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팹리스 분할을 둘러싼 의구심
표면적 이유는 '경쟁력 강화'…DB그룹 지배구조 연관 시각도 적잖아
이 기사는 2022년 07월 18일 15시 5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설동협 기자] DB하이텍이 비메모리 설계(팹리스)를 담당해 온 '브랜드사업부'의 분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DB하이텍은 분사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목적이란 입장이지만, 시장에선 DB그룹의 지배구조와 관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DB하이텍 부천공장/DB하이텍 제공

18일 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B하이텍은 팹리스를 담당하는 브랜드사업부의 분사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와 관련해 DB하이텍은 내달 11일까지 확정 공시를 낼 예정이다.


DB하이텍이 브랜드사업부 분사를 검토하는 1차적인 이유는 '경쟁력 강화'다. 이는 DB하이텍의 매출구조를 보면 알 수 있다. DB하이텍의 주력 사업은 아날로그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으로, 작년 말 기준 전체 매출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반대로 보면 브랜드사업부의 매출 비중은 20% 가량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현 상황에선 브랜드사업부의 입지가 파운드리 부문에 가려져 녹록지 않은 셈이다. 만약 브랜드사업부를 독립시킨다면 신규 투자금 등을 유치하기 용이하고, 이를 통해 외형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에선 브랜드사업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분사는 표면적인 이유에 가깝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오히려 DB그룹의 지배구조와 연관돼 있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월 지주사인 DB를 지주회사로 전환했다고 통보한 상태다. 공정거래법 제18조 등을 보면 지주회사는 매년 말을 기준으로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고,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액이 DB 자산총액의 50% 이상이어야 한다. 


2020년말 DB의 자산은 4843억원이었는데, 지난해에는 6104억원으로 증가했다. DB가 보유한 DB하이텍(지분 12.42%)의 지분가치가 같은 기간 2812억원에서 4008억으로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업, 보험업 등의 자회사를 둘 수 없다. 금융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DB로선 지주회사 전환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지주회사가 되면 자회사 지분율을 30%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DB는 알짜 계열사인 DB하이텍의 지분을 17.6% 가량 추가 매입해야 하는데, 올 1분기 현금성자산(198억원)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한 상태다. 결국 DB로선 지주회사 전환을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DB의 핵심 계열이 DB하이텍인데, 지주사 전환이 되면 지분 매각 등 좋지 않은 선택지밖에 없게 된다"며 "DB가 반도체 사업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면, DB하이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주사 전환을 피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DB하이텍의 주식가치를 낮추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신사업 부문 회사를 분사해 '쪼개기 상장'을 한 기업들은 존속법인의 주가가 대부분 하락해 왔다. 


DB하이텍이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팹리스 부문을 분사할 경우, 주식가치는 이를 반영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12일 DB하이텍은 분사 소식이 들리자마자 전일 대비 15.7% 하락한 종가 4만800원으로 마감했다. 일각에서 DB가 이같은 방식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 DB하이텍측은 팹리스 분사 검토 이유와 지배구조와의 연관은 전혀 없다는 설명이다. DB하이텍 관계자는 "브랜드사업부 분사 검토는 과거부터 나오던 이야기이고, 각 사업 영역의 경쟁력 강화에 목적이 있다"며 "공정위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대책을 마련 중이고, 이번 분사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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