으로 커넥티드(connected) 기능과 첨단운전자보조장치(ADAS)가 탑재돼 있어 인프라 자율주행을 실현하기 수월하다"며 "인프라 자율주행이 차량용 자율주행보다 훨씬 큰 시장 규모를 갖췄다는 점도 피보팅(사업전환) 배경 중 하나"라고 전했다.


서울로보틱스에 따르면 생산공장에서 만들어진 차들은 물류센터를 거칠 때마다 5만~7만원의 부대비용이 붙는다. 차량을 운전해 다음 장소까지 옮기는 인건비다. 일반적으로 내수 판매 차량은 물류센터를 3차례 정도, 수출 차량은 6차례 정도 거친다.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만 차량 한 대당 수십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전 세계 자동차 생산량은 연간 7000만~9000만대 수준이다. 이를 고려할 때 인프라 자율주행 시장 규모는 20조~30조원으로 추산된다. 도로 주행용 자율주행 시장 규모가 현재 1조원이고, 2025년 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격차다.


이 대표는 "인프라 자율주행은 외진 곳에 있어 노동력 수급이 어려운 공장이나 인건비를 줄이려는 완성차업체 수요에 부합하는 기술"이라며 "절대적인 시장 규모가 작진 않지만 완성차업체가 기술 내재화를 탐낼 정도의 규모는 아니어서 대기업과 경쟁을 피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생산공장 내에서 자율주행하는 BMW 차량 모습. (사진=서울로보틱스)

◆ 4년 뒤 나스닥 상장 정조준


서울로보틱스는 최근 시리즈B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투자 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308억원의 자금을 성공적으로 조달했다. KB인베스트먼트, 퓨처플레이, 노앤파트너스, KB증권, KDB산업은행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이 투자를 단행했다.


이 대표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인재 영입과 데이터베이스(DB) 고도화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올해 안에 BMW 딩골핑 공장 내 차량 이동을 '완전 자동화'하겠다고도 밝혔다. '팩토리 넘버원(Factory No.1)'이라 불리는 딩골핑 공장은 현재 부분 자동화로 운영되고 있다. 일부는 인프라 자율주행 기술로, 일부는 운전자가 차량을 움직이는 형태다. 서울로보틱스는 연말까지 이런 차량 이동 방식을 전부 인프라 자율주행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내년엔 인프라 자율주행을 적용한 공장 숫자를 확대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 대표는 "팩토리 넘버투, 팩토리 넘버쓰리 등 서울로보틱스의 인프라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공장 숫자를 꾸준히 늘려갈 계획"이라며 "내년엔 최대 5개의 신규 공장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기업공개(IPO)는 2026년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추진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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