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벤처스, 액셀러레이터 자격 '자진 반납'
"초기창업자 의무 투자 비율 충족 어렵다" 판단
이 기사는 2022년 07월 19일 15시 4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양해 기자] 벤처캐피탈과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 업무를 겸했던 카카오벤처스가 액셀러레이터 라이선스를 스스로 반납했다. 액셀러레이터로서 '초기창업자 의무 투자 비율'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모태펀드 출자사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19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벤처스는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에 액셀러레이터 등록 말소 신청서를 냈다. 2019년 액셀러레이터로 등록한 지 약 3년 만이다. 중기부는 말소 신청을 받아 들여 지난 18일 카카오벤처스의 액셀러레이터 자격을 말소했다고 공고했다.


라이선스 반납 배경으로는 '초기창업자 의무 투자 비율'이 꼽힌다.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법)에 따르면 액셀러레이터는 전체 투자금액의 40~50% 이상을 창업 3년 이내 초기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자본금으로 투자할 경우 40%,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해 투자할 경우 50%,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해 투자할 경우 40% 이상 비율을 충족해야 한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벤처투자조합은 '액셀러레이터 계정'으로 결성한 벤처펀드를 뜻한다. '벤처캐피탈 계정'으로 결성한 벤처펀드로는 초기기업에 투자하더라도 의무 투자를 인정받지 못한다. 대부분 펀드를 벤처캐피탈 계정으로 조성하는 창업투자회사(창투사)로서는 조건을 맞추기가 까다로운 셈이다.


카카오벤처스는 벤처캐피탈 업무를 주력으로 하면서 액셀러레이터 의무 투자 비율을 동시 충족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 의무 투자 비율을 충족하기 위해 액셀러레이터 계정으로 벤처투자조합이나 개인투자조합을 별도 조성하는 건 무리라는 입장이다.


카카오벤처스 관계자는 "액셀러레이터 자격 반납은 창투사로서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이전부터 검토해온 사안"이라며 "밸류업파트너십 등 초기기업 육성을 돕는 보육 프로그램은 그대로 운영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중기부는 카카오벤처스와 함께 같은 날 액셀러레이터 자격을 반납한 곳들도 공고했다. ▲대덕벤처파트너스 ▲대동CMC ▲이다웰 ▲코어씨앤씨 ▲플래티넘기술투자 ▲메티스톤에퀴티파트너스 등이 말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에선 벤처캐피탈들의 액셀러레이터 라이선스 반납 행렬이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기부가 지난해 말 '팁스 총괄 운영지침'을 개정하면서 액셀러레이터 자격 없이도 팁스(TIPS·민간주도형 기술창업지원) 운영사 지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까닭이다. 벤처캐피탈들이 액셀러레이터로 등록하는 주된 이유가 팁스 운영사 확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굳이 까다로운 의무 투자 조건을 충족하면서까지 액셀러레이터 자격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다.


팁스는 중기부가 창업 초기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팁스 운영사가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하면 중기부가 연구개발 자금 등을 매칭(matching) 출자하는 형태다. 투자 받는 스타트업 입장에선 지분 희석 우려를 덜 수 있고, 팁스 운영사 입장에선 우수한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벤처캐피탈들이 액셀러레이터로 등록한 건 팁스 운영사 자격을 얻기 위한 목적이 컸다"며 "최근 관련 지침 개정에 따라 액셀러레이터 자격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진 만큼 라이선스를 반납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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