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브랜드 철수 없다" 자신감 근거는
[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최근 토종 패션회사들이 보유 중인 브랜드들을 잇달아 구조조정키로 한 가운데 신원은 되레 확장에 나서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신원 역시 적자 브랜드로 인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는 까닭이다.
27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신원은 여성복 베스티벨리는 온라인 강화와 함께 오프라인 대리점을 신규 유치하고 지이크는 주력인 신사복에 이어 캐주얼로 영역을 확장키로 결정했다. 이는 경쟁 패션회사와 사뭇 다른 행보다. 인디에프와 한세엠케이만 해도 올 들어 테이트, TBJ와 앤듀브랜드를 재편하거나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한때는 회사의 메인급으로 성장하기도 했지만 하이엔드와 SPA 중심의 저가 브랜드로 패션시장이 재편됨에 따라 경쟁력을 잃은 영향이 컸다.
이 같은 적자 브랜드 정리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국내 패션시장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이 엠비오와 빈폴스포츠를 LF는 타운젠트와 TNGT 매장을 철수하는 등 대기업 계열 패션회사 또한 앞 다퉈 브랜드 구조조정에 뛰어들기도 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근래에는 가격대가 있는 해외브랜드나 유니클로, 스파오 등 저가를 지향하는 SPA의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중저가 브랜드가 설 자리를 잃은 모습"이라며 "회사들이 적자 브랜드를 안고 가느니 매출이 줄더라도 전사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브랜드 철수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남성복의 경우 정장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여성복 대비 판매량이 적은 특성이 있다 보니 구조조정의 후보군에 오를 여지가 더 크지 않겠나"라고 부연했다.
신원의 행보가 눈길을 끈 것은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황의 타개책으로 정중동을 택했단 점이다. 신원 패션부문은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에도 이미 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경쟁력에 상실했고, 지난해에는 손실폭이 배 가까이 확대된 11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신원 패션부문 매출 또한 1943억원에서 1669억원으로 14.1% 감소하며 성장 기대감마저 꺾인 상태다.
이에 대해 신원 측은 엔데믹 전환 이후 패션업이 활기를 띄고 있고 캐주얼 브랜드의 니즈가 세분화됐단 이유에서 브랜드 확장 정책이 회사에 도움이 될 거란 반응을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과거 여성복브랜드 비키나 이사베이를 온라인 전용브랜드로 전환한 것 외에 현재로선 (브랜드를 철수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올 들어 베스티벨리나 지이크 등의 판매량이 우호한 편이고 기타 브랜드 매출고 대체로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브랜드 확장을 결정한 지이크의 경우 캐주얼이 신사복시장 일부를 대체하기도 하는 등 활용도가 세분화되고 있다는 판단 하에 신사업에 뛰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원 측의 기대대로 최근 신원 패션부문의 실적은 팬데믹 기간보다는 상당부분 개선되고 있다. 이 부문의 매출은 작년 1분기 360억원에서 올 들어선 410억원으로 14% 증가했고 올 1분기 영업손실 역시 1년 새 절반 가까이 축소된 2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인디에프와 한세엠케이의 적자 규모가 전년 대비 각각 3.4%, 300.2% 확대됐고 코데즈컴바인·신성통상의 영업이익은 31.6%, 75.5% 각각 감소한 것과 대비되는 성적표다.
다만 업계는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점은 신원의 불안요소가 될 거란 반응도 보이고 있다. 판매 회복이 더딘 가운데 확장정책으로 인해 재고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연초 104.7에서 매월 상승해 지난달에는 108.2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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