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추심으로 사세를 키운 한빛자산관리대부가 금융업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심에 선 건 저축은행 인수다. 올 들어 HB저축은행 지분 과반을 확보한 데 이어, 참저축은행 경영권까지 사들였다. 듀얼뱅크(Dual Bank) 체제를 구축한 한빛자산관리대부의 저축은행 인수합병(M&A)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최양해, 문지민 기자] 한빛자산관리대부(이하 한빛대부)가 HB저축은행에 이어 참저축은행도 싸게 인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체결한 주식매매계약 조건을 고려하면 주가순자산비율(PBR) 대비 1배 수준의 몸값이 거론된다. 여기에 향후 모기업인 참엔지니어링 매각에 나설 경우 실질 인수금액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빛대부는 올 들어 참저축은행 우회인수 작업에 돌입했다. 저축은행을 지배하는 모기업과 저축은행 지분을 각각 매입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짰다. 앞서 HB저축은행 인수 당시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한 방식과 유사하다는 평가다. 인수주체로는 중간지주사 'HB홀딩스그룹(이하 HB홀딩스)'과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 'HB캐피탈'을 내세웠다.
우선 HB홀딩스로는 참저축은행 지분을 직접 인수하기로 했다. 지난 2월 9일 참엔지니어링이 보유한 주식 68만6556주(지분율 85.8%)를 750억원에 사들이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당일 35억원의 계약금을 납입했고, 잔금은 저축은행 대주주 승인 변경을 인·허가 받은 뒤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인수대금은 실사 결과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계약서에 명시했다.
만약 기존 조건 그대로 매매계약이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참저축은행은 약 874억원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인정받게 된다. 지난 3월 말 기준 참저축은행의 자본총계가 834억원임을 고려하면 PBR 1.05배 수준의 몸값을 인정받게 되는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기업가치는 일반적으로 PBR을 활용해 책정한다. 보통 자산총계 1조원 이상 매물은 PBR 1배, 1조원 미만 매물은 이보다 조금 더 높은 PBR을 책정한다. 참저축은행의 자산총계는 6399억원(3월말)으로 1조원 미만 그룹에 속한다. 즉 PBR 1배 이상의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는 매물인 셈이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상위권인 참저축은행의 입지를 고려할 때도 PBR 1배의 몸값은 저렴하다는 평가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참저축은행은 국내 대구·경북권 저축은행 10곳 중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한 회사다. 대구 지역 내 여신·수신 점유율도 각각 30%를 웃돌 정도로 높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참저축은행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수년간 상위권을 유지해온 회사"라며 "한빛대부가 PBR 1배 수준에 참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지난 HB저축은행 때와 마찬가지로 염가 인수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빛대부는 앞서 HB저축은행을 품는 데 총 1361억원을 투입했다. 이후 우회인수 작업이 끝나자 기존 HB저축은행 모기업인 ES큐브 보유 지분 32.2%를 650억원에 내놨다. 결과적으로 매매계약이 두 차례 무산되긴 했지만, ES큐브 매각에 성공했을 경우 PBR 1배 수준에 서울 소재 저축은행을 품는 그림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참저축은행 실질 인수금액도 더 낮아질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빛대부가 저축은행 우회인수 후 참엔지니어링 보유 지분을 매각할 경우다.
한빛대부는 HB캐피탈이 조성한 신기술투자조합으로 참엔지니어링 경영권을 인수했다. 기존 최대주주인 김인한씨와 그의 아들 김규동 대표가 보유한 지분 전량(25.4%)을 535억원에 사들였다. 여기에 9회차 전환사채(CB)와 참저축은행이 보유한 참엔지니어링 보통주를 매입하는 데 52억원을 썼다. 총 587억원을 들여 31.1%(CB 보통주 전환 시) 지분을 확보했다.
이를 고려할 때 한빛대부는 참엔지니어링 보유 지분을 투자원금(587억원) 이상에만 매각하면, 저축은행 염가 인수 퍼즐을 완성할 수 있게 된다. 참저축은행 지분은 이미 PBR 1배 수준에 매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선 실질 인수금액을 더 낮출 수도 있다. 참엔지니어링 지분을 비싸게 매각할수록 실제 투입한 자금 규모가 축소되는 구조인 까닭이다.
시장에선 여러 정황상 한빛대부가 향후 참엔지니어링을 인수합병 매물로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승인 변경을 받아낸 이후가 예상 시점으로 거론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계약이 원안대로 진행되면 한빛대부는 HB홀딩스를 통해 참저축은행 지분 85.8%를 확보하게 된다"며 "이는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과시킬 수 있는 최소 지분율(67%)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했던 저축은행 지분을 80% 이상 확보한 만큼, 사업 시너지가 적은 참엔지니어링을 매물로 내놓을 확률이 높다"고 예상했다.
일각에선 한빛대부가 참저축은행 지분 인수에 투입할 750억원이 참엔지니어링 매각을 돕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빛대부가 사들인 참저축은행 지분 85.8%가 참엔지니어링이 보유하고 있던 구주라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자금 흐름의 큰 줄기를 놓고 보면 '한빛대부→HB홀딩스→참저축은행→참엔지니어링'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완성된다.
통상적으로 회사가 경영권을 매각할 경우 당시 보유한 현금성자산에 대한 프리미엄을 상당 부분 인정받는다. 이를 감안할 때 한빛대부가 저축은행 인수에 쓸 750억원은 '일석이조' 효과를 기대케 한다. 한빛대부 입장에선 참저축은행 지분 85.8%를 확보함과 동시에 참엔지니어링에 유동성을 유입시켜 인수합병 매물로서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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