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감원의 자존심
징계 취소소송 상고 여부 고심…사모펀드 제재 마무리짓고 경제위기 대응해야
이 기사는 2022년 08월 05일 07시 4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2020년과 2021년에는 디스커버리, 라임, 옵티머스 펀드 등 굵직한 사모펀드 사태의 여파로 금융권에 칼바람이 불었다. 금융감독원은 제재심에서 관련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도 중징계를 내렸다. 피해자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친 사태인 만큼 판매사인 은행의 책임도 무거웠다. 다만 이같은 사태가 일어나도록 한 내부통제 미비의 책임을 CEO 개인에게 물을 수 있는지 반발도 일었다.


대표적으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승소했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금융회사 CEO의 책임론이 점차 힘을 잃고 있는 모습이다. 금감원은 항소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제재에 반기를 든 금융사와 끝까지 다툼을 이어가지 않을 경우, 감독당국으로서 위신이 떨어지고 기강이 해이해질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든다. 제재마다 금융사가 반발하게 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것이다.


이번 취소 소송은 금융사 CEO가 감히 감독당국인 금감원에 반기를 든 초유의 사태일까? 사실 그렇지 않다. 금감원은 과거에도 번번히 제재에 대한 취소소송을 당했고, 줄이어 패소한 전력이 있다. 금감원은 지난 20년 간 주요 금융사 CEO 등에 중징계를 내렸다가 대법원까지 가 최종적으로 취소되는 굴욕을 겪었다.


대표적으로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은 2009년 우리은행장에 재직하던 시절 파생상품 투자손실과 관련해 은행법 및 은행업 감독규정을 고의로 위반했다는 이유로 직무 정지 3개월 상당의 중징계 제재를 받았다. 그는 대법원까지 가는 3년여 소송 끝에 2013년 제재 취소 판결을 받았다.


지난 2015년에도 박동창 전 KB금융지주 부사장이 금감원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금감원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에서는 원심을 뒤집고 금감원의 징계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법적 근거 미비를 이유로 최종적으로 징계 취소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 판결 이후 금감원은 주의적 경고를 제재했던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해서도 징계를 취소했다.


금감원이 징계 소송에서 자주 패소하면서 징계 당위성이 크게 흔들리게 됐다. 특히 취임한 지 갓 50일을 넘긴 이복현 금감원장은 대표적인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다. 그를 향해 정치권에서는 "3심까지 가서 내용을 확정 지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 원장은 직접 판결문을 챙기고 있다고 하나, 부담은 떨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사안을 대법원까지 끌고 갈 때 가장 큰 부담은 사모펀드 관련한 징계안을 보류 상태로 안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다른 금융회사의 징계 수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손 회장의 최종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다른 금융회사들의 징계를 결정하는 것이 어렵다.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CEO 제재를 매듭짓기 위해서는 이 소송을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


자존심 지키기에만 물두하기에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높은 물가 수준과 금리인상에 따른 부담이 크고 경기 침체 경고등도 켜졌다. 은행과 협업해 서민과 금융취약계층을 살피는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 대법원까지 가서 다퉈볼지, 무리한 제재를 과감히 인정할지, 어느쪽을 선택하더라도 금감원 입장에서는 모양이 빠지는 답안지지만 이번 사건을 내부통제와 제재 원칙에 대해 면밀하게 살피는 계기로 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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