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튼 연이은 악재...국내에서도 외면?
상위 프로젝트들 연이어 이탈…노드 운영 거버넌스카운슬도 외면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1일 11시 5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


[딜사이트 원재연 기자] 국내 블록체인 메인넷으로 유일무이한 위치를 지녔던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이 위상을 잃어가고 있다. 


최근 위메이드가 클레이튼에서 독립된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유망한 국내 프로젝트들이 연이어 '탈(脫)' 클레이튼 행보를 보이면서다.


이들이 클레이튼을 떠나는 이유는 '글로벌 확장성'과 '빈번한 네트워크 장애'다. 그간 국내 플랫폼들이 클레이튼을 택했던 가장 큰 이유인 낮은 수수료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수수료가 30배가량 인상돼 프로젝트들의 이탈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 줄잇는 탈 클레이튼 행보


11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 다수 NFT플랫폼이 클레이튼에서 다른 플랫폼으로의 이전을 선언하고 있다. 


NFT 마켓플레이스에서 1위를 차지하는 국내 NFT 프로젝트 '메타콩즈'는 이달 클레이튼에서 이더리움으로 플랫폼을 변경한다. 지난달 메타콩즈 NFT 보유자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96.7%가 플랫폼 이전에 찬성표를 던졌다. 메타콩즈는 이전 이유에 대해 "프로젝트의 글로벌 확장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클레이튼의 빈번한 네트워크 장애 문제로 이전을 선언한 프로젝트도 있다. M2E(Move to Earn) 프로젝트 '코인워크'는 최근 네트워크 문제 해결을 위해 진행한 이용자 투표에서 클레이튼에서 테라(Terra) 플랫폼으로의 이전을 결정했다.


클레이튼에서 시작해 국내에서 성공을 거둔 '위메이드' 또한 클레이튼을 떠난다. 오래전 자체 네트워크를 마련하겠다고 밝혀온 위메이드는 지난 6일 메인넷을 구축하고 다음달 구체적인 이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위메이드는 플랫폼 출범 당시에는 신규 사업인 점과 인력 부족 등을 고려해 클레이튼을 택했다. 하지만 사업이 안정화되고 충분한 역량이 쌓였다 판단해 자체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 부각되는 '내수용' 꼬리표


상위 프로젝트들의 가장 큰 이탈 이유는 '내수용' 꼬리표다. 앞서 클레이튼은 지난 2018년 플랫폼 출범 이후 줄곧 국내 출신 프로젝트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전략으로 영향력을 넓혀왔다. 


초기 프로젝트들은 개발 역량과 자금이 부족으로 클레이튼을 택한 경우가 많았다. 클레이튼은 수수료가 이더리움에 비해 저렴했다. 그라운드X 차원에서도 국내 프로젝트들에 대한 육성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실제 클레이튼에 우수한 프로젝트가 속속 등장하면서 해외에서도 점차 클레이튼을 주목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일정 이상 성장한 프로젝트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한계가 있었다. 다른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협업하기 위해서는 다수 프로젝트가 사용하는 이더리움이 더 수월했다. 클레이튼 이용자 커뮤니티 또한 국내에 집중돼 있어 외국인 투자자 유입이 어려웠다. 올해는 트래블룰 시행으로 해외로 가상자산 전송이 더욱 어려워진다. 프로젝트들이 해외 확장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클레이튼은 이에 올해 직접 내수용 꼬리표를 떼기 위해 자회사 크러스트를 내세웠다. 국내 자회사 그라운드X에서는 NFT만을 담당하고 클레이튼 플랫폼의 운영과 관련된 일은 싱가포르의 크러스트에서 전담해 해외 진출에 힘을 더한다는 것이다.  


◆ 네트워크 불안정 '수수료'도 인상으로 대응


업계에서는 클레이튼의 근본적인 문제를 기술력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클레이튼은 기존에도 잦은 네트워크 오류를 겪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발생한 네트워크가 먹통 사례다. 지난해 11월 클레이튼 네트워크가 먹통이 돼 거래가 약 40시간 멈췄다. 노드들이 대용량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해 메인넷이 멈춘 것이다. 


지난해 NFT 거래가 많아지며 차익거래를 위해 자동으로 수십개 거래를 하는 '봇'이 등장했다. 클레이튼은 특히 거래  수수료가 낮아 이러한 봇들의 활동 무대가 됐다. 봇들은 결국 트래픽을 높여 서비스 질을 낮추는 결과를 낳았다.  


크러스트는 봇을 차단하기 위해 수수료(가스비) 인상을 선택했다. 크러스트는 "기술적으로 봇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으나 큰 효과가 없어 수수료 조정이란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클레이튼의 수수료는 10원 미만인 25스톤(ston)이었다. 그러나 지난 4월 약 30배 인상된 750스톤으로 수수료가 결정됐다. 


수수료 인상은 봇뿐만 아니라 클레이튼을 택했던 프로젝트들의 이탈을 초래했다. 카카오톡 가상자산 지갑 클립 또한 올해 무료 전송 수수료 정책을 폐지하며 투자자들까지 클레이튼을 외면하기에 이르렀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프로젝트가 높은 수수료(가스비)에도 불구하고 이더리움을 선택하는 이유는 타 프로젝트와의 협력이 보다 수월하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클레이튼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낮은 수수료와 편리한 서비스 등 강점으로 내세우는 전략을 유지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클레이튼 GC사 (자료=크러스트)

◆ 가격 하락으로 GC들도 외면?


기술력 외에도 클레이튼 운영 노드인 거버넌스카운슬(GC)간 불협화음도 클레이튼의 위기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네트워크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GC들이 빠른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 복구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클레이튼의 GC는 5월 기준 카카오, 카카오게임즈, 카카오스페이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페이, 그라운드X 등 카카오관계사 6곳과 안랩, GS리테일, LX 등 국내 대기업들을 포함해 총 32개사다. 클레이튼은 이들에 매년 발행되는 클레이(Klay) 인플레이션 일정 부분을 운영비 명목으로 배분한다. 


하지만 클레이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자 이들의 관심도 점차 떠나고 있다. 이달 클레이 가격은 600원 선이나, GC 운영사 손익분기점 클레이 가격은 500원 정도로 파악된다.


클레이튼 블록체인 거래 정보를 탐색하는 클레이튼스코프(Klaytnscope)에 따르면 이달 초에는 GC 중 한 곳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클레이를 대량 매도하기도 했다. 클레이튼은 현재 GC 지갑 주소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이를 추적할 수는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크러스트는 클레이튼 운영을 다오(DAO, 탈중앙화자율조직)로 확장해 운영 문제를 넘어가려 하고 있지만, 거버넌스(합의) 방식과 토큰 분배 방식문제가 있다"라며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야 그나마 내수용 블록체인 메인넷으로라도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DAO는 대표자 없이 공통 목적을 가진 투자자들이 모여 블록체인 운영에 참여하는 민주주의에 가까운 운영 체계다. 현재 32개 GC가 운영하는 클레이튼의 중앙화 된 방식과 상반된다. 크러스트는 내년 공개되는 클레이튼2.0에서 GC운영 방식에 더해 투자 DAO와 커뮤니티DAO를 추가로 구축해 운영 주체를 다양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클레이튼은 오는 12일부터 매주 목요일 총 5주간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AMA(Ask Me Anything)을 진행한다. AMA는 ▲기술력, 클레이튼 네트워크의 안정성과 퍼포먼스 ▲가스비 모델 ▲빌더들을 위한 인프라 및 서포트 개선 등을 주제로 진행되며 협력 프로젝트들과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듣는 기회가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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