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증권사 품나
보험사는 놔두고 증권사에 '올인'
②기존 계열사와 시너지 크고 변동성 방어에도 강점···보험시장은 레드오션
이 기사는 2022년 08월 29일 07시 5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민영화 숙원을 이뤄낸 우리금융의 행보가 빨라졌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는 물론, 금융산업의 빅블러(Big Blur) 시대를 맞아 다양한 사업에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은 과거 내줘야 했던 증권업에 적극 관심을 보이며 여러 증권사에 인수를 타진하는 중이다. 지난해 내부등급법 승인으로 넉넉한 실탄도 장착했다. 우리금융은 내년 증권을 포함한 플랫폼 출범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팍스넷뉴스는 우리금융의 증권업 재진출의 의미와 이를 위한 최근 움직임을 분석해본다. 


[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우리금융에게 증권사 인수는 그야말로 숙원 사업이다. 그룹 내 자회사들과의 시너지가 가장 크고, 실적 변동성 대응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민영화 이후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위해서도 증권사 인수는 필수적이다. 현재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곳은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우리금융 재무총괄(CFO)을 맡고 있는 이성욱 전무는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자본 활용 계획과 관련해 "비은행 부문 확충 등 여러 M&A 추진 계획을 갖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자사주 매입보다는 중장기 기업 가치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M&A에 집중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물론, 우리금융 포트폴리오에 보험사업도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금융은 '보험보다는 증권'을 외치고 있다.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 상태인데다 인구구조 변화로 미래 성장성도 담보하기 어렵다고 우리금융 내부는 진단했다. 물론 증권사를 품은 후 어느 정도 진영이 갖춰진 후 조건만 맞으면 보험사 인수도 추진할 수 있지만 일단 우선순위에서 내려놓았다. 


우리금융은 이보다 앞서 여러 차례 비은행 자회사 M&A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우리금융은 2013년 우리투자증권을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한 이후 증권업을 바라만 봤다. 


우리금융은 증권사를 넘겨준 대가로 코로나 시기 '실적 파티'에서 쓴웃음을 지어야 했다. 지난해에는 농협금융과의 순이익 경쟁에서도 사실상 밀려났다. 지난해 우리금융 당기순이익은 2조5879억원으로, 농협금융의 2조2919억원보다 많았다. 다만, 농업·농촌·농업인을 위해 매년 연도 중 지원하는 농업지원사업비(4460억원)를 제외한 농협금융 순익이 2조6034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농협금융이 우리금융을 제치고 4위 자리를 차지했다. 


순위는 비은행 자회사 실적에서 결정됐다. 지난해 은행 자회사 순익을 살펴보면, 우리은행(2조3755억원)이 농협은행(1조5556억원) 대비 높았지만, 농협금융 비은행 자회사 실적이 크게 증가하면서 우리금융을 추월했다. 특히 증권 계열사인 NH투자증권 자회사 순익이 9315억원으로 61.5% 증가하면서 순익 증가세를 이끌었다.


◆ 증권사, 기존 계열사와 시너지 가장 커···변동성 방어에도 강점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2023년까지 비은행 순익 비중을 30%까지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상반기 우리금융 비은행부문 순익 비중은 18.2%로, 지난 2020년 12.8%, 2021년 17.2%에서 점차 확대됐지만 같은 기간 4대 금융지주 평균(31.9%)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증권사를 1순위로 언급해 왔다. 실적 안정성과 시너지 측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증권사 인수 시 대외변수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다. 은행과 증권은 금리인상기와 하락기에 실적이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론 증권사 내부적으로는 브로커리지 수수료 증감에 따른 실적 변동이 있다. 그러나 최근 증권사들이 투자금융 부문을 강화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증권사 인수 시 우리은행이나 우리종금 등 우리금융 자회사들과 투자금융 부문 등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 달라진 환경···증권사 인수 속도 붙나


우리금융은 지난 2013년 증권사 매각 이후 9년 동안 증권사 매물을 구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 2020년과 2021년에는 주식시장 호황으로 증권사 몸값이 올라 매물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증권사 인수에 특히 난항을 겪었다.


타 금융지주 대비 낮은 자본비율 또한 증권사 인수를 어렵게 했던 이유 중 하나다. 내부등급법 승인 전이었던 지난해 3분기 우리금융 보통주자본비율은 10.18%로 신한금융(13.41%), KB금융(13.73%) 등과 비교해 3%p 이상 낮았다. 같은 기간 BNK금융(11.35%), DGB금융(11.73%), JB금융(10.52%) 등 지방금융지주들과 비교해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자본 활용 여력이 제한돼 있었다는 뜻이다.


다만, 올해부터는 증권사 인수를 위한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먼저, 지난해 '품귀 현상'을 겪었던 증권사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주식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지난해 대비 증권사 순이익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매물 가격 또한 지난해보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우리금융 내부적으로는 지난해 11월 내부등급법을 승인받으면서 출자 여력이 크게 늘어났다. 


앞서 우리금융은 내부등급법 승인 시 증권사 인수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었다. 이성욱 전무는 "내부등급법이 승인되면 자본이 2조원 정도 늘고, 위험자산 기준으로는 약 20조원 여유가 있다"면서 "가장 시너지가 많이 나는 부분이 증권사인데 매물이 품귀현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형 증권사 정도는 무리없이(인수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대형 증권사는 추가적으로 자본 확충과 연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금융지주 전경. <사진=우리금융 제공>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우리금융 증권사 품나 3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