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전은 삼성보다 경영능력이 뛰어나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04일 08시 1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민석기 산업부장] 남의 돈 벌기가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경제활동을 하면 할수록 심심치 않게 듣는 말 중 하나다.


요즘 기업들의 사정을 뜯어보면 더욱 그렇다. 최근 1년 새 국내 시가총액 기준 상위 50대 기업의 영업이익은 14조원 가량 늘었는데, 이는 회계상 수치일 뿐 이익의 질은 크게 나빠졌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같은 기간 기업들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은 10조원이나 급감했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로 인해 기업마다 제품 판매는  점차 부진해지고, 원재료 값은 가파르게 상승한 탓에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나빠진 데 따른 것이다. 


현금흐름은 제조, 판매 등 기업 영업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현금의 유·출입을 의미하는데, 영업이익과 달리 기업에 실제 들어온 현금 규모로, 이익의 질을 나타내는 핵심지표 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게다가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기업의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돼 재무구조가 악화할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이처럼 기업들이 저마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의 시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쥐꼬리만한 이익'이라도 내기 위해 방탄소년단(BTS)의 노래처럼 피·땀·눈물로 버텨가는지라, 요즘 이 기업만 생각하면 울화통이 터진다.


한국전력은 지난 2016년 임직원 성과급으로 약 3600억원을 쓰는 '파티'를 벌였다. 한전 임직원의 2015년 성과급 증가율 및 연봉 인상률은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9개 시장형 공기업 중에서 압도적으로 높았다. 만성적인 적자 구조는 무시한 채 일시적 성과가 나자 '집안 잔치'를 벌였던 것이다. 


당시 국제유가 하락 등의 여파로 제조원가가 하락하고 현대차그룹에 10조원대에 넘긴 삼성동 부지 매각대금이 들어온 덕분에 한순간 이익이 났을 뿐, 전기를 팔면 팔수록 적자가 쌓여가는 구조는 여전한데도 대통령과 정치권, 정부는 모두 눈가림을 하고 말았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2021년. 한전은 5조9000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어 올 1분기에만 무려 7조 8000억원의 적자를 냈고, 6월까지 회사채 발행 규모는 15조5000억원까지 불어났다. 



급기야 다같이 터질 것이 터졌다고 판단했는지, 올해 새정권이 들어선 직후인 6월에야 한전은 역대급 도마에 올랐다. 최악의 적자 상황에 빠지자 정부가 이달부터 전기요금을 소폭 인상하기로 해 한전은 한숨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올해 한전의 적자 규모는 최대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당초 예상된 kWh당 3원을 넘어 인상폭을 전격적으로 5원까지 확대했음에도, 한전의 천문학적 적자를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문제는 여전하다.


한국 제조업 전초기지인 산업단지에서 공장 휴·폐업은 4년 만에 다섯 배나 증가했다. 정부 관할 30여개 국가산업단지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5월까지 발생한 휴·폐업 기업 수는 218개로 전년 같은 기간(160개)보다 36%(58개) 증가했다. 연도별로 비교해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폐업기업 수는 2017년 133개에서 매년 급증해 2021년 666개가 됐다. 


중소기업들은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면 수천만원이 아니라 단돈 몇 백만원이 부족해 문을 닫는 실정인데, 한전은 적자가 몇억원도 아니고 조단위라니 기절초풍할 노릇이다. 지난해 51조원의 영업이익을 낸 삼성전자라도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아이러니하게 말한다면, 꿋꿋하게 버티는 한전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돈을 버는 삼성보다 경영능력은 더 탁월한게 아니냐고 비꼴만도 하다. 


정부는 한전에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이행시켜야 하고, 한전이 정부 주문을 이행하지 않으면 기관장이 해임되고 직원 성과급은 삭감되는 구조를 하루 빨리 정착시켜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전기료를 납부할 때마다 아깝다는, 즉 '세금=눈 먼 돈'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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