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인수합병(M&A)의 목적은 한 기업이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하는 속도를 뛰어넘어 시장에서 전략적 우위를 점하게 하는 데 있다. 지난해 7월 합병을 통해 자산규모 수준 업계 4위 수준까지 껑충 뛰어오른 보험사가 있다. 신한금융지주 산하의 신한생명과 외국계 보험사 오렌지라이프의 합병으로 출범한 신한라이프다.
이른바 보험 아줌마라고 불리는 중년 설계사와 저축성보험(신한생명), 넥타이를 맨 젊은 설계사와 보장성보험(오렌지라이프). 합병 전 두 회사의 덩치가 비슷했던 데다 조직 구성원부터 타겟 고객, 주력 상품까지 판이했던 만큼 양사 노조의 직원 간 격차 해소 문제 등 통합 생보사 출범 이후에도 여러 잡음이 뒤따랐지만, 결국 물리적‧화학적 통합까지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신한라이프가 꺼내든 마지막 퍼즐은 '영업문화 통합'이다. 신한라이프는 지난 1일 조직개편을 통해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으로 비즈니스 이노베이션(BI) 추진본부를 출범했다. 1~2본부로 양분된 조직의 수장으로는 신한생명 출신인 이후경 고객전략챕터장과 오렌지라이프 출신인 김범수 FC1본부 총괄(상무)를 각각 임명했다. 올해 5월과 8월 들어 차례로 전산망 일원화, 임금‧직급체계(HR) 통합을 끝마친 데 이어 영업조직 문화를 일원화해 본격적인 통합 시너지를 꾀하겠다는 것이 BI 추진본부의 설립 목적이다. 이와 관련해 연말, 늦어도 내년 연초에는 통합 생보사를 한데 아우를 수 있는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9년 초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했으니 통합 생보사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기까지 4년 여의 세월이 필요했던 셈이다. 이에 몇몇 언론은 신한라이프의 통합절차에 걸린 시간을 두고 더딘, 답보, 잡음 등의 수식어구를 붙여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이 생보 계열사 진용 갖추기에 열을 올렸던 근본적인 이유가 KB금융과의 리딩뱅크 경쟁에 있었던 만큼 많은 기대와 관심이 함께 했던 까닭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신한라이프 내부의 반응이다. 마지막 퍼즐을 맞추기까지 4년이면 선방했다는 얘기도 속속 들려온다. 전혀 다른 두 조직이 만나 성공적인 결합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마땅히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 특히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등 신제도 도입을 앞두고 생보 업황이 부진한 상황인 만큼 만사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해지는 분위기다.
현재 신한라이프는 M&A를 통해 레드오션인 보험 시장에서 자산 규모 업계 4위라는 퀀텀 점프를 이뤄냈다. 다만, 시장에서 전략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답변은 아직 미지수로 남아있다. 회사의 규모가 커졌다고 실적까지 함께 상승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성대규 신한라이프 대표이사는 신년사를 통해 "충분한 대화와 소통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며 "소통이 원활해야만 1+1이 2를 초과하는 결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인 통합이 재무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물리적‧화학적 통합을 넘어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구성원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성 대표가 통합에 앞서 소통을 강조했듯 지난 4년의 시간은 1+1을 넘어서 '2+α'로 도약하기 위한 소통의 시간이었을지 모른다. 우리 속담에 '뿌리 깊은 나무 가뭄 안 탄다'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을 하건 근본이 튼튼하면 어떤 어려움도 견딜 수 있다는 의미다. 영업조직 문화 통합이라는 마지막 과제를 남겨둔 신한라이프의 앞날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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