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영구채 '중도상환' 신청…오버행 불거질까
전환권 청구기한 6월22일...산은·수은 3000억원 차익실현 선택 '주목'
이 기사는 2022년 05월 30일 16시 0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건우 기자] 대한항공이 3000억원 규모 영구 전환사채(CB)에 대해 콜옵션(중도상환청구권)을 신청한 가운데 인수자인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전환권 행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전환권 행사 기한은 다음달 22일로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2020년 6월에 발행한 3000억원 규모의 92회차 CB에 대해 콜옵션(중도상환청구권)을 행사했다. 다음달 22일 예정된 CB 금리의 스텝업(기초금리 + 연 2.5% 및 조정금리 가산)을 앞두고 내린 결정이다. 대한항공은 그간 기초금리 2.28% 기준 매년 68억4000만원의 이자를 부담해왔다.


산은과 수은은 92회차 영구 CB를 각각 1800억원, 1200억원 어치씩 인수했다. 현재 기준 전환가액은 1만4706원으로, 전환에 따라 발생할 주식총수는 2039만9836주다. 이날 종가 기준 대한항공의 주가는 2만9400원으로 전환권 행사시 평가차익은 2997억원에 달한다. 두 배 수준의 차익실현이 가능한 셈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CB 인수자인 산은과 수은이 전환권 행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식전환에 따른 차익실현이 뚜렷한 상황에서 원금 회수에 만족할 경우, 국책은행이 국민과의 '이익 공유'를 저버린 채 기업의 편을 들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산은과 수은은 작년 하반기 국정감사에서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대한항공 CB 전환권을 행사를 통해 배임 문제를 해소할 것을 주문받은 바 있다. 두 국책은행은 코로나19로 업황이 악화한 항공업계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적 투자인 점을 강조하며 시기 조율을 언급해왔다. 다만 이번 대한항공의 콜옵션 행사로 더 이상 주식전환 시기를 늦출 수 없게 됐다. 다음 이자지급 기일인 6월22일을 기한으로 원금회수든 주식전환이든 양자택일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한항공 CB 전량이 주식전환될 경우 단기적으로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환에 따라 발생하는 주식 비율은 대한항공 총주식 수의 5.5% 수준이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앞서 HMM의 사례를 보면, 한국해양진흥원이 6000억원 CB의 전환청구권 행사를 발표한 다음날 주가가 8.5% 하락했다"며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증가) 이슈의 영향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주식전환 후 매도리스크는 낮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산은과 수은은 현재 대한항공 및 아시아나 항공에 대한 지분을 바탕으로 두 항공사의 통합 등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상 지분매각 가능성이 크지는 않은 셈이다.


산은과 수은 관계자는 "대한항공으로부터 콜옵션 신청이 들어온 것은 맞다"면서도 "이후 전환여부 등 대응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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