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C비율 권고치 '턱걸이' 한화생명, 조달부담 커져
금리상승에 보험사 발행물 외면···기발행 자본성증권 조기상환 등 관리부담도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3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생명보험 업계 자산 규모 2위인 한화생명의 RBC비율이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겨우 넘어서며 자산건전성 관리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화생명은 RBC비율 관리를 위해 자본성증권 발행을 추진 중이지만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말 기준 한화생명 RBC비율은 167.6%로 금융당국의 권고치 150%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지난 2020년 말 238.3% 대비 70%포인트 이상 하락한 수치로 업계 평균인 243.9%와 비교해도 격차가 큰 편이다.


RBC비율(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가 안고 있는 부채 위험이 현실화했을 때 보험 계약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자금이 마련됐는지를 가늠하는 건전성 지표다.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을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으로 나눠 산출하며 숫자가 클수록 건전성이 우수하다. 보험업법상 최소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하며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한화생명의 RBC비율 하락은 금리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이익의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RBC비율은 지난해까지는 큰 무리가 없었으나 올해 금리가 급등하면서 급속도로 떨어졌다. 매도가능증권은 당장 되팔 수 있는 채권을 말하며 시가로 평가하는데 금리 하락 시에는 채권 가격 상승으로 RBC를 높이는 역할을 하지만 금리 상승 시에는 반대로 작용한다.


정원하 나신평 선임연구원은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주가지수가 하락하고 매도가능증권평가손실이 확대됨에 따라, 보험사 전반적으로 RBC비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화생명은 과거 판매한 고금리 저축성보험 비중이 높아 보험부채 시가평가로 인한 자본확충 부담이 상당히 큰 편"이라고 분석했다.


한화생명은 금리상승세와 기발행 자본성증권 조기상환으로 RBC비율 관리 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4월 신종자본증권(5000억원)의 조기상환으로 가용자본이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에 종속회사인 한화손보의 높은 자본변동성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한화손보의 자본잠식률은 52.4%까지 상승했다. 가파르게 오른 금리에 채권평가손실이 커지면서 자기자본이 급속도로 줄었기 때문이다. 한화손보의 자본잠식 해소를 위해 한화생명은 1900억원을 지원한다. 한화손보는 이달 제3자 배정방식으로 전환우선주(CPS) 3800만주를 발행한다.


이에 한화생명은 RBC비율 관리 및 K-ICS 대응을 위해 자본성증권 발행을 추진 중이다.


한화생명은 이달 1일 이사회를 열고 7억5000만달러(약 1조88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결정을 공시했다. 만기는 30년으로 발행일로부터 5년 경과 후 조기상환이 가능한 콜옵션이 붙었다.


다만 발행금리와 청약·납입일 등 세부사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한화생명은 금리부담이나 금융시장 상황 등을 지켜본 뒤 세부적인 내용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여건이 불리하다고 판단될 경우 발행 취소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최근 보험사 발행물이 수요예측에서 대거 미달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한화생명은 올해 발행한 자본성증권만 2조원을 넘기면서 높은 이자부담을 안고 있다. 한화생명이 자본성증권을 통한 자금 조달은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다. 지난 2월 7억5000만달러(약 9040억원) 규모의 해외후순위채를 발행했으며 6월에도 4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각각 3.379%, 5.30%로 올해 발행한 자본성증권의 이자부담만 해도 연간 500억원을 넘어선다.


여기에 직전 자본조달 이후 추가로 금리가 오르면서 부담은 더욱 가중된 상황이다. 한화생명이 발행을 검토 중인 신종자본증권은 후순위채에 비해 자본으로 인정되는 비율이 높은 만큼 책정되는 금리도 높다. 지난 6월 후순위채 발행 당시에 비해 환율이 오른 점을 고려해 6~7% 수준의 금리부담이 관측된다.


다만 이번 자본성증권이 달러로 발행될 예정이라는 점은 고환율인 점을 고려할 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지난 6월 말 1300원 수준이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400원을 넘어서며 환산 시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이 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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