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부동산 광풍 이후 올 미래
자산거품 붕괴 후 해외로 나간 일본 선례 반면교사 삼아야
이 기사는 2022년 08월 01일 08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현중 편집국장] 와다나베부인이 국제 금융시장에 큰 손으로 등장했을 때 얘기다. 2007년 와다나베 부인의 외환거래는 도쿄 외환시장 거래량의 30% 정도를 넘어설 정도로 활발했다. 한국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국내에 온 일본 KX마진 중개업체의 사장을 만났다. 통화 변동성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거시 변수나 이벤트들에 과연 개인들이 얼마나 이해를 가지고 투자 하는지 궁금했다.


이 업체가 제공하는 투자 정보는 국제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중요 외화의 환율을 몇 개의 간단한 그래프로 보여주는 게 전부였다. 복잡한 금융거래 기법을 잘 안다고 투자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간단한 그래프만으로 기관투자자의 영향력이 큰 국제외환시장에 개인 투자자들이 매매에 공격적으로 나선다는 게 위험해 보였던 기억이 있다.


시간은 흘러 2021년. 해외로 나가는 일본 개인과 기업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재무성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일본의 대외 순자산은 411조1841억 엔으로 역대 최고치다. 경제 전체 흐름은 잃어버린 30년이지만 대외자산 총액에서 글로벌 1등을 30년째 이어가고 있다. 여전히 와다나베 부인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해외투자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국내에 투자할 만한 기회가 그만큼 적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거품 붕괴 속에 부동산 가격 폭락, 초저금리 상황 등이 맞물리면서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투자 기회를 찾는 흐름이 일본을 대외 순자산 1위국가로 만들었다. 기업들도 국내보다 해외에서 수익창출을 노리고 있다. 일본기업의 해외법인은 경제대국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이렇게 해외 나간 기업의 영업이익은 국내보다 배가 많다. 일본 국내 경제 상황은 여전히 디플레다. 각국의 물가수준을 비교할 때 기준으로 쓰이는 빅맥가격은 390엔으로 한화로 4000원이 안 되는 수준인 반면 국내는 440엔으로 일본보다 13% 가까이 비싸다.


지난해 우리나라 대외 금융자산도 사상 최대다. 서학개미 투자열풍이 올해는 다소 누그러들었지만 국내 김여사가 와나다베부인이 간 길을 따라가고 있다. 우리보다 미국 금리가 높고, 애플, 구글 등 글로벌 톱티어 IT 기업이 즐비한 미국 주식시장 등 해외시장은 국내보다 투자매력이 크다. 삼성, SK 등 대기업은 미국에서 돈 보따리를 풀며 투자 약속을 쏟아내고 있다. 국내 보다 해외 고용이 더 많아질게 뻔하다. 지난해 국내 토지자산은 GDP 대비 5.2배로 일본 버블이 무너지기 전 5.4배에 거의 근접해 있다. 일본을 닮아가는 모양새다.


더 나은 이윤의 기회를 찾는 것이 자본의 생리이기에 국내의 투자기회가 적을수록 해외로 돈과 기업이 빠져나가는 흐름은 강도를 더 해 갈 듯하다. 부채로 조달한 자금으로 투자한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의 붕괴로 나타나는 형태인 밸런시트 불황까지 겹친다면 국내는 저성장이 아닌 디플레의 위험은 더 커진다.


변곡점은 어느 날 한 순간에 모습을 드러나지 않는다. 변곡점을 거치는 대전환의 서곡을 알리는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초저금리와 양적완화에 기대어 부양의 깃발을 날렸던 시대가 영원히 이어질 수는 없다. 실패한 일본의 역사가 우리에게 닥칠 미래라면 너무 우울한 전망일까?

일본 대외순자산 추이(출처:World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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