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대부가 저축銀 품는 법]
참엔지니어링 M&A, 이번에도 알맹이만?
⑤ 투트랙 활용 '우회인수' 추진…대주주 적격심사 후 행보 촉각
이 기사는 2022년 08월 16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실채권 추심으로 사세를 키운 한빛자산관리대부가 금융업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심에 선 건 저축은행 인수다. 올 들어 HB저축은행 지분 과반을 확보한 데 이어, 참저축은행 경영권까지 사들였다. 듀얼뱅크(Dual Bank) 체제를 구축한 한빛자산관리대부의 저축은행 인수합병(M&A)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최양해, 문지민 기자] 한빛자산관리대부(이하 한빛대부)가 두 번째 저축은행을 품기 위한 밑그림을 완성했다. 저축은행을 지배하는 모기업과 저축은행 지분을 각각 매입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짰다. 앞서 '우회인수'에 성공한 HB저축은행 때와 유사한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에도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은 뒤 기존 모기업을 매물로 내놓을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빛대부가 참저축은행 우회인수에 나선 건 올해 2월 9일부터다. 이날 중간지주사인 HB홀딩스그룹을 통해 참저축은행 주식 68만6556주(지분율 85.8%)를 사들이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인수대금은 750억원이며, 계약금으로 35억원을 납입했다. 잔금은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른 대주주 변경 승인을 취득한 뒤 지급하기로 했다.


한빛대부는 일주일 후 참저축은행의 모기업이자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참엔지니어링' 경영권도 확보하기로 했다. 인수주체는 HB투자파트너스다. 이 회사는 양은혁 한빛대부 회장이 거느린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지난 HB저축은행 인수 당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ES큐브를 실질 지배하는 등 저축은행 우회인수에 핵심 역할을 했던 곳이다.



그렇지만 이번 딜에선 가교 역할로 나섰다. HB투자파트너스는 지난 2월 16일 참엔지니어링 주식 1462만7750주(지분율 25.4%)를 53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최대주주인 김인한씨와 그의 아들 김규동 대표가 보유한 지분 전량을 매입하기로 했다. HB투자파트너스는 HB홀딩스로부터 150억원을 빌려 계약금을 댔다. 동시에 '매도인이 대상 주식 전부를 거래종결일 이전에 계약상 지위를 양수하는 자에게 인도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다.


이는 HB캐피탈이 신기술사업금융회사(이하 신기사) 라이선스를 획득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한빛대부 계열 신기사인 HB캐피탈은 2월 18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신기사 라이선스를 획득했고, 곧바로 약정총액 700억원 규모의 신기술투자조합을 결성했다. 업무집행사원(GP)으로서 신기술투자조합을 결성·운용하는 역할이다.


정해진 순서인 듯, HB투자파트너스는 3월 23일 '참엔지니어링 주식매매계약 권리'를 HB캐피탈이 결성한 신기술투자조합(에이치비씨 신기술투자조합제1호)에 넘겼다. 닷새 뒤엔 한빛대부 핵심 관계자인 신희민 씨가 참엔지니어링 사내이사로 합류했다. 신씨는 금융감독원에서 20년 가까이 재직한 인사다. 앞서 HB저축은행 우회인수 후 ES큐브 매각에 관여하고 있는 만큼, 참엔지니어링 매각 관련 자문도 맡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한빛대부가 신기술투자조합을 활용해 참엔지니어링 최대주주에 오른 건 3월 31일이다. 전날 잔금 385억원을 납입하며 지분율 25.4%를 확보했다. 아울러 이틀(30~31일)에 걸쳐 참엔지니어링이 기발행한 9회차 전환사채(CB)를 추가 매입했다. 콜옵션(매도청구권) 대상자를 신기술투자조합으로 지정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주당 1268원에 약 37억원어치 CB를 인수했다.


신기술투자조합은 이후에도 참엔지니어링 지분을 늘려나갔다. 6월 들어 약 4억4200만원 상당의 CB를 추가 인수했고, 참저축은행이 보유한 참엔지니어링 지분도 11억원을 들여 전량 매입했다. CB의 경우 시가 하락에 따른 조정을 거치며 전환가액이 최저한도(1202원)까지 내려앉았다. 보통주 전환 시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신기술투자조합이 보유한 참엔지니어링 지분은 31.1%(CB 보통주 전환 시)로 불어났다.



남은 과제는 참저축은행과 주식매매계약을 맺은 HB홀딩스가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른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느냐다. 금융당국의 인·허가 결과에 따라 저축은행 우회인수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시장에선 한빛대부가 적격성 심사 허들을 넘을 경우 ES큐브 인수 때와 마찬가지로 사업회사인 참엔지니어링 지분을 매각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기술투자조합을 활용해 인수자금을 댄 만큼, 향후 바이아웃(buyout·경영권 이전) 형태의 지분 매각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한빛대부는 올 들어 사모펀드로 우회인수한 ES큐브(텐트 제조) 경영권 매각을 시도하는 등 금융업 외 포트폴리오를 정리 중"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사업 시너지가 적은 참엔지니어링(디스플레이 패널 제조)도 저축은행 인수 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경우엔 지난 ES큐브 사례와 마찬가지로 자회사인 저축은행의 가치를 보고 투자한 소액주주들이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빛대부가 이번 계약으로 참저축은행 지분 과반 이상을 확보한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지난 2월 체결한 주식매매계약에 따르면 HB홀딩스는 대주주 승인 변경 허가를 따낼 경우 참저축은행 지분 85.8%를 확보하게 된다.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과시킬 수 있는 지분율(67%)을 크게 웃돈다. 우회인수에만 성공한다면 금융업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선 한빛대부 입장에선 참엔지니어링을 끌어 안고 갈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다.


한빛대부는 이번 참저축은행 인수합병에 성공할 경우 두 개의 저축은행을 거느리게 된다. 일각에서는 인수 후 저축은행 간 통합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별 영업구역을 명확히 지정하고 있는 상호저축은행법을 감안하면 서울권역(HB저축은행)과 대구경북권역(참저축은행) 간 통합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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