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업에 부는 그린 바람, 스쳐가지 않으려면
탄소배출, 책임감 있는 태도 필요... 단순 매각이 능사는 아냐
이 기사는 2022년 07월 05일 08시 1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그대 이름은 바람 바람 바람~ 왔다가 사라지는 바람"


어릴 적 들었던 노래 가사에서 바람은 스쳐 지나가는 대상으로 묘사된다. 한 번 다가왔을 땐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력을 미치고 가는 존재가 바람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가수 김범룡도 바람을 의인화해 그리움을 그려냈을 것이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에 바람 주는 상쾌함을 기다리는 우리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다. 어디선가 불어와 상쾌함을 선사하지만 지나가면 아쉬움을 느낀다. 불어오는 바람의 시간이 길지 않은 탓이다. 위 노래 가사처럼 바람은 불어옴과 동시에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바람은 좋은 영향을 주면서도 아쉬운 것으로 묘사되는 것이다.


최근 국내 기업들에게도 바람이 불고 있다. 친환경 바람이다. 탄소배출 감소라는 세계적인 목표 아래 대부분의 기업들이 친환경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러한 친환경에 대한 의지는 그간 고탄소배출 사업을 영위해온 정유 및 석유화학 기업들에게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SK이노베이션, 한화솔루션, 롯데케미칼 등은 탄소배출 수치를 낮추기 위해 탄소배출이 많은 사업 감소를 선언하거나 새로운 에너지원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발표가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탄소배출을 과제삼아 그야말로 사업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일부 기업의 탄소배출 감소 계획을 살펴보면 고탄소배출 사업에 대한 매각도 한 방안으로 포함돼 있다. 지구적 문제인 기후변화 예방을 위해 저탄소배출 사업인 그린사업을 확장함과 동시에 고탄소배출 사업을 줄여 탄소배출량을 감소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새로운 그린사업에 나서거나 탄소배출을 억제하는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훌륭한 기후변화 예방책이 될 수 있다. 관련 사업을 매각하는 것 또한 기업 입장에서 가장 빠르게 탄소배출을 감소시킬 수 있는 방안이다. 고탄소배출 사업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그린사업에 투자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그린 대전환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고탄소배출 사업 매각이 지구적 탄소배출 감소에 실제적으로 기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업의 탄소배출은 낮아지겠지만, 누군가는 그 기업이 매각한 사업을 통해 다시 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다. 즉, 전 지구적 문제인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그린기업으로 전환한다는 명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일각에서 기업의 그린사업 전환에 대해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이라며 비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탄소배출에 대해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린사업 대전환에 나선 이들은 그간 고탄소배출 사업을 영위하면서 성장해온 곳들이 대부분이다. 성장의 발판으로 탄소를 배출해온 만큼, 그만한 책임도 따라야 한다. 떼어내면 그만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어떤 방법으로 실제 지구적 탄소배출 감소에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책임과 역할은 수치와 실제적인 영향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사업 매각 등을 통한 단순한 수치의 버림을 의미하는 전환이 아니라, 새로 추진·적용하는 그린사업을 통해 어떻게, 얼마나 탄소배출 감소에 기여했는지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친환경 기업으로의 변신은 갑작스런 '버림'이 아닌 근본적인 '전환'에서 이뤄져야 한다. 부디 기업에 부는 친환경 바람이 왔다가 사라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완전한 전환을 이끌어 낼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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