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달까지 가려다 '골'로 갔습니다
코인 광풍에서 추락까지…코인 투자의 씁쓸함에 대하여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2일 09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현서 기자] '지송이는 2억4000만원을 벌었다.

나는 3억2000만원을 벌었다.

은상 언니는 33억을 벌었다.'


장류진의 소설 '달까지 가자'에 등장하는 '흙수저 여성 직장인 3인'의 코인 투자 실적이다. 소설 달까지 가자가 출간된 2021년은 '코인 광풍'이 불던 때다. 이 책은 채만식의 '탁류'처럼 시대상을 잘 반영한 책으로 주목받았다. 소설 속 세 명의 여성은 이더리움에 2017년 5월부터 2018년 1월까지 투자해 각각 5평, 6평, 9평 원룸에서 탈출한다. 물론 그 중에서 은상은 '떵떵' 거리며 살 정도가 된다. 은상 같은 사람의 이야기는 당시 심심찮게 들렸다. 코인으로 집을 샀다더라, 외제차를 뽑았다더라, 코인으로 떼돈을 벌어 대기업을 그만뒀다더라, 건물주가 됐다더라 등 등. 그 시절엔 실제 코인 앱만 설치하면 돈이 들어왔다라고 체감할 만큼 코인으로 돈 벌기가 쉬웠다. 코로나로 넘쳐나는 유동성 그리고 '더 큰 바보'들이 입구부터 길게 줄 서 있는 그런 시장이었고,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변동 폭이 상대적으로 덜한 '안전자산'이란 인식까지. 돈을 벌려면 알트 코인 그 중에서도 '잡코인'으로 '단타'하라는 말까지 돌 정도로 여기저기 훈수 두는 사람들도 많았다.


'더 일찍 코인을 하는 건데.' 돈을 벌고도 배 아팠던 '놀부 심보.' 코인 투자자들은 한 번쯤 경험해봤을 테다. '환희에 팔고 공포에 사라' 이 증시격언은 코인에는 통하지 않는다며 코인은 '달까지 간다'던 사람들도 많았다. 일론 머스크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코인 투자자로는 2030세대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가상화폐 이용자 560만명 중 절반이 2030세대였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해서 코인에 투자한다던 시절이다. 그 덕에 '한국에서 가장 많은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다'는 업비트엔 연일 가입자가 몰려 운영업체 두나무는 설립 4년 만에 자산 총액 10조원을 넘기며 대기업 집단에 지정도 됐다.


그런 코인시장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22일 기준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9000억 달러로 지난해 11월 비트코인이 최고가를 찍은 때 대비 70% 증발했다. 불과 7개월 사이 우리 돈 2700조원이 사라졌고 이는 코스피 전체 시총의 1.5배다. 현재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모두 2021년 11월 최고점 대비 70여% 하락했다. 22일 오전 8시 기준 비트코인은 2700만원 선, 지난해 11월11일 역대 최고가인 8270만원을 기록한 뒤 반 년 넘게 하락하고 있다. '바닥설'도 돌고 있지만 2018년 약세장을 경험한 이들은 아직도 멀었다고 보고 있다. 2017년 12월 비트코인은 당시 최고가인 1만9100달러까지 올라왔다가 1년 뒤 82.99%가 빠졌다. 


'투 더 문'을 외쳤던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까. 코인 유튜버들은 '바닥론'을 언급하며 지금이 '기회'라고 외친다. 투자 커뮤니티에는 곡소리가 나지만 그 와중에도 '줍줍(줍고 또 줍는다)'이라는 댓글이 심심찮게 보인다. 일론 머스크는 도지코인 가격이 폭락해 투자자에게 322조원의 소송을 당했는데도 이런 트윗을 올렸다. '아이 윌 킵 서포팅 도지코인(I will keep supporting Dogecoin).'


또 한 사람. 아예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디폴트 위기까지 왔는데도, 반 토막이 난 계좌를 보고도 '인생을 즐기자'며 배짱을 튕긴다. 그의 신념과도 같은 믿음은 '비트코인 결국 10만 달러 간다'다.


그러나 정작 '줍줍'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동안 흘려들었던 코인 비관론자들의 한결같은 이야기. '암호화폐는 화페가 아니다'라는 기본 명제. 내재가치가 없고 교환도 저장성도 사용의 편의성도 현격히 떨어져 앞으로도 비전이 없으며 결국은 사라진다더라. 코인에 대한 '은상언니'의 믿음은 아직도 여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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